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000명 위자료 청구 소송…7월엔 블랙리스트 손배소송도 시작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국민 5000명이 제기한 민사소송도 이달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6월 26일 오후 4시 국민 5001명이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차 변론기일을 연다. 원고는 곽상언 변호사 외 5000명, 피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 측 소송대리인은 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본격 시작되기 전 추가로 선임한 도태우 변호사가 맡았다.
이 소송은 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시민들의 뜻을 모아 진행하고 있다. 곽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6일 시민 5000명을 대리해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을 찾았다. 소장에는 “박 대통령의 불법행위는 단순히 피고의 정치적인 책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봐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직무를 이용한 범죄행위,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의 거짓 해명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잃고 수치스러워 하고 있다”며 소 제기 이유를 밝혔다. 이들이 손해배상으로 청구한 금액은 1인당 50만 원으로 모두 25억여 원에 달한다.
사실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5000명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국정농단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드러나고, 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 곽 변호사는 ‘대통령 박근혜 위자료 청구소송’ 홈페이지를 개설, 참여자를 모집했다. 그 결과, 개설 48시간 만에 8000여 명이 참여했고, 현재까지 1만여 명 이상의 국민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5000명이 먼저 지난해 12월 1차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섰고, 올해 1월 4일에는 국민 4160명의 목소리를 담은 소장이 2차로 접수됐다. 이 민사소송은 아직 재판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곽 변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박 전 대통령 위자료 청구소송 진행 경과를 알리며, 6월 초순경 3번째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 위자료 청구소송 승소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통상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고의성, 피해사실, 불법행위와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이에 대해 곽 변호사는 “헌재의 탄핵 결정 내용은 대통령이 대통령의 직무를 이용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에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는 것”이라면서 “헌재의 논리구조를 따라가면 승소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소송이 갖는 의미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대통령이 잘못하면 소송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이번 송사를 법리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주의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7월에는 블랙리스트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시작된다. 이 소송의 피고인에도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포함돼 있다. 지난 2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461명의 문화예술인을 원고로 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민변은 대한민국,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을 피고로 적시했다.
민변에 따르면, 오는 7월 3일 오후 4시 첫 변론기일이 열리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6부가 재판을 맡을 예정이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1인당 100만 원으로 모두 4억 6000여 만 원에 달한다. 아울러 민변은 지난달 22일 1차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예술인 14명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장에 적시된 피해자 등 9명(단체 포함)이 박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추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블랙리스트 집단소송에 참여한 예술인은 총 484명이 됐다.
과연,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 본격적인 ’소송 폭탄‘에 직면한 박 전 대통령이 ’사면초가‘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또 다른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노무현 사위 곽상언 변호사 “2차 소송 4160명엔 특별한 의미가…” 곽상언 변호사. 연합뉴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고 촛불집회가 한창 벌어질 때 친한 변호사 몇 명과 함께 ‘우리가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나누다가 ‘그럼 이론적으로 혹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연구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검토 결과, 이론적으로 소송이 가능하단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려 진행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 사위라는 상징성이 있다. 그 점에 대해 부담감은 없었나. “소송 제기할 당시만 해도 노 전 대통령과의 인척 관계 때문에 안 하려고 했는데 동료 변호사가 ‘당신이 해야 많은 사람들이 참가를 한다’고 권유했다. 저도 나름대로 불편하고 고통스럽지만 고민 끝에 총대를 메기로 결정했다.” ―이 소송에 1만여 명 넘게 참여했다. 1차에 5000명, 2차엔 4160명인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 “일부러 4160명으로 잘랐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날이 4월 16일이고 그 의미를 담기 위해서다. 다행히 1차에 5000명 접수 이후에 4160명 이상 접수를 해 주셔서 4160명으로 맞춰서 하게 됐다.” ―승소 가능성은 어떻게 예상하나. “그동안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소송은 선례가 없었다. 현직 대통령의 범죄행위가 드러난 경우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청구한 원인은 대통령이 그 직무 행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인데 그것은 법률·헌법 위반행위를 말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은 대통령이 그 직무를 이용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에 파면한다는 것인데 헌재 논리를 따라가면 승소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헌재 결정이 나온 다음 헌재 결정문을 위자료 청구사건의 증거로 제출했고, 그와 동시에 법원에 헌재 사건기록 전체를 복사해달라고 신청해 놓은 상태다.” ―재판 결과를 떠나 이번 소송을 통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먼저 대통령이 직무집행을 할 때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데에 의미가 가장 크고, 또 대통령도 직무상 정치행위나 통치행위가 아니라 직무를 이용한 위법행위를 했을 때는 국민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주고 싶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