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6000억 빚더미…지주회사·사업회사 인적분할 시 지배력 높아지고 자금사정 숨통
㈜효성 지배구조를 보면 조석래 전 회장이 10.15%(356만 주), 조현준 회장이 13.52%(475만 주), 조현상 사장이 12.21%(429만 주), 조 전 회장의 부인인 송광자 씨가 0.73%(26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6.7%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수 일가의 지분 자체도 부족한 상황은 아닌데 복잡하고 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가는 지주사 전환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 사옥. 최근 효성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박정훈 기자.
그런데 효성 총수 일가는 빚더미에 앉아 있다. 조석래 전 회장은 보유 주식의 약 45%인 218만 주가 담보로 잡혀 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은 각각 414만 주, 390만 주 등 대부분 보유 주식이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송 씨 역시 21만 주가 담보로 잡힌 상태다. 조현준 회장과 조 사장이 회사를 떠난 둘째 조현문 씨의 지분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차입한 돈이 많아서다. 총수 일가가 담보로 잡힌 지분만 1043만 주다. 담보인정비율 50%에 계약체결(변경포함)이 이뤄졌던 2015년 말과 지난해 평균시세(약 13만 원)로 따져도 6000억 원이 넘는 돈을 빌린 셈이다. 연간 이자만 2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효성은 지난해 4555억 원의 당기순이익(연결) 가운데 36.5%인 1663억 원을 현금배당했다. 총수 일가 몫만 52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연간보수는 조석래 전 회장 46억 원,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 형재 각각 13억 원씩 등 모두 72억 원이다. ㈜효성에서 연간 600억 원 가까운 돈을 버는 셈이지만 세금 등을 감안하면 가처분소득은 300억 원을 조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이자야 갚겠지만 원금까지 갚기에는 빠듯하다.
조 회장 형제가 아버지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받으면 채무도 함께 져야 한다. 조석래 전 회장의 ㈜효성 지분가치는 6000억 원이 넘는다. 3000억 원이 넘는 증여·상속세를 내야 한다. 대부분 보유 주식이 담보로 잡힌 상황에서 이 같은 자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효성을 지주회사 효성지주(가칭)와 사업회사 ㈜효성으로 인적분할한 후 총수 일가는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할 수 있다. 이때 5.26%의 자사주가 효성지주로 넘어가며 의결권도 되살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총수 일가는 효성지주 지분을 70% 이상 지배하고, 효성지주는 ㈜효성 지분 42.6%가량을 갖는다. 총수로서는 지배력이 높아지는 만큼 자금사정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효성지주 지분을 일부 매각해서라도 돈을 만들 수 있다.
현재 ㈜효성은 섬유,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무역 등 여러 사업 부문이 한 회사 내에 공존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계열사를 하나로 통합한 결과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부문별 실적이 안정화 단계를 넘어 성장하고 있어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각각의 사업부문 가치의 재평가(re-rating)가 일어날 수 있어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주가가 높아지면 대주주로는 담보가치 상승으로 주식담보대출 한도를 높일 수 있다.
효성과 형제그룹인 한국타이어그룹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한국타이어 역시 2012년 말 지주체제로 전환하기 전에는 지금의 ㈜효성과 비슷했다. 인적분할 전 조양래 회장 일가의 한국타이어 지분율은 36%가량이었다. 하지만 분할 후 조 회장 일가의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율은 74%에 달한다.
눈길을 끄는 점은 조양래 회장 일가가 한국타이어 지분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전량 현물출자하지 않은 점이다. 조 회장 일가는 아직도 한국타이어 지분 17%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36% 가운데 20%가량만 지주사에 출자하고도 74%의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현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한국타이어 지분율은 25.16%다. 조 회장 일가 지분을 일부 줄이더라도 경영권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다만 효성과 한국타이어의 차이는 있다. 효성은 다양한 사업 부문을 영위하고 있어 조 회장 형제 간 분리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도 조현준 회장은 섬유와 정보통신 부문을, 조현상 사장은 산업자재와 화학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매출액 비중은 조 회장이 22.4%, 조 사장이 30%다. 하지만 이익 비중은 주력인 스판덱스가 포함된 조 회장의 섬유 부문이 더 크다. 두 형제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타이어그룹은 타이어 부문뿐이다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나눌 게 없다. 인수합병(M&A) 등으로 사업다양화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최열희 언론인
조현준 회장 ‘금고’엔 얼마나…순자산 1500억 원 넘는다 조현준 효성 회장. 연합뉴스. ‘컨택센터’, 쉽게 말해 콜센터업을 영위하는 효성ITX는 최근 주가급등으로 시가총액이 2000억 원을 돌파했다. 조현준 회장이 지분 35.26%, ㈜효성이 지분 27.99%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의 지분 가치만 700억 원이 넘는다. 전자결제 및 모바일 커머스 사업을 하는 갤럭시아컴즈도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시총 1800억 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분은 조 회장이 33.88%를, 효성ITX가 17.61%를 보유 중이다. 조 회장의 지분가치만 600억 원대다. 최근 3년간 효성ITX와 갤럭시아컴즈의 매출과 이익이 급성장하고 있다. 스포츠마케팅 업체인 갤럭시아에스엠(구 IB스포츠) 주가 그래프 역시 최근 가파른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시총 840억 원대로 현 추세면 연내 1000억 원 진입도 가능해 보인다. 최대주주는 22.41% 지분을 가진 부동산임대회사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다. 조 회장 개인지분은 7.07%에 불과하다. 그런데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는 조 회장이 지분 80%를 가진 사실상 개인회사다. 결국 조 회장이 갤럭시아에스앰 지분 30%를 가진 셈이다. 시총으로 따지면 250억 원이 넘는다. 이 회사는 갤럭시아컴즈 지분도 6.74% 보유 중이다. 종합하면 조 회장은 ㈜효성 지분 외에도 약 1700억 원대의 주식 자산을 가진 셈이다.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된 자산은 효성ITX 보유 주식의 18%에 불과해 ㈜효성 외 조 회장의 순자산은 15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숨겨진 조 회장의 재산 가운데 눈길을 끄는 회사는 또 있다. ㈜신동진이다. 조 회장이 80% 지분을 가진 이 회사는 부동산개발 업체로 건물을 지어 임대를 해주고 있다. 지난해 172억 원 매출에 9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효성캐피탈에서 돈을 빌려 건물을 짓기도 한 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2000억 원이 넘고 순자산도 700억 원에 달한다. 조 회장의 또 다른 알짜자산인 셈이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