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체제를 보면 하드웨어가 보인다…커진 AMOLED 화면·듀얼렌즈 채택 유력
대표적인 루틴이 바로 WWDC(세계개발자회의)에서 iOS 개발자 버전 발표 후 가을 새 아이폰 출시에 맞춰 정식 공개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도 굳이 바꿀 필요 없는 대단히 합리적인 전략이다. 약 3개월의 여유를 두는 것은 테스트를 통해 오류를 수정하려는 목적 이외에, 개발자들로 하여금 새 운영체제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그래서 새 아이폰은 운영체제 안정성과 풍부한 콘텐츠 지원 속에 화려하게 출시된다. 물론 이러한 만반의 준비 속에서도 운영체제는 가끔 말썽을 부린다.
모든 애플 행사에서 팀 쿡 CEO가 무대에 올라와 던지는 첫마디는 ‘굿모닝’이다. 이것 역시 변하지 않는 애플의 루틴 중 하나다. 사진=애플 제공
올해 WWDC 2017에서는 어김없이 iOS11이 공개됐다. 이는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8(가칭) 출시와 동시에 업데이트 될 가능성이 99.9%다. 0.1%는 그 사이 도널드 트럼프가 세계 3차 대전을 일으킬 확률이다. 물론 명칭은 그간 애플의 패턴을 볼 때 아이폰7S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쏟아진 루머를 보면 디자인이 바뀔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애플은 디자인 교체와 함께 숫자를 하나 더 올린다. 이 역시 애플 특유의 패턴에 의한 합리적 추측이다.
iOS11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는 5S 이후 출시된 모든 아이폰에 적용될 예정이지만, 초점은 온전히 아이폰8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iOS11을 보면 아이폰8이 어떻게 출시될 것인지를 추측할 수 있다. 다음은 WWDC 2017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폰8의 강력한 힌트 4가지를 추려봤다.
#1 리디자인 반전 색상 → AMOLED 탑재
애플이 아이폰8을 위해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를 대량 주문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삼성은 아몰레드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유기EL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애플 역시 ‘레티나 디스플레이’처럼 독자적인 명칭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리디자인 반전 색상 기능은 발표 행사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발표 내용 이외에 달라진 점을 보여주는 화면에서 잠깐 스쳐지나갔을 뿐이다. 사진=WWDC2017 영상 캡처
이를 확증할 만한 증거로 iOS11의 ‘리디자인 반전 색상(Redesign Invert Colors)’이 있다. 이 기능은 흰색으로 표시되는 것을 검정색으로 바꾸면서 나머지 다른 색상도 여기에 어울리도록 바꿔준다. 간단히 말해 흰 바탕화면이 검정색 바탕화면으로 바뀌는 것이다. AMOLED 디스플레이에서 이 같은 변화는 이점이 많다. 우선 백라이트 대신 OLED 소자 하나하나의 발광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검정을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빛을 내지 않는 검정 영역이 많아지면 배터리 소모도 그만큼 줄어든다. 또 야간에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별로 어렵지 않은데도 iOS11에 최초로 탑재된 이유가 바로 아이폰8에서 AM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완벽한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작은 결정도 허투루 내리지 않는 기업이다.
#2 사진 앱 업데이트 → 새로운 화면크기 채택
iOS11의 사진 앱에는 ‘추억’ 기능이 더 강력해졌다. 이는 머신러닝 기술 기반으로 이미지를 분석해 애완동물, 아이와 같은 특정 피사체나 기념일 등을 분류하고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주며, 자동으로 간단한 영상을 생성한다.
iOS11에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추억 영상은 화면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 크기를 조절해 완벽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사진=WWDC2017 영상 캡처
애플은 이 기능을 활용해 만들어진 영상을 가로로 보여주기도 하고 세로로 보여주기도 했다. 보는 방향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resize)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아이폰의 화면 크기나 비율과 상관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아이폰8에서 화면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힌트로 보인다.
최근 흘러나오는 루머를 보면 아이폰8은 상하좌우 베젤을 최소화하고 물리 홈버튼까지 삭제해 전면부를 화면으로 가득 채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화면 비율도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과거에도 아이폰6부터 화면비가 한 차례 달라진 예가 있으며, 세로 화면비율을 더욱 늘린 갤럭시S8과 G6 등 최근 추세와도 맞는다.
#3 새로운 영상 및 사진 압축 코덱 → 카메라 성능 향상
iOS11에서는 사진을 촬영하면 기존 JPEG가 아닌 HEIF라는 새로운 포맷으로 압축돼 저장된다. 애플은 기존 대비 압축률이 2배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사진을 찍어도 사진 파일의 크기가 절반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애플은 독자적인 포맷을 채택하는 데 결코 두려움이 없다. 그만큼 자체적으로 구축한 플랫폼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사진=애플 제공
영상 역시 마찬가지. H.264에서 H.265로 압축 포맷이 변경된다. HEVC(High Efficiency Video Format, 고효율 비디오 포맷)로도 불리는 H.265는 기존 H.264 대비 압축 효율이 40% 더 뛰어나다.
애플이 새로운 압축 포맷을 선택한 것을 단순히 저장용량 절약 측면으로 보기는 어렵다. 압축률이 높으면 그만큼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카메라 성능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4K급 HDR 영상 촬영이 가능해진다거나, 저조도 상황에서 더 많은 광원 정보를 담을 수도 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아이폰7보다 월등히 좋아질 것은 분명하다.
#4 증강현실 강조 → 카메라 렌즈 수평 배열
삼성전자가 오큘러스와 손잡고 가상현실(VR)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것과 대조적으로, 애플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iOS11에서 오히려 증강현실(AR)에 베팅을 했다. VR은 새로운 맥OS ‘하이시에라’에서 발만 살짝 걸친 정도다.
하나의 렌즈로도 AR 구현은 가능하다. 하지만 듀얼 렌즈에서는 공간을 더 입체적으로 파악해 정밀한 가상현실을 구현해준다. 사진=애플 제공
‘포켓몬GO’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AR은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와 연관이 깊다. 아울러 세로보다는 가로로 촬영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따라서 AR을 더욱 쉽게 촬영하기 위해서는 듀얼 카메라 역시 가로 촬영 시 수평 방향으로 나란히 배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앞서 레노버가 만든 AR폰 ‘팹2프로’도 같은 구조다.
현재 듀얼 카메라를 채택한 유일한 애플 제품인 ‘아이폰7 플러스’는 세로 촬영 시 수평이 되도록 렌즈가 배열돼 있다. 따라서 아이폰8에서는 렌즈 배열이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온라인에서 아이폰8 유출 사진이라고 돌아다니는 사진들에도 카메라 렌즈가 가로 촬영 시 수평 배열돼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는데,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봉성창 비즈한국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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