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효과 미미…4대강 보 전면 개방해야”
--나주시 ‘유람선 못 다닐까’ 긴장
[광주=일요신문] 조현중 기자 = 전남 나주시 다시면 영산강 죽산보가 1일 오후부터 상시 개방됐다. 죽산보 수문 개방은 지난달 22일 정부가 발표한 ‘4대 강 6개 보 상시개방’ 방침에 따른 조처다. 정부는 녹조가 심하고 수자원 이용에 영향이 없는 보를 개방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비관적이다. 죽산보를 끼고 있는 지자체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죽산보 구간에서 황포돛배를 운항 중인 나주시는 수량 부족으로 ‘유람선이 못 다닐까’ 긴장하고 있다.
승촌보 전경. 조현중 기자 ilyo66@ilyo.co.kr
정부는 5월 29일 ‘4대강 6개 보 개방 추진, 수자원 이용에 문제없어’라는 자료를 내고 개방 시점과 개방 수위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영산강 죽산보를 비롯한 낙동강 강정고령보·당설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금강공주보 등 16개 대형보 중 6개 보를 상시 개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농업용수 공급 장애와 지하수 수위 저하 등에 따른 농민피해를 우려해 3.5m인 현재 관리수위에서 1m가량을 점진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영산강 죽산보 상시개방은 보 완공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건설된 4대강 보는 물의 흐름을 사실상 정체시켜 강을 거대한 호수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름철 수온이 올라가면 물이 짙은 녹색으로 바뀌면서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녹조발생이 심하고 체류시간이 길며 수자원 이용에 영향이 없는 보를 하절기 이전에 즉각 개방하도록 결정했다.
죽산보는 상시 개방에도 불구하고 농업용 양수장 취수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주시 관계자는 “죽산보 구간 9개 양수장에서 859ha의 논에 물을 공급하지만, 양수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산강환경청 관계자도 “현재 죽산보 수위는 3.5m이고 2.5m 수위를 유지하는 정도로 개방한다”며 “주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최소 제약 수위인 2m보다 높기 때문에 농업용수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가지 못한 채 쌓여만 가는 퇴적토와 오염물질, 갈수록 악화되는 녹조현상이 올해는 멈출 지 관측할 수 있는 기회가 죽산보 축조 5년만에 왔다는 분석이다.
4대강 ‘죽음의 보’가 개방되면 가져올 결과는 앞서 비공식적 수문 개방으로 확인됐다. 영산강 환경청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지난 3월 21일 승촌보를 개방해 농업용수 80만t을 흘려보냈는데 당시 수집된 데이터로는 녹조 감소 등 수질 개선 효과가 입증됐다”며 “정부 방침은 한번도 개방했지 않은 죽산보가 이번 시도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확인해보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주변 농민들은 죽산보로 공급받을 수 있는 농업용수가 충분하고 지하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 열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승촌보는 죽산보 보다 상류구간이며 체류시간도 짧다. 하지만 죽산보는 승촌보 보다 아래에 위치한 중간 구간으로 축조 뒤로 5년 째 물길은 틀어 막혔다.
문제는 대형보들의 개방 수위다. 영산강 죽산보는 3.5m에서 2.5m로 1m로 낮춰진다. 환경단체는 이날 정부의 대책은 미미한 효과를 낼 것이라며 4대강 전체 보의 전면 개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내고 “정부의 대책안은 양수 제약수위까지 0.2∼1.25m 수위를 낮추는 것으로, 22일 발표에 비해서도 후퇴한 것”이라며 “소극적인 방류수위 저하로는 수질개선 효과가 어려운 만큼 정부는 4대강 전체 보 개방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정부 계획대로 죽산보가 일부 개방되더라도 보 아래 심층수, 진흙 등은 이동 없이 지속되는 상태가 계속돼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영산강을 살리기 위해선 승촌보(남구)와 죽산보 모두 개방하고 개방 수위도 더 낮춰야한다”고 말했다.
황포돛배 <나주시 제공>
문제는 또 있다. 4대강 사업 완료 이후 영산강을 오가는 황포돛배 등 레저시설 운영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보 수문 개방과 관련해 죽산보를 끼고 있는 나주시는 비상이 걸렸다. 죽산보 상시개방으로 영산강 수위가 낮아지면 나주 황포돛배 등은 일부 접안시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농업용수 공급 등에 큰 차질이 없도록 개방수위를 제한한다고는 하지만 유람선 등 수변시설 이용에는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2011년 영산강 내륙뱃길 복원 뒤 34년만에 다시금 뱃길이 끊길 우려가 커 안타까움을 더한다. 나주시는 현재 정부 계획안대로 수위가 1m만 낮아지면 물리적으로 유람선 운항은 가능하지만, 일부 접안시설의 정상 사용이 불투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람선 선착장은 출항지인 영산포를 비롯해 승천보, 천연염색문화관 앞 등 3곳에서 운영 중이다.
수위가 떨어지는 만큼 많은 예산을 들여 현재 접안시설을 재설치하거나 대대적인 보완을 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위를 더 낮출 경우 소형 황포돛배(24t) 2대와 경량급(3.3t) 나주호를 제외한 쾌속 유람선 영산강호(48t)와 대형 목선인 왕건호(97t) 운항은 어렵다. 이 유람선은 나주시가 영산강 내륙뱃길 복원에 맞춰 영산포 홍어의 거리, 반남고분군, 천연염색문화관 등을 오가는 등 관광 활성화를 위해 수억원을 들여 도입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수위를 1m 이내로 낮춰야 한다는 시의 요구를 국토부가 받아들인 상태지만 계속 낮추겠다는 입장이어서 걱정이 적지 않다”며 “뱃길 복원과 관광 활성화라는 지자체의 바람도 적극적으로 수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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