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민주당 한꺼번에 ‘몰아치기’
▲ 구 여권 인사들을 향한 검찰의 내사가 심상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서초동 대검찰청. | ||
야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처형인 김옥희 씨 공천로비 사건과 유한열 전 한나라당 고문의 군납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궁지에 몰린 이 대통령과 여권 핵심부가 구여권과 야권 인사를 겨냥한 강력한 사정드라이브로 대반전을 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일요신문> 취재결과 검찰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불거진 대형 게이트 사건에 연루됐던 일부 인사들의 또 다른 비리 정황을 잡고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의도 정가를 뒤덮고 있는 검찰발 사정드라이브 속으로 들어가 봤다.
“비리 사건은 관련자의 지위고하와 소속 여부를 막론하고 사정기관에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8월 12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가진 회동 자리에서 강조한 일성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여권이 8·15 광복절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정국 주도권 장악에 나설 것이란 관측과 맞물려 정치권에 또 하나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의 ‘돈 봉투’ 사건, 김옥희 씨 공천로비 사건, 유한열 전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군납비리 사건 등 여권 관련 비리 의혹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수세에 몰린 이 대통령과 여권이 대반격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8월 14일 당 소속 김재윤 의원이 병원 인허가 로비 의혹과 관련해 3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은 데 이어 수뢰 혐의를 받고 있는 김진억 임실군수가 민주당 지도부 등에 구명 로비 차원에서 억대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권 차원의 표적수사, 여권의 권력형 비리를 퇴색시키기 위한 ‘물타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는 동시에 “정치보복의 신호탄”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14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강력한 사정’ 발언을 한 이후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야당 의원에게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신호탄”이라며 “여권의 다른 사건은 금융조사부 등에서 조사하고 유독 이 사건을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하는 것은 대통령의 뜻을 받든 검찰의 물타기 수사가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실정으로 국민의 비판여론이 높아지면 국면전환을 위해 사정으로 가는 게 수순”이라고 ‘기획 사정’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김재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문제의 돈은) 차용증까지 써준 정상적 금전소비대차 계약으로 빌린 것”이라며 “이번 수사는 야당 정치인에 대한 무리한 표적수사로, 촛불집회에서 당 국민보호단장 등을 맡으면서 정권의 가시가 된 것 같다”고 반발했다.
▲ 정세균 대표 | ||
야권 인사들과 관련한 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오자 한나라당은 호기를 잡은 듯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고 있다. 차명진 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 김재윤 의원의 3억 수수 의혹, 김진억 임실군수 건설업자로부터 수억 수수 의혹, 민주당 지도부 김 군수로부터 수사무마 명목으로 수억 수수 의혹 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10년 정권의 적폐가 하나둘 파헤쳐지고 있다. 말로는 서민·중산층을 위한다면서 뒤로는 서민·중산층의 뒤통수를 때리는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의 ‘비리사건 철저 수사’ 발언을 신호탄으로 현 정부가 야권을 겨냥한 본격적인 사정 드라이브를 구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김재윤 의원 사건 등 수면 위로 부상한 사건들 외에 구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갖가지 사건들에 대해 대대적인 내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때 국세청 수장을 지낸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심상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 전 청장이 80여 개 차명계좌를 통해 50여억 원에 달하는 개인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비자금 조성 경위 및 용처를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S 해운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 사건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S 해운 로비 사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L 의원 등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이 다수 연루됐을 것이란 의혹이 끊이질 않았었다.
검찰 주변에서도 아직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은 또 다른 대형 사건이 터질 것이란 소문이 무성히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 14일 기자와 만난 대검의 한 관계자는 “구여권 인사들과 관련된 대형 사건을 대검 중수부에서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내사 사건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내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불거진 대형 게이트 사건의 주역이었던 A 씨가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수사가 본격화되면 구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과 관련해서는 부실·봐주기 논란을 야기한 바 있는 검찰이 야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또 검찰발 사정정국이 여의도 정가를 어떻게 뒤흔들지 정치권의 시선이 서초동 검찰청사로 향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