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압 변화 스트레스 탓 통증회로 활성화…쭉 덥다 기온 뚝? 뇌경색 요주의
일본 아이치의과대학의 사토 준 객원교수(59)는 “비 오는 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거나 어깨 결림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단순히 기분 탓만은 아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실제로 날씨 변화가 우리 인체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날씨와 통증의 흥미로운 상관관계를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을 통해 알아본다.
일본에서만 약 1000만 명이 날씨 근육통을 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요신문 DB
사토 교수는 “2015년 일본 아이치의과대학과 독일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진행한 결과, 현재 일본에서만 약 1000만 명이 날씨 근육통(날씨통)을 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날씨통은 만성두통이나 현기증, 요통 등의 통증을 동반하는데,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편두통이다. 마치 맥이 욱신욱신 뛰는 것처럼 박동성 통증이 계속된다.
그렇다면 날씨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고, 통증을 일으키는 걸까. 날씨는 기온, 풍향, 강수량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통증과 가장 관련 깊은 것은 ‘기압’이다. 예를 들어 인공적으로 기압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에서 실험을 했다. 날씨통 환자에게 비가 내릴 때와 비슷한 저기압 상황을 만들어줬더니 환자는 통증을 느꼈다. 반대로 날씨가 회복돼 기압이 오를 때도 통증이 심해졌다. 즉 “단순히 비가 와서 몸이 쑤시는 것이 아니라, 기압의 변화가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토 교수는 “날씨가 나빠져 기압이 떨어지면 인간은 변화에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응하고자, 자율신경계 내 교감신경이 활발해지고 이로써 혈압, 심박수가 상승하게 된다. 덧붙여 “통증회로도 활성화돼 통증에 민감해지며, 만성 근육통이 심해지는 것”이다. 실험에서는 대부분 편두통, 어깨 결림, 요통, 관절통 등 각각 안고 있는 근육통이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우울과 침울, 초조감 동반처럼 정신상태에도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사토 교수는 “게릴라성 호우 등으로 급속하게 저기압이 발달하면 30헥토파스칼(hPa) 이상의 기압변화가 생기므로 많은 사람들이 ‘날씨 근육통’을 호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반대로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오히려 기압이 낮은 상태로 안정되기 때문에 기압 차로 인한 통증은 심해지지 않는다.
다만, 의학박사인 와타나베 다카노리 원장은 “기압이 변함으로써 기온과 습도가 함께 변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게릴라성 폭우의 경우 맑은 날씨가 갑자기 돌변한다. 이런 날은 기압이 떨어지는 반면, 습도는 올라간다. 공기 중에 습도가 높으면 우리 몸의 수분이 증발하지 못해 부종이 생기고, 혈액순환 장애를 불러올 수도 있다. 때문에 관절통이나 류머티즘 관절염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와타나베 원장은 “실제로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병원을 찾는 류머티즘 환자들이 많아진다”고 전했다.
한편, 무더운 여름철에는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특히 이런 날에는 탈수에 의해 혈액이 찐득해지며, 뇌혈전 같은 병이 일어나기 쉽다. 또 연일 더운 날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날씨도 요주의다. 동맥경화를 앓고 있는 경우 이런 날씨에 뇌혈관이 터지거나 뇌경색을 일으키는 케이스가 다수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10도 이상 크게 벌어지는 환절기, 그리고 기압차가 10헥토파스칼(hPa) 이상인 궂은 날씨에는 각별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어떤 사람이 날씨통을 앓을 가능성이 클까. 사토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를테면 아파트 10층에서 사는 회사원이 지하철로 출근하고, 빌딩 30층 이상의 사무실에서 근무한다고 하자. 하루에도 몇 차례나 기압 변화에 노출돼 있다. 이렇게 생활하는 가운데 만성적인 통증이나 원인 불명의 신체 부진을 안고 있다면 날씨통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또 신체기관 ‘귀’도 요인이 된다. 귀는 기압 변화를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정확히는 귓속 ‘내이’라는 기관이다. 이곳이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은 날씨통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고 등 후천적으로 인해 내이가 민감해진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사토 교수에 따르면 “신기하게도 날씨통 환자들은 기압 변화를 매우 정밀하게 캐치해 ‘곧 비가 올 것 같다’며 정확히 맞히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날씨통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은 통증일기를 적어두면 도움이 된다. 날씨통은 원래 그 사람이 앓던 만성통증이나 신체부진이 날씨의 영향을 받아 급성화되는 걸 뜻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날씨통이라도 비가 퍼부을 때 통증이 심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가 갤 때 더 아픈 경우’도 있다. 따라서 통증이 언제 생기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렇듯 통증일기를 근거로 편두통 예방약을 미리 먹거나 체내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날씨통은 자율신경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방책으로는 흥분된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적당한 운동과 규칙적인 식생활, 충분한 수면은 기본 중에 기본. 덧붙여 간단한 마사지로도 날씨통을 예방할 수 있다.
귓바퀴 뒤쪽에는 ‘유양돌기’라는 딱딱한 뼈가 있는데, 자율신경계와 관련성이 많은 혈들이 집중돼 있다. 이 주변을 광범위하게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거나 따뜻하게 해줌으로써 통증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날씨가 흐려지기 전에 자극해주면 좋다.
다가오는 장마철,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가뜩이나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여름이다. 적어도 날씨통만은 확실히 대처해두자.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날씨통 위험군 체크리스트 다음은 <주간문춘>이 소개한 ‘날씨통 위험’ 체크리스트다. 만성 통증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아래의 10가지 항목에 해당되는 수가 많을수록 ‘날씨통 고위험군’에 속한다. ·왠지 비가 내릴 것 같다는 직감이 잘 맞는다 ·환절기엔 컨디션이 망가지는 일이 많다 ·추위에 약하다(냉증) ·멀미하기 쉬운 체질이다 ·비행기나 고속열차를 타는 게 질색이다 ·높은 장소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명이 자주 발생한다 ·과거, 목 근처를 다친 적이 있다 ·교통사고나 운동으로 크게 부상당한 일이 있다 ·스트레스가 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