눈덮여 있던 탓 그라운드 최악…비용절감 때문? 비전문가가 관리도
경기장과 관련해 연일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강원 FC. 사진제공=강원 FC
[일요신문] 지난겨울 K리그에서 가장 뜨거웠던 팀은 강원 FC이었다. 2부리그 4위를 기록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상대를 잇달아 끌어내리는 극적인 스토리로 승격에 성공했다. 이어진 비시즌에는 이근호, 정조국, 이범영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차례로 영입하며 강원은 가장 관심을 받는 팀이 됐다. 2016년 3월부터 대표이사 직을 맡은 조태룡 대표는 프로야구 구단 넥센 히어로즈 단장 출신으로 연일 화제의 중심에 오르며 리더십을 재조명 받았다.
3월 초 K리그 개막 이후 2개월이 지난 현재 강원을 향한 관심은 차갑게 식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따내는 게 목표”라고 자신 있게 외치던 그들이지만 5월 8일 현재 K리그 클래식 12개 팀 중 9위에 처져 있다. ACL 티켓은 리그 3위 이내 또는 FA컵 우승팀에게 주어진다. 많은 기대를 품게 했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자 관심도도 떨어지고 있다.
올 시즌 강원이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부분은 다름 아닌 경기장이다. 강원은 올해 강원은 올해 “홈경기 전체를 평창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알펜시아 축구장)에서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여름 일부 경기가 치러진 알펜시아 축구장은 당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 경기장이 올 시즌 들어서는 강원의 ‘지적사항’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축구팬들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기까지는 단 1경기로 충분했다. 지난 3월 11일 강원과 FC 서울의 경기에서 공개된 알펜시아 축구장은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3월 11일 열린 강원 FC의 첫 홈경기. 그라운드 상태로 큰 질타를 받았다. ‘SPOTV’ 중계화면 캡처.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경기를 보기 전부터 불편을 겪었다. 2부 리그 시절보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으로 몰리며 주변 교통이 혼잡을 빚었기 때문. 어렵게 도착한 팬들은 경기장 입장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며 경기 일부를 보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경기장 시설에 대해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관중들이 앉아야 할 좌석에는 흙먼지가 뒤덮여 있었고 매점이나 화장실 이용 등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처럼 알펜시아 축구장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자 일주일 뒤로 예정돼 있었던 경기 일정 연기가 논의되기도 했다. 강원 구단은 첫 홈경기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구단이 경기장 운영 주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대처가 빠르게 이뤄지지 못했다”며 발 빠르게 사과했다. 이후 일정 연기 없이 예정대로 경기가 진행됐고 일부 문제가 개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알펜시아 경기장에 대한 지적은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기본적으로 알펜시아 축구장이 본래는 축구장이 아닌 스키점프 경기장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K리그 개막을 눈앞에 둔 2월 16일까지 평창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가 열려 그라운드엔 잔디가 아닌 눈이 덮여 있었다. 약 1만 톤 정도의 눈이 쌓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겨울 내내 많은 양의 눈과 얼음 아래 깔려 있어 축구 경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잔디가 제대로 관리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경기장 시설 등도 축구경기를 위해 지어진 곳이 아니기에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제설작업이 한창인 알펜시아 경기장. 사진제공=강원 FC
이밖에 구단이 홈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당부분이 전문가의 손길 없이 내부 직원들이 대부분의 일을 처리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강원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A 씨는 “내부에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외주에 맡겨야 할 상당수의 일들을 팀이 직접하고 있다”며 “제설작업, 그라운드 라인 그리기 등에 전문적 기술이나 지식이 없는 구단 직원이나 인턴을 동원하고 있다”고 했다.
2월까지 경기장에 쌓여있던 눈은 일부 장비로 걷어냈지만 상당 부분은 잔디 보호를 위해 인력으로 치워야 했다. 이에 많은 구단 직원이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매일같이 평창으로 출퇴근하며 제설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제설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의 라인을 긋는 일도 직원들의 몫이었다. 국내 최상위 축구리그가 펼쳐지는 경기장이지만 경험이 일천한 인턴직원들이 이를 담당했다. A 씨는 “인턴 직원 3명이 라인을 그었다. 이 가운데 1명이 축구선수 출신이라는 이유로 진두지휘하는 방식”이라며 “외부에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해야 하는 일이지만 내부에서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인턴 직원이 그은 라인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첫 경기 이후 감독이 ‘경기장이 너무 넓어 경기를 못하겠다. 줄여 달라’고 항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다음 경기에서는 같은 인원들이 경기장 폭을 조금 줄였다. 이후로도 그런 요청이 있어서 다시 한 번 조정을 한다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 경기장의 규격은 일정 범위가 있어서 이를 벗어나지만 않으면 규정상 문제는 없다.
5월 7일 열린 경기에서도 여전히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은 모습. KBS1 중계화면 캡처.
눈을 걷어내고 라인을 그었지만 잔디가 문제였다. 오랜 시간 눈과 얼음에 덮여 있던 잔디는 프로 축구 경기가 열리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잔디 관리 또한 관련 지식이 없는 내부 직원들에 의해 이뤄졌다. A 씨는 “잔디가 거의 죽어있는 상태였다.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태지만 마케팅팀이나 홍보팀, 기획전략팀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천막을 덮고 걷어내기를 반복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3월 말까지도 그런 식으로만 관리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첫 경기 이후에는 누렇게 죽은 잔디를 생기 있게 보이게 하려고 초록색 물감을 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알펜시아 축구장의 그라운드 상황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7일 열린 인천과의 경기에서도 그라운드에 잔디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강원 구단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다양한 업무를 직원에게 맡긴 것은 프로축구단으로써 축구 경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는 외주 이외에 구단 내부에서 직접 할 줄 알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장 규격과 관련해 감독의 항의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항의라기보다는 그런 요청이 있어 한 번 조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후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구단은 LED A보드(광고판)를 사용하고 있어 규격을 함부로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국내 리그 환경에서 구단이 직접 경기장 관리를 하는 일이 흔한 경우는 아니다. K리그 대다수의 팀들은 지자체 소유의 경기장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경기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지만 내부 시설이나 그라운드 관리는 대부분 지자체의 시설관리공단 등에서 맡고 있다. 구단이 이들에게 어느 정도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는 있지만 관리에 직접 나설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예외적인 구단은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축구 전용 경기장을 건설해 2012년부터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며 구단이 직접 잔디를 관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기준 23명의 직원 가운데 6명을 ‘경기장관리팀’으로 편성하고 있다. 인천은 프로축구연맹에서 축구장 잔디 상태를 평가해 주는 상인 ‘그린스타디움 상’을 여러 차례 받아 잔디 관리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한 지붕이 없는 알펜시아 경기장은 관중석이 눈·비 등 외부 오염으로부터 취약하다. 경기장을 찾았던 관중들이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의자를 닦아내는 등 관중석 청소에도 직원들이 투입됐으며 강릉에 있는 숙소에서 청소를 도와주는 아주머니까지도 평창으로 와서 일을 도왔다고 알려졌다. 또한 강원은 경기장 내 매점 운영도 직원들에게 직접 맡겼다. 직원들은 눈을 치우고, 라인을 그리고 틈틈이 매점에서 판매할 과자와 음료, 라면 등을 주문하고 옮겨야 했던 것. 이에 강원 구단 측에서는 “많은 직원이 경기장 청소에 동원된 경우는 딱 한 번뿐”이라고 했다.
이 같은 강원의 문제들이 모두 돈을 아끼려고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축구단을 운영하면서 일부는 외주로 진행돼야 할 일을 내부적으로 무리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강원이 지난겨울 가장 주목받는 K리그 구단으로 떠오른 이유는 예년과 다른 공격적인 투자가 있었던 덕분이다. 도민주 공모로 팀을 창단한 도민구단 강원은 이후 시즌을 치르며 자본금이 잠식 되는 등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겨울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외부에서는 재정적 문제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많은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결국 그 부담감에 내부 비용을 줄이려다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A 씨를 비롯한 구단 내외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슈퍼맨 인턴’의 비애…기획전략팀 소속이 그라운드 관리·매점 운영까지 마케팅, 홍보, 기획전략팀 소속 직원들이 그라운드와 시설 관리, 매점 운영에도 투입되며 ‘슈퍼맨’과 같은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강원 FC에서는 인턴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강원은 타 구단과 비교해 유독 많은 인턴 채용공고를 냈다. 강원 홈페이지에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7회의 인턴 채용공고가 올라왔다. 1회에 10명 내외를 뽑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 1회 또는 2회 정도 인턴을 채용하는 다른 구단에 비하면 인원이 많고 빈도도 높은 편이다. 특히 올해 2월에서 3월 사이에만 3회의 인턴 채용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강원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구단 직원이 많이 바뀌고 규모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스포츠 구단이 인턴을 뽑아서 이 정도 전환을 해주는 곳이 없다. 50% 정도는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직원들도 거의 인턴 과정을 거쳤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원 내부 사정에 밝은 B 씨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인턴을 시작한 8명 중 2명만이 1년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올해 1월부터 인턴 근무를 시작한 6명은 3개월 기간 이후 3명이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이들은 그마저도 1년이 아닌 올해 12월까지의 단기 계약이었다. 채용 과정과 인턴 직원 대우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강원 구단 인턴 면접을 봤다는 C 씨는 “면접을 볼 때부터 조금 문제가 있었다”며 “면접관인 조태룡 대표이사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아 17명 정도의 인원이 1시간 정도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구단에서는 면접 이틀 뒤에 합격 통보 이후 강릉 사무실로 출근하길 원했다”며 “강원도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데다 결정할 시간도 빠듯했다. 구단의 배려가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스포츠 구단 종사자가 꿈이었던 그는 결국 스스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이처럼 강원은 시즌 준비가 한창이던 시기에 인턴을 선발하며 최대한 빠른 업무 합류를 요구했다. 이에 구단 사무실이 있는 강릉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던 일부 인턴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