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만 하기엔 춥다” 브랜드 유통 중무장
한세실업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급감했다. 한세실업의 온라인 부문 계열사인 아이스타일24의 2013년 행사 모습. 연합뉴스
국내 의류 OEM 대표 기업인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은 지난 1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원무역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405억 원, 영업이익은 3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6%, 4.22% 증가했다. 그러나 한세실업은 지난 1분기 4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81% 급감했다. 다만 매출액은 3864억 원으로 7.6% 증가했다.
영원무역 매출은 글로벌 아웃도어 시장 훈풍에 힘입어 소폭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세실업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은 주요 수출국인 미국 시장의 수주 물량이 감소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연간 미국 의류 수입량은 2015년에 비해 1.1%, 의류 수입액은 5.5% 감소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대미국 수출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해 실적이 감소한 것”이라며 “경기 영향을 받아 다들 비슷한 상황이지만 하반기 미국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보여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원무역은 올 1분기 실적이 소폭 상승해 시장의 우려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연합뉴스
의류 OEM 업체의 매출원가는 원자재 60%, 인건비 20%가량으로 구성된다. 또 원자재는 바이어가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인건비 정도다. 이 때문에 의류OEM업체들은 생산기지를 중남미에서 동남아로 옮겨가며 인건비 절감 지역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의류업계에서는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의류업계 한 관계자는 “OEM은 마진이 너무 낮아 결국 의류브랜드나 직접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원무역은 아웃도어 제품에 집중하고 의류 브랜드 유통 사업을 강화하며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2013년 영원무역홀딩스의 전체 매출의 39% 수준이던 ‘브랜드유통 및 기타 사업’이 2016년에는 51%까지 증가했다. 또 의류에서 신발·백팩·기능성 니트 및 원단 생산까지 사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등산복 브랜드로 유명한 노스페이스의 국내 판권을 가진 영원아웃도어㈜는 국내 시판 노스페이스 의류의 80%를 직접 기획하고 있다.
한세실업도 본격적으로 브랜드유통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TBJ·AnDew·BUCKAROO·NBA 등 의류브랜드를 보유한 엠케이트렌드를 인수하며 의류 브랜드 유통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한세예스24홀딩스를 통해 온라인도서, 출판업, 디지털콘텐츠 등 의류에서 문화콘텐츠로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했다.
하지만 의류업계에서는 의류 OEM 업체들의 브랜드 유통 사업에 뛰어들어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드물다고 보고 있다. 디자인과 마케팅, 유통 역량을 갖춰 브랜드를 시장에 성공시키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의류업계 한 관계자는 “OEM업체는 마진이 낮아 브랜드 유통 사업에 뛰어든다”며 “납품에서 한 발 더 나가 의류 브랜드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미국 경기 상승을 기대해 OEM 부문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의류 브랜드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원사부터 최종 의류생산까지 옷을 생산하는 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큰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