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검장은 체질 개선, 박 국장은 인사 쇄신 담당 전망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윤석열 지검장이 아닌, 박균택 검찰국장 손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대검 형사부장 재직 때 박 국장의 브리핑 장면.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지낸 인사의 전망이다. 검찰국장은 모든 검사들의 평가를 담당하며, 매년 이뤄지는 검찰 인사를 주도하는 자리다. 이 인사는 “박균택 국장은 형사부 사건을 주로 도맡아 처리하며 성장한 기획통에 가깝다”며 “과거 검찰 인사를 담당해봤기에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국장을 맡아 인사를 통한 검찰 개혁을 주도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을 통한 개혁은 검찰 내부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검찰에서 정기인사를 통하지 않고, ‘빅4’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 평검사가 임명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재 검사장으로 승진한 검찰 기수는 사법연수원 22기가 마지막이고, 지난해 말(12월) 정상적으로 정기 인사가 있었다면 윤석열 지검장이 속한 사법연수원 23기가 승진 차례였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역시 윤석열 지검장과 동기가 맡고 있는 상황.
때문에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파격을 넘어선 인사로 검찰 내부에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연수원 21기인 박균택 신임 검찰국장을 통한 개혁은 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균택 국장은 호남 출신으로 광주 대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1989년 사법시험을 합격했다. 대검찰청 형사1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 부장검사를 역임하는 등 그 뒤 주로 형사사건을 맡았고, 2015년 인사 때 기수 중에는 1차로 검사장을 달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균택 검사장 선임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역을 떠나 적임자라고 판단했지만 탕평의 효과가 난다면 그것은 더더욱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는데, 박 검사장의 임명으로 9년 만에 호남 출신 법무부 검찰국장이 탄생했다. 박 국장은 평소 부드러운 성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업무를 담당할 때는 매우 꼼꼼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 국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대검 관계자는 “관심 있게 보는 사건에 대해서는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확인한다”며 “형사 사건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박 국장은 기자와 만나, “나는 대검 형사부장을 하는 게 꿈이었던 사람”이라고 말했던 적도 있다. 박 국장의 이런 수사 스타일까지 감안할 때, 박 국장은 신임 법무부 장관의 지휘 하에 문재인 정부가 주도한 주요 사건보다는 인사를 통한 개혁을 전담할 가능성이 높다.
강골로 분류되는 윤석열 신임 지검장은 인적 쇄신보다는 ‘사건을 통한 검찰 개혁’을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원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는, 공안부와 특수부를 통해 대한민국을 뒤흔들 굵직한 사건들을 고르고, 어디까지 수사할지 누구까지 처벌할지를 결정하는 자리”라며 “윤 지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것은 언론에서 얘기하는 검찰 인적 쇄신 목적보다는 검찰의 체질 개선목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안부와 특수부에서 인정받던 검사들이 대거 물갈이 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전망. 이 부장검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보수화된 공안부, 특수부 검사들이 요직으로 분류돼 10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인사를 받아왔다면 이번 정부에서는 지난 정부 때 실력을 인정받은 검사들이 대거 물을 먹을 수 있다”며 “아마 과거 김대중 정부 때처럼 특수부 검사들이 공안을 하고, 공안부 검사들이 형사부에 가는 파격 인사가 또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검찰은 ‘돈봉투 만찬’ 사건 진상 조사와 파격 인사로 충격에 빠진 상태다. 앞서의 부장검사는 “이번 문재인 정부의 ‘윤석열 중용 인사’는 검찰 내 하마평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지 않았느냐”며 “그동안에는 그래도 법조인 출신이 법무부 장관으로 올 것으로 내다봤는데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비법조인 출신도 충분히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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