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기대·성장주 반등에 고점권 진입…공시 신뢰·단기성 자금·코스피 종속 구조는 변수

지난 4월 24일 코스닥 지수는 2000년 8월 이후 25년 8개월 만에 종가 기준 1200선을 돌파했다. 반도체 대형주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코스닥에 상장된 반도체 소부장주와 바이오주가 오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도 코스닥 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정책 기대도 코스닥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1400조 원 규모 연기금 평가 기준에 코스닥 지수를 반영해 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코스닥 승강제 도입, 중복상장 제한, 기술특례상장 확대, 저성과 기업 관리 강화 방안과 국민성장펀드·코스닥 액티브 ETF 출시가 맞물리며 코스닥 시장 자금 유입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책 기대만으로 코스닥 랠리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지수를 띄우려 하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시장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기다려야 한다”며 “실물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으로 끌어올리면 투기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시장 신뢰 문제도 남아 있다. 삼천당제약은 먹는 비만약 복제약과 경구용 인슐린 등 신약·바이오시밀러 기대감으로 지난해 말 20만 원대 초반이던 주가가 3월 123만 원대까지 치솟으며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계약 조건과 실적 달성 가능성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공시 개선 작업에 착수한 배경에도 이런 정보 비대칭 문제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ETF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개별 이슈가 지수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파트너사가 공동 개발 중인 담도암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에서 주요 지표 중 일부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지난 4월 28일 하루 19% 넘게 급락했다. 당시 바이오주 전반의 투자심리도 함께 위축됐다. 시총 상위 종목 주가가 급락하면 ETF 안에서 해당 종목의 비중이 갑자기 낮아지기 때문에 운용사는 지수 구성 비율을 맞추기 위해 다른 편입 종목의 매도 압력을 받게 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코스닥은 기대감에 의해 움직이는 특성이 강해 이슈가 터졌을 때 투자심리가 꺾이기 쉽다. 삼성전자 같은 코스피 대형주는 한번에 20~30%씩 빠지지 않는 반면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들은 등락폭이 가파르다”며 “에이비엘바이오 사례처럼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가 20% 안팎으로 급락하면 ETF 리밸런싱 과정에서 다른 편입 종목도 기계적으로 매도될 수 있다. 개별 종목의 악재가 지수와 섹터 전반으로 번지는 구조가 생기면서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는 종목도 함께 주가가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둘러싼 매파적 기조가 이어지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거나 인하 시점이 늦어질 경우 투자자들은 미래 성장 기대를 먼저 반영하는 성장주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이런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주가가 눌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실적 전망치가 나오는 기업이 많지 않고 증권사 커버리지 대상 종목도 제한적이다. 여기에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를 넘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3배를 웃도는 등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실적 기대감이 있더라도 채권금리가 조금만 움직이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코스닥에는 좋은 기업도 많지만 아직 기업 선별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기업에 대한 의심이 남아 있고 외국인 자금도 장기 투자 자금보다 퀀트 매매(정해진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매매하는 투자방식) 등을 통한 단기성 자금이 들어오는 경향이 강하다”며 “일부 성장주가 아니라 코스닥 지수 자체에 투자하는 바스켓 매매가 늘어야 시장 전체로 온기가 퍼질 수 있다.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과정이 진행되면 지금보다 시장 신뢰도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성 자금 비중이 크다는 점은 외부 변수에 대한 취약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중동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와 환율이 다시 불안해지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질 경우 호재에는 빠르게 오르지만 악재에는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장세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다만 정부 정책이 단기적인 지수 부양보다는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코스닥 정책은 성장기업이 원활하게 기업공개를 하고 벤처캐피털 자금이 회수와 재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쪽에 가깝다”며 “지수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직접적인 부양책이라기보다는 코스닥 시장의 기반을 다지는 정책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하반기 코스닥 2부제와 승강제가 구체화되면 대규모 자금 유입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량 기업군인 1부 리그로 분류되는 종목은 증권사 분석 리포트가 늘고 이익 추정치가 쌓이면서 연기금과 기관 등이 들어올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채권금리 안정과 정부 정책 드라이브가 맞물리면 코스닥이 한 단계 레벨업될 수 있다”며 “6월쯤 승강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경우 한번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만 실적이 확인되는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 간 차별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닥은 그동안 코스피보다 상승 폭이 낮았고 국민성장펀드나 액티브 ETF 확대 등으로 지수가 오를 잠재력은 있다. 그러나 현재 구조에서는 코스닥이 코스피 2부 리그 역할을 하고 있어 코스피가 조정을 받으면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코스피가 오를 때는 그만큼 못 오르고 빠질 때는 그것보다 더 빠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스닥 우량기업들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지 못해 코스피로 이전상장하려는 구조가 반복되는 한 코스닥이 독립적인 성장시장으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 단순히 코스닥을 1·2부로 나누는 것을 넘어서서 코스닥을 별도 시장으로 정립하는 거래소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