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에 기댈 수밖에 없어…처벌 피하려는 심리 이용하는 게 유일한 방법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인기 그룹 빅뱅의 멤버 최승현 씨(30·예명 탑)가 5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최승현 씨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대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최 씨는 “대마인 줄 모르고 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연습생 A 씨와 함께 2016년 10월쯤, 서울 용산구의 자택에서 4회에 걸쳐 대마초와 액상을 4회 흡연한 게 확인됐다. (흡연) 날짜가 다르다”며 불구속 기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양형 기준에 맞춰 봤을 때 적절한 조치”라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검찰도 브리핑에서 “양형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는데, 최 씨가 일부 혐의를 자백한 점(대마 2회 인정, 액상은 부인)과 흡연 외에 범행이 없는 점도 구속을 피하는데 일조했다.
최 씨 외에도 최근 가수 가인 씨가 SNS에 “남자친구의 친구로부터 대마초 제의를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는 등, 최 씨의 대마초 사건을 계기로 연예계 전반으로 마약 수사가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 내에서는 ‘마약 수사 과정을 알면 연예인을 향한 마약 수사는 쉽게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확대 가능성은 낮게 봤다. 실제 5일 검찰 관계자 역시 ‘최 씨 외에 다른 멤버나 연예인 수사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수사하거나 대상이 되는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진술 밖에 의존할 게 없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습니다.”
강력통(마약·조직폭력 수사 전문 검사) 부장검사의 설명이다. 여러 차례 유명 연예인의 마약 수사를 담당했던 그는 “통상 연예인은 받아서 마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명 연예인이 있으면 수사 성과를 알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우리 수사의 최종 목표는 공급책”이라며 “수사 결과가 언론에 많이 알려지면 고과를 잘 받는 경찰이 연예인에 대한 수사를 검찰보다 더 선호하지만 연예인의 마약 수사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화처럼 덫을 놓고 수사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마약 수사는 ‘점’을 타고 이뤄지기 때문에 더 힘들다는 게 그의 설명. 이 부장검사는 “검거된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진술을 타고 넘어가면서 수사를 하는 게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수사를 하다보면 피의자들로부터 어떤 연예인이 자주 나타난다더라, 마약을 한다더라 하는 소문은 듣지만 그 한 사람을 잡기 위해 무작정 수사력을 낭비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우리는 수사를 하다가 ‘연예인 누구랑 언제 어디서 어떤 마약을 같이 했다’는 진술을 받아야만 그때 그 연예인을 수사하는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최승현 씨 역시 이 같은 과정에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이 판매상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 최 씨와 함께 대마를 흡연한 연습생 A 씨의 이름이 등장했고, A 씨를 추궁하자 최 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과정을 털어놓은 것.
강력부 출신의 다른 검사 역시 “보통 약쟁이들은 ‘공급책을 포함, 함께 마약한 사람을 불면 조금 봐줄 수 있다’는 제안에 넘어가곤 한다”며 “피의자가 마약을 100번을 했다고 해도, 실제로 100번을 다 했는지 장소와 시점, 그리고 정확한 마약 투여량을 수사기관이 입증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나. 때문에 자백과 함께 공범을 털어놓으면 기소할 때 마약 혐의를 줄여주고 대신 새로운 수사 대상을 확보하는 게 수사 전략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플리바게닝(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피의자와 거래하는 것)이라고 불리는 이 같은 수사 전략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정되지 않지만 이 때문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검사들이 적지 않다.
앞서의 검사는 “CCTV가 있는 곳에서 마약을 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미 시점이 지나 CCTV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기소할 때 내놓을 수 있는 증거는 마약을 했다는 신체적 증거(모발)와 진술뿐이고, 앞선 증거를 가지고는 언제쯤부터 마약을 했는지 정도만 알 수 있을 뿐, 정확한 횟수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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