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가두리·하우스…말만 하면 ‘뚝딱’
미얀마 남부 웨이싸웅 앞바다로 나간 ‘장이라는 남자’.
그런데 어느 날, 그가 뜬금없이 배를 만든다고 합니다. FRP로 만드는 쌍둥이 배입니다. 배 2개가 간격을 두고 붙는다고 합니다. 한창 건조 중입니다. 도색도 더 해야 하고 갑판도 만들어야 합니다. 엔진에다 풍력으로 다닐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만드는 덴 참 소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어봅니다. 어디다 쓰려고? 가두리 양식장에도 오가며 쓰고 깊은 강에 사는 대어도 낚아보려고 한답니다. 여기 배들은 폭이 너무 좁아 작업하는 데 불편합니다. 기우뚱거립니다. 그래서 2개를 붙여 움직이는 쌍둥선이 되었답니다. 배가 완성되면 강을 따라 히말라야 산맥 아래의 북부 미찌나까지 올라가겠다고 합니다. 이라와디 강의 어종과 생태계를 조사하는 여행도 그에겐 흥미로운 일입니다.
손재주가 좋은 그가 쌍둥이 배를 만들고 있다.
그는 바다를 좋아하니 가끔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합니다. 저는 멀리 내륙에 와 있어 같이 가질 못합니다. 웨이싸웅 앞바다는 바다낚시가 잘 되는 곳입니다. 배를 타고 2시간쯤 나갑니다. 배에서 자며 낚시를 해도 되고, 웨이싸웅 해변 리조트에서 묵고 새벽에 채비를 해도 됩니다. 경치도 좋고 물빛도 아름답습니다. 건기 때는 고요합니다. 11월에는 참치 종류와 다금바리가 잡힙니다. 이빨이 사나운 바라쿠라라는 물고기도 있습니다. 쥐치도 많은 곳입니다. 지금은 여름의 끝자락이지만, 6월이면 우기가 시작되면서 파도가 거세집니다. 조업이나 낚시가 어렵습니다. 미얀마에는 미얀마여행동호회가 있습니다. 20여 교민들이 모여 한 달에 한 번 바다 등지로 여행을 간다고 합니다.
‘장이라는 남자’. 늘 무엇을 만드는 남자, 답답한 이웃을 보면 참지 못하고 곁에서 만들어주는 남자. 그가 만든 배는 이제 6월이 시작되면 강으로 나갑니다. 모든 일손을 놓고 그는 긴 여행을 떠날 것입니다. 그 배는 제가 사는 도시까지 거슬러 올라오겠지요. 그런 그도 가끔은 먼 바닷가에서 밤늦게 카톡을 보냅니다. 아주 형이상학적인 질문이어서 답할 수가 없습니다. 삶과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누구나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해외에 사는 많은 이들에게 찾아오는 삶의 고뇌들. 그래서 그가 배를 만들기 시작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노래가 된 시처럼. ‘작은 배로는 떠날 수 없네,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웨이싸웅 앞바다는 경치도 좋고 물빛도 아름다워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오베라는 남자는 다행히 자살하지 않고 눈 오던 날, 평안히 영원히 잠들었습니다. 유서에는 남겨진 재산목록이 꼼꼼히 적혀 있습니다. 받을 이웃사람도. 홀로 남게 될 고양이의 식단도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장례식에 대한 정확한 지침도 있습니다. 조문객 금지, 시간낭비 금지, 그저 아내 소냐 곁에 묻어주길. 살아 생전에 소냐가 한 말을 오베는 기억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 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오베와 장. 두 남자는 까칠하지만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이웃에게 나눈 남자들입니다. 소냐의 말처럼, 이웃을 자기 이웃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기 때문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