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도 흙수저 출신 기술관료 홍영칠, 김정일에 발탁된 후 승승장구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월 17일 ‘광명성4호’ 발사에 기여한 관계자를 대상으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김정은 좌측 원안 인물이 홍영칠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북한의 의회) 제13기 5차 회의에 유독 눈길이 가는 인물이 있었다. 홍영칠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중장 계급이 달린 군복을 입고 등장한 것이다. 김정은 시대 개막과 함께 핵미사일 개발 분야 주요 행사 때마다 지근거리에서 김정은을 보좌했던 홍영칠 부부장은 북한 내 신진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의 상징과 같은 인물로 조명받고 있다.
지난 2014년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북한 전문 블로그 ‘3·8노스’는 “김정은 시대 들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과학자의 세대교체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그 핵심 인물로 홍영칠 부부장을 꼽기도 했다.
필자가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파악한 홍영칠 부부장의 개인 신상은 다음과 같다. 1959년생인 홍 부부장은 50대의 비교적 젊은 기술관료 출신이다. 그는 북한에서도 통제된 오지로 불리는 자강도 룡림군 태생이다. 당연히 별 다른 집안 배경은 없다. 그는 오로지 실력으로 명문 김일성종합대학 자연과학부를 높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것도 ‘직통생(군대를 거치지 않은 졸업생)’ 출신 간부다.
대학 시절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홍영칠 부부장은 해외에서 외국 유학 혜택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외국어 능력(영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과 국제적 감각도 겸비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그는 군수공업 부문의 핵미사일 분야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무기 생산 개발에 박식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초기 제2경제위원회(북한의 군수 산업을 담당하는 실질적 부서) 산하 자강도의 한 군수공장에서 기술관리자로 근무해왔다.
홍 부부장의 가족으로는 부인과 아들, 딸을 두고 있다. 아들은 현재 대학생이며 둘째인 딸은 9살의 늦둥이로 파악된다. 첫 번째 부인과는 사별한 관계로 두 아이의 모친은 각각 다르다.
홍 부부장이 중앙무대로 발탁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의 일이다. 2003~2004년경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제2경제위원회 소속으로 있었던 홍영칠을 눈여겨봤고, 곧바로 당 서기실의 군수공업 담당 서기로 차출시킨다. 김정일은 중앙무대로 홍 부부장을 발탁한 이후에도 그의 업무능력을 면밀히 테스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 과정을 거친 김정일은 홍 부부장을 김정은의 세습권력 구축의 핵심인사로 점지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참고로 김정은은 북한 내부에서 2006년경 세습후계자로 내정됐다.
앞서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홍 부부장은 김정은의 후계세습 과정 초기부터 군수공업 분야의 옹위자로서 뿐만 아니라 핵심참모 역할을 꾀했으며 이러한 인연으로 현재의 자리에 이르렀다. 김정은 정권의 핵심정책이 핵미사일 개발인 관계로 이와 직접 관련한 기술관료인 홍 부부장이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필자가 파악한 홍 부부장의 실권과 위치는 현재 드러난 것 그 이상으로 보인다. 필자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홍 부부장이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이외에도 당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직지도부 부부장직과 당 중앙위원회 정무국의 책임자 지위를 겸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파악했다. 북한 내에서 최근 겸직제가 성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당과 국무위원회 등을 겸직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홍 부부장처럼 당 핵심요직 세 개를 동시에 겸직한 인물은 많지 않다.
북한 핵개발의 실무 핵심인사로 꼽히는 홍영칠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지난 4월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 군복을 입고 참석한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홍영칠 부부장은 북한 조선중앙TV가 12일 방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 회의 장면에서 중장(별 2개) 계급장이 달린 군복(붉은 원)을 입고 앉아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홍 부부장의 위치가 단순한 기술관료를 넘어섰다는 것을 증명한다. 첫째로 홍 부부장은 북한 권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조직지도부의 군수공업 분야 담당 부부장을 겸하고 있다. 홍 부부장이 북한 내 모든 기관의 당적 지도와 감시 및 통제와 인사를 책임지는 조직지도부 부부장직을 겸직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실제로 김정은에게 인사와 관련하여 많은 조언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둘째로 홍 부부장은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좌하고 관리하는 당 중앙위원회 정무국 책임자로 있다는 후문이다. 정무국은 지난 제7차 당 대회에서 기존의 당 서기실을 개편한 조직이다. 아직 정무국에서 홍 부부장의 정확한 직함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그가 국장직을 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홍 부부장은 핵심 기술관료로서의 성격을 넘어 이미 김정은의 정무 보좌 역할도 겸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정무국에서 매일 아침과 저녁, 김정은의 육성 및 친필 지시를 직접 하달 받는다(그런 홍영칠도 지난 2016년 봄 잠시 ‘혁명화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김정은의 간부 길들이기 차원으로 사료된다).
또한 필자는 지난 1월 연재를 통해 김정은 시대의 정책 컨트롤타워이자 브레인스토밍 그룹인 ‘선군혁명소조’를 조명한 바 있다. 김정은이 직접 소조의 조장으로 이끌고 있는 이 선군혁명소조에 홍 부부장도 핵심 멤버로서 참석하고 있다. 이 선군혁명소조는 북한 각 핵심 권력기관들의 책임자들이 회의 주제에 따라 게스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실제 인간적으로도 김정은은 홍 부부장을 매우 신뢰하고 가까이 하는 인사로 파악된다. 핵미사일을 담당하는 특수한 지위 탓도 있겠지만, 홍 부부장은 김정은과 매일 정기적으로 마주하는 몇 안 되는 인사라고 한다. 또한 스포츠광인 김정은은 건강상태가 좋았던 집권 초기 1주일에 한두 차례 테니스를 즐겼는데, 바로 그 파트너가 홍 부부장이었다는 후문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겸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