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 문제 관심…‘교회는 이번에도 그의 죄를 사하여 줄까’
대법원은 지난 5월 17일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조용기 목사(가운데)와 아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등 4명에 대해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지난 5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용기 원로목사(81)와 아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51) 등 4명에 대한 양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항소심 선고 이후 대법원 상고 3년 만에 내려진 판결이다.
# 조 목사 일가, 대법서 나란히 유죄 확정
조 목사와 그 일가 비리는 2011년 처음 불거졌다. 조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으로 있던 2002년, 조희준 씨가 가지고 있던 아이서비스의 비상장 주식 25만 주를 적정가보다 4배가량 높은 8만 6984원에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한 29명의 교회 장로들은 주식 매입 과정에서 교회가 157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 2011년 9월 배임‧횡령 혐의로 조 목사 부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조 목사와 조희준 씨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들 부자를 나란히 기소했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아이서비스 주식은 국민일보판매(주)와 경천인터내셔널을 거쳐 교회 재단법인 영산기독문화원(이사장 조희준 씨)으로 흘러갔고, 영산기독문화원은 교회에 주식을 주고 시가 202억 원짜리 영산아트홀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 목사 부자는 교회가 영산기독문화원으로부터 217억 4600만 원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처럼 허위로 꾸몄다. 그 후 영산기독문화원은 청산절차를 밟아 없어졌고 잔여 재산과 영산아트홀은 조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던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에 귀속됐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조 목사 부자는 서로에 대한 폭로와 떠넘기기를 반복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부자가 각자 무죄를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양측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다. 조 목사 부자와 배임‧횡령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박 아무개 씨는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출석해 “조 씨가 이번 사건의 기획자”라고 폭로했다. 당시 박 씨는 조 목사의 최측근이자 교회 내 2인자로 꼽히던 인물이었다. 조 목사 측 변호인단 역시 “주식이나 세법에 대해선 잘 몰랐으며 다른 이들이 주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희준 씨 측은 “조 목사의 잘못을 아들에게 대신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조 씨 측 변호인은 “영산기독문화원 청산 때도 조 씨에겐 권한이 없었고, 조 목사의 지시를 받아 했다. 이보다 앞서 2001년에 문제가 됐던 58억 원의 비자금 의혹에서도 조 씨가 모두 뒤집어쓰고 처벌까지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종교단체인 순복음교회가 주식을 매입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데도 적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며 “여의도순복음교회 및 기타 교회 유관기관에 대한 경영‧인사‧자금에 관한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한 사람으로, 조 목사의 승인 없이는 범죄행위가 불가능했다”고 판시했다. 조 목사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 원을 선고 받았고, 조희준 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조용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반면 항소심에선 일부 혐의가 무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조 원로목사의 조세포탈 혐의를 무죄로 봤고, 감형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절세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 뿐, 조세포탈을 지시하거나 공모하지 않았다”는 조 목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한편 “공익법인인 교회가 영리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려면 신고를 해야 하는데 교회 측이 신고하지 않아 과세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조희준 씨 역시 조 목사와 함께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조 목사 부자는 2014년 항소심 선고 직후 “형량이 너무 높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맞서 조세포탈 혐의 무죄 결정에 불복한 검찰도 함께 상고했다. 대법원은 3년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조 목사 부자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그동안 대법원은 사건 관계자들에게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사안 및 쟁점이 복잡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 일가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은 또 있다. 조 목사와 조희준 씨 사건과 별개로 재판을 받던 조 목사의 차남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47)도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됐다.
앞서 조 회장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신문발전위원회로부터 지원받은 신문발전기금 2억 원을 국민일보 신문제작편집시스템에 사용하면서 용역대금 중 일부인 1억 4100만 원을 다시 돌려받기로 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고 대금을 부풀린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신문산업 진흥을 위해 국고로 마련된 기금을 일부 유용한 죄질은 가볍지 않다”며 조 회장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도 “국고로 마련된 기금 중 일부를 유용한 사실이 인정되나,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리고 지난 3월 30일,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 “조 목사, 스스로 일선에서 물러나야”
조 씨 일가가 나란히 유죄가 확정됐지만, 그동안 이들 사건으로 내부 분란이 심각했던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산더미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조 목사는 앞서의 사건과는 또 다른 비리 의혹도 받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들은 2015년 10월, 조 목사가 특별선교비와 퇴직금 등 교비 ‘800여 억 원’을 횡령한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장로들은 조 목사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 동안 교회 예산에서 600여 억 원을 개인적 용도로 꺼내 썼으며 퇴직금 200억 원을 교회 의결 등 절차를 밟지 않고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목사는 교비를 사용하면서 영수증을 남기지 않았고,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7억~8억 원에 불과한 퇴직금이 200억 원으로 불어난 명확한 이유도 없다는 게 장로들의 주장이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고발장 접수 8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조 목사가 ‘600억 원’을 지방회 목사 등에게 운영지원금 형식으로 건넸다는 별도의 장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관계자들 역시 지원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반면 장로들은 “조 목사가 지방회에 돈을 건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설교나 행사 참여 등의 목적으로 돈을 받았다”고 맞섰다. 장로들은 이 주장을 뒷받침할 일부 지방회의 회계장부를 입수해 2016년 7월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했다. 검찰에선 현재까지 이 사건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내부 분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비리에 대한 조 목사의 거취 문제도 논란거리다. 각종 비리 의혹을 받는 데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내려진 조 목사가 교회에서 떳떳하게 설교를 하는 게 맞지 않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그동안 조 목사는 앞서의 주식 매입 사건으로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됐지만, 선고 3일 만에 교회 강단에서 설교를 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이날 조 목사의 설교 주제는 ‘고난을 극복하는 세 가지 길’이었다. 그는 자신의 유죄판결에 대해 “마치 조개가 진주를 만들 때 아파하는 것처럼 하나님이 신자를 진주처럼 만들기 위해 고난을 주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조 목사의 ‘진주조개’ 발언을 두고 교계 안팎에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잇따랐다.
조 목사의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부에서는 교회 창립 최초로 ‘시무정지’ 움직임도 있었다. 시무정지가 되면 조 목사의 설교나 기타 교회 관련 모든 직무가 정지될 수 있다. 교회 내부의 법제위 결정 과정에서 ‘만장일치’가 나올 정도로 의지가 확고했다. 그러나 안건은 총회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유야무야됐다.
조 목사는 현재까지도 주일 4부 예배 설교권을 갖고 있고, 교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는 추후에도 변동이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한 관계자는 “조 목사는 그동안 대법 선고가 내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회 강단에 계속 올라 설교를 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일부 신도들 사이에서 ‘조 목사의 죄를 용서하자’는 취지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조 목사가 앞으로도 교회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귀띔했다.
조 목사 일가의 재정 비리를 고발하고 교회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기도모임)’은 조 목사가 은퇴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도모임 관계자는 “장로로서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 6년 동안 분쟁 속에서 지내왔다”며 “교회 자체 법에 따르면 실형이 확정되면 누구라도 교단을 떠나야 한다. 조 목사가 스스로 회개하며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우리도 그를 용서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비리 고발’ 기도모임, 출교·제명 조치에…“보복성 묻지마 징계” 지난 2011년 3월 구성된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기도모임)’는 조용기 목사의 주식 매입 비리, 800억 원 교비 횡령 등의 검찰 고발을 시작해 최근 주식 매입 비리에 대한(배임 혐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6년간 교회 내부 분란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기도모임 소속 장로들은 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일방적으로 출교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기도모임 측은 “절차도 지키지 않고 근거 없이 진행한 보복성 징계”라며 맞서고 있다. 기도모임은 지난 5월 17일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내려진 조 목사의 ‘주식 매입 비리’를 시작으로 그동안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조 목사 일가의 비리를 수차례 폭로해 왔다. 이들은 “교회 돈을 창립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음대로 사용하는 재정비리를 더 이상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교회를 개혁하고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조 목사의 ‘교비 800억 원 횡령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끝나자마자 불거졌다.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의견을 냈고, 이 내용이 교회에 전달되자마자 교회 측이 강경 대응에 나섰다. 기도모임 소속 장로들에게 무더기 중징계를 내린 것. 순복음교회 당기위원회는 지난해 8월 14일 서울 여의도 세계선교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조 원로목사를 고발한 기도모임 소속 장로 11명에 출교, 5명에게 제명 조치를 각각 결의했다. 출교는 교단에서 내보내는 것이며 제명은 모든 직분을 박탈하는 것이다. 당기위는 징계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교회의 질서를 문란케 하고 악의적 언동으로 교회에 불이익을 초래했으며, 교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설명했다. 조 원로목사를 고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의혹이 교회의 신뢰와 위상에 흠이 됐고, 원인이 된 기도모임 장로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기도모임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징계 근거로 제시한 자료도 부실하고, 징계 절차도 잘못됐다는 것. 이를 토대로 기도모임 관계자들은 “교회 신뢰와 위상 실추는 표면적일 뿐, 보복성 징계와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징계의 근거로 제시된 자료는 조 원로목사에 대한 검찰 불기소결정서를 제외하면 조사보고서와 언론사 사설과 기사 등이 전부였다. 순복음교회 당기위가 기도모임 장로들에게 “당기위 재판에 참석하라”며 보낸 재판기일 통지서의 ‘소명 자료’를 보면, 기도모임특별조사팀 조사보고서, 기도모임 등기 현황, 검찰 불기소결정서, 국민일보 사설과 기사 각 1건씩이 기재돼 있다. 조사보고서 내용에는 기도모임 측이 열었던 기자회견 일정과 내용, 폭로 사실 등만 적혀있다. 여기에 기도모임은 징계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기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장로를 징계하고 이를 확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 실제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권징조례의 법 제4조 3항을 보면 “당회에서는 장로를 징계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당기위의 징계 결의는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의 지방회를 거쳐, 총회 재판위원회에 이르러야 최종 확정된다. 기도모임 측은 현재 총회에 항고를 한 상태다. 교회법에 따른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은 징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앞서 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조 목사에 대해서도 서둘러 조사에 착수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장로 징계 절차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정리가 더 필요하다. 아직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