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물밑에서 조용히”…거론된 당사자들 “난감할 뿐”
과연 한화는 앞으로 남은 93경기(6월 1일 현재) 동안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갈 것인가, 아니면 신임 감독 선임으로 분위기 전환에 나설 것인가. 한화의 새 감독 찾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김성근 감독의 중도 퇴진으로 야구계는 한화의 감독 후보군을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크게는 50대 감독 후보군과 40대 후보군으로 나뉘고, 한화 프랜차이즈 출신과 비 한화 출신으로 구분 짓고 있다. 또는 올 시즌을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그렇다면 후보군으로 떠오른 인물들이 누군인지 먼저 확인해보자.
한화의 새 감독 후보들 중 하나로 거론되는 정민철 MBC스포츠+ 해설위원.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현재 한화 신임 감독 후보군에 오른 50대 감독들 중에는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54),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57), 류중일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54)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야구계에서 베테랑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한화 이글스의 팀 색깔이나 운영 방침에 적합한 적임자이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해설위원 A 씨의 설명이다.
“한화는 이미 김성근 감독의 독선적인 팀 운영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팀이다. 그리고 단장이 감독을 역임했던 박종훈 단장이다. 박 단장과 김 감독의 세력다툼이 외부에 알려질 정도로 힘든 경험을 했는데 50대 후반인 박 단장(58)과 비슷한 연배의 감독을 새 감독으로 앉힐지는 의문이다. 한화는 올 시즌 성적보다 팀의 장기적인 육성에 뜻을 같이할 수 있는 감독을 찾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점에서 50대의 베테랑 감독 후보군들은 한화가 추구하는 방향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40대 후보군들 중 프랜차이즈 스타들?
현재 미디어와 한화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후보군은 송진우 전 해설위원(51)과 한용덕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52), 그리고 정민철 MBC스포츠+ 해설위원(45) 등이다. 이 가운데 한용덕 코치와 정민철 위원은 가장 현실적인 감독 후보군으로 꼽힌다. 해설위원 B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한화는 현재 변화를 원하고 있다. 김응용-김성근 시대를 겪으면서 젊은 감독에 대한 갈증도 내재된 상태이다. 그런 점에서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사방으로 흩어진 이글스 출신들을 불러 모을 계획도 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한용덕 코치와 정민철 위원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물론 한 코치는 현재 시즌 중이라 두산 수석과 투수 코치를 맡은 상태에서 팀을 옮기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옮기는 자리가 감독이라면, 그리고 한화와 두산의 이해와 협조가 이어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한 코치보다 정민철 위원이 한화가 추구하는 색깔과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정 위원에 대한 호감도가 꽤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이상군 감독 대행 체제로 가는 건?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화가 굳이 이상군 감독대행 카드를 버리고 시즌 중에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면서 혼란을 자초하겠느냐는 의견도 대두된다. 한화를 전담하고 있는 C 기자는 “현재 구단 분위기상 이상군 감독대행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전했다.
“김성근 감독이 나갈 때만 해도 구단에선 곧장 신임 감독 선임 작업을 서두른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며칠 동안 구단은 회의 중이란 얘기만 반복하면서 어느 후보군과 접촉했다는 루머조차 안 나온다. 이는 구단이 새 감독 선임 작업에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더욱이 한화는 고참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이상군 감독대행도 선수들에게 최대한 자율을 부여하면서 자발적으로 경기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다. 웬만하면 선발 투수에게 마운드를 맡기고 있고 김성근 감독 시절에 유행했던 ‘퀵후크’를 시행하지 않는다. 어려운 여건에서 분위기 쇄신에 어느 정도 성공한 마당에 구단이 굳이 새 감독 선임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C 기자는 “앞으로 한화의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연패를 거듭한다면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을 수 있기 때문에 구단으로선 그 대안을 마련해 놓을 것”이란 내용도 덧붙였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팀을 빠르게 안정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합뉴스
# 한용덕 코치, 정민철 위원의 반응
한화의 새 감독 관련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거론된 감독 후보군인 한용덕 두산 코치와 정민철 위원과 직접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먼저 한용덕 코치는 기자의 전화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두산에 소속된 코치로선 다른 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나타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구단과 구단의 관계가 있고, 사안 자체가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즌 중이고 우리 팀을 돌보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내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
한 코치에게 만약 한화 감독직 제안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한 코치는 “그건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 지금으로선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는 말로 입장을 정리했다.
정민철 위원은 이와 관련된 문제로 기자들의 전화를 상당히 많이 받았다고 토로하면서 한 코치와 마찬가지로 난처한 심경을 토로했다.
“친정팀 감독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훌륭한 선배들이 많이 계신데도 불구하고 내 이름이 거론됐다는 것만큼은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소문만 갖고 거취 문제를 왈가왈부하기가 애매하다.”
그러나 정민철 위원은 ‘만약’이란 단서를 붙이고 다음과 같은 얘기를 풀어냈다.
“3년 전, 유니폼을 벗고 현장을 떠날 때 이런 결심을 했었다. 방송을 통해 해설위원으로 나서는 건 잠깐 동안의 외출이 아닌 나름 사명감을 갖고 택한 새로운 도전이란 것을. 해설도 야구라는 범주 안에 놓여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것이란 사실을. 그리고 이후 현장으로 돌아갈 계기가 마련된다면 그 또한 사명감으로 받아들일 것이란 내용이었다. 항상 현장에 대한 그리움은 있다. 그게 지금일지 아니면 나중이 될지는 나조차 알 수 없는 부분이다.”
# 한화 구단의 입장은?
그렇다면 한화 구단은 현재 새 감독 선임과 관련해 어떤 입장인 걸까. 익명을 요구한 구단 관계자는 조심스러운 상황임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금은 모든 게 진행 중이다. 설령 구단에서 논의되었다고 해도 그룹에서도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감독 선임 문제를 외부에 노출하기보다는 수면 아래서 진행하기로 결정한 상태이다. 따라서 누구를, 어떻게 결정할지, 지금 어느 정도의 논의가 되고 있는지를 말하기 어렵다는 걸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룹에서도 공식 발표를 하기 전까진 인터뷰를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이 구단 관계자는 일부에서 제기된 박찬호의 감독 후보설에 대해 “이름과 명성에 기대 감독을 선임하진 않을 것이다. 철저히 구단 색깔에 맞는 지도자인지를 검토할 것”이란 말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아름다운 이별 생각했는데…” 김성근 전 감독은 어떻게 지내나 지난 4월 말경 기자는 한화 이글스 감독실에서 김성근 전 감독을 만난 적이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혼자 식사를 하고 있던 김 전 감독은 오랜만에 나타난 기자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이런저런 팀 상황을 설명하던 중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박종훈 단장과의 갈등을 떠올리며 한때 감독직에서 물러날 생각을 했었다고 밝혔다. “사실 시즌 시작하기 전부터 수차례 감독직에서 물러날 생각을 했었다. 그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배경에는 내가 데려온 코치들 때문이다. 나 혼자 그만두는 거라면 지금이라도 가능하지만 직장을 잃게 될 코치들을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올 시즌이 끝나면 더 이상 있고 싶어도 있을 수가 없다. 지난 2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올 시즌 잘 마무리해서 한화와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다.” 당시 김 전 감독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이전 어려운 상황에서도 목소리에 힘을 줘 얘기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야구계 후배와 다툼을 벌이는 모습으로 비치는 내 자신이 정말 창피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성근 전 감독.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결국 그는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5월 23일 그 감독실을 떠났다. 경질인지 자진사퇴인지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았지만 더 이상 KBO리그에서 김성근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5월 29일 오전, 김성근 전 감독과 전화 연결이 이뤄졌다. “어떻게 지내셨느냐”고 묻자 김 전 감독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금 등산 중”이라고 대답했다. 이후 인터뷰가 아닌 안부를 주고받으며 짧은 대화를 나눈다는 게 40여 분간 통화가 이뤄졌다. 김 전 감독은 자신이 한화 이글스를 떠난 과정에 여전히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구단과 대화를 나누기로 했는데 언론에 먼저 경질 기사가 나왔다며 섭섭해 했다. 인터뷰를 전제로 한 통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소개하진 못하지만 김 전 감독은 박종훈 단장에 대한 회한을 쉽게 풀지 못한 듯했다. 박 단장은 이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난 김성근 감독님과 대립각에 놓인 사람이 아니다. 우리 팀 감독님이지만 서로 다른 의견이 있었을 뿐이다. 시간을 갖고 그 의견 차이를 서서히 좁혀갈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박 단장의 바람과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박 단장 또한 김 감독이 물러나면서 일부 팬들로부터 집중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성근 전 감독과 박종훈 단장을 잘 알고 있는 한 야구인은 다음과 같은 말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성근 감독님의 평가가 어떠하든 그분은 야구계의 어르신이고, 한국 프로야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셨던 분이다. 한화가 그 분을 떠나보낸 과정을 지켜보며 아쉬움이 컸다. 한화는 굳이 이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감독님과 보기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 시기를 놓쳤고, 박종훈 단장을 영입하면서 한때 스승과 제자였던 두 사람이 얼굴 붉히고 싸우는 모습을 외부에 노출시켰다. 굳이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다. 같은 야구인으로 비통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 김 전 감독은 향후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백수가 무슨 계획이 있겠느냐”면서 “당분간 쉬엄쉬엄 등산도 다니고, 지인들과 술 한 잔하며 살아가는 얘기나 나누고 싶다”고 대답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