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 연 15회 제한·의료기관 진료 축소로 사경증 환아 등 재활 차질 우려…다른 비급여 치료 청구 늘며 ‘풍선효과’ 논란

정부는 도수치료의 과도한 이용을 억제하면서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는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실손보험 청구자료 기준 도수치료 이용자의 약 95%는 연 15회 이하, 98.3%는 연 25회 이하로 치료받았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현행 횟수 기준이 대다수 이용자의 진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전부터 의료계에서는 환자의 질환과 회복 속도에 따라 필요한 치료 기간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횟수 제한이 일부 환자의 치료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시행 100일이 지난 현재, 의료계는 이 같은 우려가 치료 횟수와 간격 조정, 의료기관의 도수치료 축소 등으로 현실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소아 사경증(목 근육의 이상으로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질환)은 도수치료를 통해 목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고 머리와 목의 움직임을 개선할 수 있다.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을 고려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고 경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연간 치료 횟수가 제한되면 환아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치료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서울 강남의 한 대학병원은 제도 변경과 중증 재활 분야 집중 등을 이유로 도수치료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새로운 진료기준을 소아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치료실 운영을 종료한다는 공지가 나왔다. (관련 기사 [단독] 도수치료 관리급여 앞두고 사경증 환아 부모들 ‘치료 공백’ 우려)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 이후 의료기관의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김경진 대한도수의학회 회장(혜민의원 원장)은 ‘일요신문i’에 “일부 정형외과 의원이 도수치료 규모를 축소하면서 해당 의원 물리치료사의 3분의 1에서 절반가량이 퇴사한 사례가 있다”며 “퇴사하지 않은 물리치료사도 임금이 줄거나 접수 업무 등을 병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치료 간격도 달라졌다. 기존에 주 2회 시행하던 도수치료를 횟수 제한에 맞춰 1~2주에 한 번으로 줄이는 사례가 있으며, 선행 치료 요건이 적용되는 환자는 기본 물리치료를 2주 동안 시행한 뒤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도수치료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술 후 재활처럼 환자의 회복 상태에 따라 치료 기간이 달라지는 경우에도 횟수 제한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날개병원 원장)은 “어깨 힘줄 파열이나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관절이 굳지 않도록 운동 범위를 회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재활 과정에서 기계를 이용한 수동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물리치료사가 환자 상태에 맞춰 근육을 이완하고 관절을 움직여주는 도수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 후 재활에는 통상 2~3개월이 걸리고 관절 강직이 심하면 5~6개월까지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환자마다 회복 속도가 다른데 치료 횟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필요한 치료를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현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확인된다는 설명이다. 김경진 대한도수의학회 회장은 “도수치료 횟수가 제한되거나 의료기관의 운영 방식이 바뀌면서 일부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운동치료나 비급여 신장분사 치료, 주사치료 등을 대신 시행하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도 “도수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 다른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만큼 신장분사 치료 등 대체 치료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특정 비급여 항목만 규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비급여 진료 전반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도수치료처럼 개별 항목을 관리하면 다른 비급여 치료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은경 팀장은 “건강보험 진료비를 청구할 때 함께 시행한 비급여 진료 내역도 보고하도록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급여·비급여 진료의 적정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여와 비급여 진료를 함께 시행하는 혼합진료를 제한하는 방안도 근본적인 대책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에 따른 효과와 의료현장의 의견 등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토대로 진료기준 보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치료 횟수가 더 필요한 환자에 대한 인정 기준을 확대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한편, 비급여 보고제도와 실손보험 자료를 활용해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점검할 계획이다.
비급여 관리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월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건보 재정과 의료자원 불균형에까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보건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의료행위를 급여·비급여 목록에서 삭제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진료비 정보를 연계한 공동심사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