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조사서 찬성 44% 반대 45%…“탄핵 열차는 이미 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과연 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되는 대통령이 될까. 연합뉴스
우선 미국의 탄핵 과정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이미 대통령 탄핵에서 있어서는 선임자격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무기명투표에 의해 탄핵안이 발의되고, 그 후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거쳐 재판관 9인 가운데 6인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의 탄핵 절차는 이보다 좀 더 복잡하다. 먼저 하원에서 대통령이 과연 탄핵을 당할 만큼 중대한 위법 행위를 저질렀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이때 미국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탄핵 사유로는 반역, 뇌물수수, 중범죄 및 경범죄 등이 있다. 하원에서 과반수가 동의할 경우 탄핵 소추가 결정되고, 상원에서는 3분의 2가 탄핵에 찬성해야지만 탄핵안이 통과된다.
탄핵이 결정된 후에는 우리나라처럼 다시 대선을 치르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대통령을 탄핵해도 정권은 바뀌지 않는다. 대신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되고, 만일 부통령이 공석일 경우에는 연방하원의장,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 순으로 대통령직을 물려받게 된다. 따라서 트럼프가 탄핵될 경우 현재 대통령직 승계 순서는 마이크 펜스, 폴 라이언, 오린 해치 순이 된다.
이런 복잡한 탄핵 과정 때문에 일각에서는 탄핵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다. 현재 공화당은 하원 의석 435석 가운데 238석을, 그리고 상원 의석 100석 가운데 52석을 차지하고 있다. 설령 하원에서 탄핵안이 발의된다고 하더라도 상원에서는 최소 19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에 동참해야 하는데 사실상 그럴 확률은 낮다.
이와 관련, <BBC>는 트럼프가 ‘나는 최선을 다해 미합중국의 헌법을 보존하고, 수호하고, 준수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라는 대통령 취임선서의 서약을 어겼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탄핵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상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했다면 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인디펜던트> 역시 같은 의견을 제시하면서 여론의 압박이 없는 한 공화당은 탄핵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를 돌이켜봐도 그렇다. 지금까지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여당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가령 1868년 앤드류 존슨, 1974년 리처드 닉슨, 1998년 빌 클린턴 등 지금까지 탄핵 위기에 처했던 역대 대통령 세 명의 경우가 모두 그랬다. 여당 의원들은 늘 만장일치로 탄핵을 반대했으며, 존슨 때는 야당인 공화당 의원 7명이 탄핵을 반대해서, 그리고 클린턴 때는 다섯 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에 반대해서 가까스로 탄핵을 모면할 수 있었다. 닉슨의 경우에는 탄핵 직전 자진 사퇴했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경우에는 어떨까. 아직 공개적으로 탄핵 의사를 밝힌 공화당 의원은 물론 없다. 다만 짜증 섞인 불만의 목소리는 조금씩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를 둘러싼 스캔들의 규모가 “워터게이트 수준이 돼가고 있다”고 우려했는가 하면,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과연 (이 정부에서) 앞으로 조용할 날이 있긴 할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다만 앞으로 헌법에 위배된 ‘중범죄 및 경범죄’ 증거가 속속 드러날 경우,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에게서 등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USA투데이>는 이렇게 변심할 공화당 의원들이 현재 대여섯 명은 있다고 점치면서 숫자로만 보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일부 양심있는 공화당 의원들이 명백한 증거를 무시하거나 트럼프의 행동을 비난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지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특별검사가 트럼프의 위법 행위를 입증할 경우,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 편에 서서 트럼프를 맹비난하고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다름아닌 여론의 압박 때문이다. 아무리 대통령을 지키려고 해도 여론이 자신들에게 불리할 경우에는 탄핵을 찬성하는 입장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클린턴 탄핵 과정에 참여했던 브루스 페인은 “탄핵 게임의 99%는 대통령의 지지율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을 경우에는 아무도 탄핵을 강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반대로 스캔들이 계속해서 터져 트럼프의 지지율이 추락할 경우에는 미 정치 역사상 가장 극적인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의회의 기류는 여론에 따라 변할 것이며, 만일 공화당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버릴 경우 의원들의 입장도 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현재 최악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코미 전 FBI 국장을 해임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38%에 불과했다. 이는 역대 신임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낮은 것이다. 보통 취임한 지 수백일은 지나야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심각한 수준이다(가령 클린턴의 경우에는 573일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또한 지난 5월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탄핵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44%, 그리고 반대한다는 의견은 45%였다.
여론이 이러니 2018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만일 이런 민심이라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그렇게 될 경우, 탄핵 정국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민주당이 이긴다는 의미는 탄핵에 찬성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반영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LA타임스>는 ‘공화당이 2018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한다면, 트럼프는 탄핵될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남북전쟁 재건기(1865~1877) 이래 단 한 번도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이긴 적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올 것이 왔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트럼프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처음 나오기 시작한 것은 놀랍게도 대선 때부터였다. 심지어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결정되기 전부터 일부에서는 ‘만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탄핵시킬 방법은 있는가’를 묻기도 했었다. 그런가 하면 11월 8일 대선 직후, 구글에서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방법’이라는 검색어 입력 횟수가 약 5000%나 증가하기도 했었다.
학계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 9월, 유타대학의 법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피터슨은 트럼프 대학을 상대로 제기된 민사 소송 때문에라도 트럼프가 탄핵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학생들로부터 3만 5000달러(약 3900만 원)의 강의료를 받고 자신의 성공비법을 알려주는 세미나를 개최했지만, 당시 학생들은 이 강의가 쓸모없는 내용으로 가득찬 사기 행각에 불과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터슨은 “사기 및 갈취는 심각한 범죄 행위다. 법적으로 탄핵이 될 만큼 중대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탄핵을 요청하는 목소리는 대선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키스 앨리슨 미네소타주 의원은 2017년 2월, “트럼프의 행동은 합법적으로 탄핵 요건에 부합한다”라고 주장했으며, 3월에는 맥신 워터스 캘리포니아주 의원이 “탄핵을 준비합시다”라는 직접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앨 그린 텍사스주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탄핵을 요청한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것은 명백한 사법방해 행위이며,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탄핵 요건 가운데 하나인 ‘중범죄 및 경범죄’에 해당된다는 것이 그린의 주장이었다.
시민단체들의 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탄핵 사유는 러시아 내통설 외에도 다양하다. 이에 마치 골라 먹을 수 있는 뷔페 음식처럼 많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령 ‘대통령이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이나 이득을 챙겨선 안된다’는 헌법의 ‘반부패 조항’을 위배했다는 목소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지난 1월 결성된 ‘지금 트럼프를 탄핵하라(Impeach Trump Now)’ 단체는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에게 기회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단체 관계자인 론 페인은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마냥 기다린다면, 우리 민주주의 체제가 너무 많은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단체는 무엇보다도 트럼프가 자신의 사업에서 여전히 손을 떼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자신 소유의 고급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가령 뉴욕의 트럼프 타워 안에 입점해 있는 중국공상은행으로부터 임대료를 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워싱턴의 트럼프인터내셔널 호텔을 비롯한 트럼프 소유의 기타 숙박업소에 묵는 외교관들이 호텔에 숙박비를 지불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페인은 현재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정치적 기후가 바뀌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의원들이 결국에는 자신의 단체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페인은 “때가 되면 분명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질 것이다. 그러면 의원들에게는 특히 지역구 시민들의 요구와 압박이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자진 사퇴할 가능성은…부통령 펜스 성향에 달렸다? 과거 닉슨이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가 자진해서 사임할 가능성은 없을까. 불명예스럽게 탄핵을 당하느니 차라리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하진 않을까. 하지만 이에 대해 <USA투데이>는 “혹시 누구라도 지금까지 트럼프가 낮은 자세로 사과를 하는 걸 본 적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닉슨의 경우에는 “내 판단의 일부가 잘못됐었다”라고 시인했었지만, 지금까지 트위터에 올라온 트럼프의 글들로 미뤄 볼 때 트럼프가 자진해서 물러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가디언>은 부통령인 펜스의 성향에 따라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을 승계한 펜스가 과거 제럴드 포드가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닉슨을 사면했던 것처럼 자신을 사면해줄 것을 확신할 경우, 자진 사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펜스가 동반 사퇴할 가능성은 없을까. 이에 대해 <가디언>은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공화당 의원 대다수가 펜스에 대해서는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공화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트럼프 탄핵에 동참할 경우, 아마 주된 이유는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대통령감인 펜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가디언>은 말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