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노숙하며 투표함 지켜…“영화 ‘더 플랜’·팟캐스트 방송 통해 참여 결심”
‘시민의 눈’은 부정 개표 의혹을 막고 선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총·대선감시활동을 하는 단체다. 지난해 2월 김상호 씨(50)가 트위터에 “부정 선거를 감시해보자”는 내용의 제안문을 게재하며 시민들이 모이게 됐다.
지난해 4월 13일 진행된 20대 총선에서도 전국 단위로는 처음 실시된 사전투표의 투표함을 지키는 등 활약을 펼쳤다. 사전투표함은 본 투표가 끝난 뒤 동시 개표되므로 그 전까지 선거관리위원회 보관 장소에 보관되지만, 그 과정에서 보안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4·29 재보선 당시 선관위가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에 CCTV를 설치키로 했으나, 보관 기간 동안 CCTV가 작동되지 않거나 녹화된 CCTV 영상이 보관돼 있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시민의 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이후 대선 일정이 확정된 3월부터 시민들을 모집해 제19대 대선 선거 과정 전반을 함께했다. 김상호 시민의 눈 대표 제안자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시민의 눈을 제안한 계기와 이번 대선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그는 “영화 <더 플랜>이나 앞서 있었던 각종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낱낱이 점검해보자는 취지로 제안하게 됐다. 이번 대선에서 총 5만 3000여 명의 회원이 전국 1만 3964곳의 투표소를 직접 지켰다. 그간 국민들이 가졌던 여러 의혹을 해소하고, 새로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시민의 눈 회원들의 참여 덕분에 이번 대선은 거소투표를 제외하고 투명하게 치러져 부정선거 의혹이 없었다. 사전 선관위와의 협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선거 진행 과정에서는 협력이 잘 이뤄졌다. 앞으로도 선관위와 파트너십을 이어나가며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출처=시민의 눈 페이스북.
선거 일정 동안 시민의 눈은 밤이 되어도 감기지 않았다. 4, 5일 양일간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참관인이 경찰과 함께 지역구 선관위까지 투표함을 인계한 이후 시민의 눈은 사전투표함이 안전하게 보관되는지 감시했다.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오전 6시부터 10일 새벽 개표가 마무리될 때까지 밤낮으로 투표함을 지켰으며, 이를 위해 선관위 건물 밖 노숙까지 불사했다.
임의진 씨(31)는 이번 대선에 시민의 눈 회원으로 참여해 사전투표함 지킴이와 개표참관인 활동을 했다. 임 씨는 “지난 총선 때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통해 시민의 눈을 처음 알게 됐다. 2012년 대선에서 부정개표에 대한 의혹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투표함을 지키고 개표 과정을 제대로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민주주의 꽃인 투표과정에서 단순히 한 표 행사하는 것을 넘어서서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고 직접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신생 시민단체이고 경험이 부족해 체계적이고 꼼꼼한 정보공유가 되지 않았던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활동한 시민의 눈 회원들은 대선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을 거치며 팟캐스트 방송과 영화 <더 플랜> 등을 통해 시민이 직접 나서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입 모아 말했다.
한 회원은 “18대 대선 한 달 전 팟캐스트 방송을 듣게 됐다. 이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며 세월호 유족과 행진했고, 때마침 영화배우 문성근 씨가 시민의 날개를 시작해 회원가입을 하게 된 것이 시민의 눈 회원으로까지 활동하게 됐다”며 “이번에 시민의 눈 회원들이 지켜본 덕분에 표가 온전히 반영된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뿌듯했다”고 전했다.
울산 울주군에서 시민의 눈 활동을 했던 안세훈 씨(49)도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지난 총선과 18대 대선의 선거 과정에서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실제로 알아보니 우리나라 행정조직이 경직돼 있다 보니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활동 계기를 밝혔다.
다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활동이 두드러진 시민의 눈과 선관위가 마찰을 빚는 상황이 한 차례 발생한 것은 ‘옥에 티’다. 지난 6일 용인시 기흥구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관리 업무수행 중인 선관위 공무원을 촬영하다 이를 말리는 공무원을 폭행한 시민의 눈 회원 A 씨를 용인동부경찰서에 고발했다.
선관위 측은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공무를 수행하는 선관위 직원을 폭행한 행위는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행위이므로 즉각 고발한 것”이라며 “시민단체 등의 합법적 참관은 최대한 보장하지만, 참관을 명목으로 선거관리를 방해하는 행위에는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선관위가 시민의 눈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더 플랜> 개봉 이후 시민의 눈에 참관인 신청이 비약적으로 늘어 이에 대한 흠집 내기가 시작된 것 같다”며 “피의자 A 씨가 시민단체 회원이자 어느 정당에 소속된 참관인임에도 ‘시민의 눈’ 소속 회원이라고만 알렸다. 촬영은 참관 중 언제나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공무원‘이라는 단어를 쓰며 몰아간 것 또한 의아하다. 애초에 선관위가 신뢰받았다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감시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투표용지가 두 개?” “투표용지 팝니다”…19대 대선 ‘투표용지’ 논란은? 이번 19대 대선에는 총 유권자 4247만 9710명 가운데 3280만 8377명이 참여해 77.2%의 최종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15대 대선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이자 1987년 대통령직선제가 부활한 이후 네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헌정사상 최초 ‘장미대선’에 투표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일각에서는 ‘투표용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가짜 투표용지 논란은 총 15명의 많은 후보가 등록하며 투표용지가 꽉 차 칸이 좁아지며 발생했다. 한 네티즌이 사전투표 첫날 “여백이 없고 기표란 사이가 빈틈없이 붙은 투표용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글을 게재했고, 이에 온라인상에서 ‘후보자 간 여백이 없는 용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논란이 확산됐다. 이들은 ‘가짜 투표용지 피해자 모임’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현재까지도 500여 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돼 있다.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된 ‘여백 없는 투표용지’ 예시.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이에 선관위는 “사전투표참관인 등의 입회하에 사전투표용지 출력을 위한 시험운행을 했고, 사전투표 개시 전에도 투표용지가 정상적으로 출력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적극 해명했다. 더불어 “사전투표 기간 용지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엄중해야 할 선거질서를 어지럽히고 유권자의 선거 자유의사를 방해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11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한편, 본 투표가 치러진 9일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투표용지를 150만 원에 팔겠다”는 글이 게재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판매자는 “사전투표하러 가서 봉투만 내고 투표용지를 넣지 않았다. 투표하러 가서 두 장 같이 넣으면 된다. 투표 마감까지 2시간 남았다”며 구매를 독촉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선거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