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 막중하다. 잃어버린 민주화와 산업화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의 꽃을 피워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개혁과 사회통합은 문재인 대통령이 풀어야 하는 선결과제다. 정치개혁을 결단하여 권력의 사유화와 국정농단을 막고 비리와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 경제개혁을 실천에 옮겨 정경유착을 단절하고 모든 경제주체가 공평한 기회를 갖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회를 통합하여 이념갈등, 빈부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등으로 갈기갈기 나뉜 나라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끝나야 한다. 실패하면 촛불혁명은 무위로 돌아간다. 1960년 수많은 학생들이 피를 흘려 4·19혁명을 이루었으나 뒤이어 출범한 장면 정부의 무능으로 나라는 다시 혼란에 빠져 군사독재정권으로 넘어갔다. 같은 역사를 반복하면 안 된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려면 협치가 필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영논리를 떠나 전국에서 인재를 등용하여 통합정부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여소야대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은 120석밖에 안 된다. 당장 국무위원들의 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 모든 법안이 국회에서 싸움거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들을 등용하는 연정형태의 정부구성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연정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사민당 출신의 슈뢰더 전 총리는 야당인 녹색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노동시장 유연화, 복지지출 축소 등의 하르츠 개혁을 추진했다. 그 결과 통일의 후유증으로 병자가 되었던 독일 경제는 유럽최강경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슈뢰더 총리는 지지세력의 이탈로 총리 연임에 실패했다. 독일을 위해 살신성인을 자처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면한 최대과제가 안보와 경제 살리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협력 하에 한국주도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바람직한 방안이다.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운명을 강대국의 흥정에 맡길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관련 국가들에게 우리의 입장과 정책을 전달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을 제시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가계소득을 늘려 경제성장과 국민성장의 선순환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경제성장의 열쇠를 가진 것은 기업이다. 분배제도를 개선해서 가계소득을 늘리는 동시에 규제를 개혁하고 기업환경을 개선해서 기업의 창업과 투자를 활성화하는 쌍끌이 정책을 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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