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성매매 범죄자로 여기는 풍토 탓 다시 알선책에 의지 ‘악순환’
지난달 성매매를 강요하기 위해 한 가출 여고생에게 잔인한 방법으로 상해를 입힌 일당이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달 성매매 강요를 포함해 공동공갈,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가해자는 연인 사이였던 서 아무개 씨(25)와 김 아무개 씨(20·여)로, A 양을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됐다.
이들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지난 1월 살고 있던 집에 A 양을 데려와 감금하고 감시하며 랜덤채팅앱을 이용해 성매수 남성을 구했다. 이후 차량 등으로 성매매를 약속한 장소에 A 양을 데려다주면서 성매매를 강요했다. A 양은 하루 평균 네 번 정도 성매매를 요구당했고, 서 씨 일당은 화대 가운데 750만 원을 빼앗아 간 혐의를 받고 있다.
A 양은 성매매를 강요받자 지난 1월 10일 탈출했지만 결국 다시 붙잡히고 만다. A 양이 개인적으로 성매매를 하기 위해 랜덤채팅앱에 올린 글이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서 씨 일당은 A 양을 붙잡고 성매매 강요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담뱃불로 몸을 지지면서 칼로 찔렀다. 또 방바닥에 침과 가래를 뱉은 후 이를 먹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 씨 일당의 범행은 성매매 단속에 걸린 A 양을 통해 밝혀졌다. 대구수성경찰서에서 랜덤채팅앱을 통한 단속을 하다가 A 양의 성매매 사실을 알게 됐고 지난 3월 대구에서 붙잡았다. 이때 A 양의 몸에서 담뱃불 화상 흔적이 발견됐고 성매매 강요와 폭행 피해를 파악했다.
이처럼 성매매에 동원되는 청소년들은 성매매 이외에도 폭력과 협박 등의 피해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본인들에게도 성매매 의사가 있었던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 성매매 알선책이 없더라도 본인 스스로 성매매를 하려했다면 피해자로만 볼 수도 없다는 시선이 팽배한 것.
성매매 알선책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가출청소년과 알선책이 연인 관계를 맺으며 성매매 화대를 생활비로 쓰는 사건도 적발됐다. 김 아무개 씨는 평소에 가출이 잦던 B 양을 부모에게 인계해줌으로써 환심을 샀고, 이후 B 양과 연인관계로 발전한 뒤 지인들과 함께 성매매를 강요했다. 재판부는 “아직 성정체성과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인 피해자를 약취하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등 피고인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피해자 B 양은 피고인들에 대한 중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합의했다는 점 등이 감형 요소에 반영됐다.
실제로 여성 가출청소년들이 알선책으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나서도 알선책의 범행을 진술하지 않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지난해 3월 경상남도 일대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는 일당이 악명을 떨쳤다. 이들은 부산과 울산 등을 돌아다니며 가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했다. 이들은 김 아무개 씨를 포함한 20세에서 24세 남성들로 이뤄져 있었고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 이들은 성매매 알선을 이미 당하고 있는 피해 여성들에게 성매수남으로 가장해 접근한 뒤 자신들과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으며 대출이 불가능한 여성들에게 대출을 소개해주며 수수료를 챙기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피해 여성들은 이들 일당을 두둔하며 피해 사실을 은폐했고 결국 수사는 진척 없이 종결됐다. 경찰은 피하면서 오히려 이 알선책에게 의지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피해여학생들이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는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아 작년 말에 사건을 종결했다”며 “이후 일당 일부는 범행을 중단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하면 나머지는 계속해서 다른 지역에서 범행을 벌이다가 검거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씨 일당 가운데 일부는 다른 지역에서 또 다시 성매매 알선을 벌였다. 김 씨 일당은 지난해 3월 초 피해 청소년들에게 처음에는 성매수남인 척 접근해 차에 태웠고 ‘차 문이 안에서 열리지 않도록 개조’했다면서 협박을 해 부산에서 다른 도시까지 이동했다. 또 피해 여성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경찰한테 성매매를 한 행위에 대해 신고하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청소년이 모텔에 갇혀 있다 겨우 탈출해 경찰에 신고했고 이 일당이 검거될 수 있었다. 피해 청소년 중에는 15세 여중생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여전히 부산을 포함한 경남 지역에서는 성매매 알선책이 새롭게 생겨나는 등 근절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매매 주체는 여성 청소년들이 아닌 알선책과 성매수남이다”라며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어른으로서 해야 할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또 조 대표는 “아이들은 성매매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모님에게 성매매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경찰에게 신고를 못하고 있다”며 “예전에 경찰이 조사 중에 청소년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경찰을 보호의 대상으로 생각하게끔 하는 분위기와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아이들을 성매매 범죄자로 보고 있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도움 받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알선책에게 의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