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적폐세력 규정” 우병우 사단 정조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연합뉴스
[일요신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18기)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이 18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영렬 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지 하루만이다. 이영렬과 안태근은 이른바 ‘돈봉투 만찬’으로 물의를 빚고 있던 터라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신호탄이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오전 거의 동시에 기자단에 문자메세지를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영렬 지검장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공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 “감찰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안태근 국장은 “이번 사건에 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현 상황에서 공직 수행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사의를 표명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의 표명과 무관하게, 앞으로 진행될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지휘한 이 지검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와 관련, ‘조사대상’으로 지목됐던 안 국장과 만찬 중에 돈 봉투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일으켰다.
이 자리에는 특별수사본부 소속 간부 6명과 검찰국 1·2과장도 동석했으며, 안 국장은 수사팀 간부들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 이 지검장도 검찰국 1·2과장에게 격려금을 지급했다.
다음날 법무부 과장들은 격려금을 서울중앙지검에 반납했지만, 당시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으로 사회적 파장이 있던 만큼 만찬은 물론 돈봉투까지 주고받은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앙지검장이 상급기관인 법무부 간부에게 돈을 건넨 것 자체가 청탁금지법 위배는 물론 돈봉투의 출처 논란까지 확산되었다. 이에 검찰과 법무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비난이 거셌다.
빨간불 켜진 검찰.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비검사 출신인 조국 민정수석을 내정하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급기야 17일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의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위법성 등을 조사하기 위해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한 지 하루만에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검찰 조직은 잔뜩 움츠린 모양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인 가운데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 등을 내세우며, 우병우 특검 추진 가능성까지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