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4부(부장판사 김미리)는 25일 서울의 한 대학원생 A씨가 학교 측을 상대로 낸 무기정학 무효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석박사 통합과정 10학기 재학 중 지난해 8월 연구실 MT에서 피해자 B씨를 추행했다. 당시 추행 장소에는 B씨 이외에도 다른 학생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B씨는 곧바로 교내 성평등센터에 신고했고, 센터는 A씨를 불러내 경위를 조사했다. 이후 학교 측은 성폭력대책위를 열어 A씨의 행위가 성추행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으며 대학원 측에 징계를 요구했다.
징계위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12월 A씨에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이에 항거한 A씨는 지난 2월 소를 제기했다. A씨는 “술이 많이 취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추행했다”라며 “이후 잘못을 인정하고 B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이후 별다른 비위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10학기 동안 성실 근면하게 과정을 이수해 논문 통과 후 박사 취득이 예정된 사실을 볼 때 무기정학 처분은 지나친 징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형법상 강제추행죄에 해당되는 것으로 내용, 정도 면에서 가볍지 않다”라며 “A씨의 행위로 B씨는 견디기 어려운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실제 피해자 B씨는 사건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 복용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학교 측의 무기정학 처분이 징계 재량권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해 결국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