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만 3개 가입…무릎 깊이 물에서 자살 아리송…“중국서 생존 가능성” 경찰 수사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김 양은 지난해 6월 방학을 맞아 중국 여행을 갔다가 같은 해 8월 화룡 일대의 물가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발급받은 사망진단서가 인정돼 박 씨는 딸 김 양의 보험금으로 10억여 원을 보상받았다. 김 양이 가입했던 보험사 세 군데에서 고액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그러나 김 양의 사례에는 의혹이 남아 있었다. 보험금이 지급된 지 이미 1년이 다 돼가지만 보험사들은 여전히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김 양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종신보험 등의 사망보험을 들었다. 김 양은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세 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김 양이 고등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이 아닌, 사망했을 경우에만 지급되는 사망보험만 가입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 보험사에 따르면 김 양은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다른 상품을 가입하기도 했는데 이 두 상품은 같은 내용이었지만 새로 가입한 것이 보장이 더 큰 것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 양이 가입한 보험의 납입금만 한 달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박 씨의 경우 폐암 말기로 요양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 같은 비용을 지속적으로 부담할 수 있었는지에도 의문이 든다. 실제로 한 보험사의 경우 심사 과정에서 김 양이 여러 개의 사망보험에 가입한 정황이 수상하다고 판단해 계약 해지를 요구해 보험 가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김 양의 사망에 보험사기 의혹이 짙다고 봤다. 사망 이후에는 사망 등의 피해가 보험의 목적에 해당하는지 등을 조사하는 손해사정이 진행되는데 이 사건 이후 손해사정업체의 치열한 업무 경쟁이 있었다고 전해졌다. 보험사기로 인정되면 보험사에서는 지급했던 보상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 일부를 손해사정업체가 받게 된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보상금액이 컸을 뿐만 아니라 보험사기로 드러날 가능성도 크다고 봤던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양이 가입한 보험사와 관련은 없지만 이 사건이 워낙 업계에서 유명해 알고 있다”며 “김 양이 한국 국적 이외에 중국 국적도 갖고 있었는데 어쩌면 한국에서만 사망처리가 됐을 뿐 중국에서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양의 사망진단서가 발급돼 국내에서 명백하게 사망처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일단 중국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사망 여부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가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 양의 사망진단서 진위 여부를 분석했지만 사망진단서의 대조군이 없어 진위 여부 자체를 파악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보험사 내 보험사기 조사 업무를 맡는 실무자들은 중국에서는 사망진단서 등의 서류 조작이 쉽다고 단언한다. 이들은 “중국에서는 돈만 있으면 사망진단서도 만들 수 있다. 아니면 다른 시신을 화장하고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며 “한국에는 더 이상 들어올 수 없지만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중국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희대의 다단계 사기범으로 불렸던 조희팔이 중국에서 사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존 의혹에 무게가 쏠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김 양의 사망 장소는 물이 무릎 높이까지밖에 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고, 사고 현장에 박 씨와 단 둘이 있었다는 점도 의심 요소로 작용했다. 중국 공안은 김 양의 타살 의혹에 대해 조사했고 친모가 딸을 죽였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자살로 결론 내렸다. 가족이 동의하지 않아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의혹으로 보험사뿐만 아니라 경찰 역시 사기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대상은 김 양의 보험금을 지급받게 되는 모친 박 씨였다. 박 씨는 폐암 말기환자로 요양원에서 지내다가 경찰수사가 진행되던 중 자살했다. 경찰 내사는 그대로 종결됐다. 이후 박 씨의 남편과, 박 씨의 친언니가 공증을 통해 10억 원을 나눠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의 갑작스런 자살로 거액의 보험금을 친언니와 남편이 나눠 가진 터라 이들 역시 사기 계획에 동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언니는 이후 집 등을 다 정리하고 중국으로 들어가 지금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박 씨와 가깝게 지내던 이웃들도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아무개 씨는 “박 씨가 딸과 중국에 갔다가 혼자 돌아와서 이유를 물어보니 중국으로 유학을 갔다고 했고 한참 지나 다른 사람에게서 딸이 죽었다고 들었다”며 “박 씨가 이전부터 본인이 죽으면 딸은 어떡하냐고 울며 털어놓던 사람인데 딸이 죽었다고 하기엔 생활하는 모습이 너무 밝았다”고 말했다. 박 씨의 남편과는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김 양이 만약 살아있다면, 보험금 일부를 받고 중국으로 들어간 박 씨의 언니가 돌봐주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도 수상한 점은 계속 발견되고 있다. 2012년 박 씨의 중국 호구부가 갱신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 개인 정보 변경을 위해 갱신된 것으로 보이는데 기이한 점은 2012년에 박 씨가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아닌 사람이 대신 정보 수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보통 보험금을 지급하면 조사를 끝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의혹 해결은 물론 향후 유사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여전히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보험사기 현지조사팀, 룸살롱에서 ‘열일’? 보험사에서 해외조사 경비를 사적인 용도로 쓴 정황이 포착됐다. 일행 가운데에는 경찰도 동행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보험사기 조사를 위해 연관된 보험사 세 곳의 관계자 등이 5일 동안 중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김 양의 사고 현장을 돌아보는 등 현지 조사를 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너무 늦은 현지 조사로 괜한 경비를 낭비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사망 시점부터 봐도 너무 늦은 데다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고도 수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보험사에서는 “경비 지급을 승인받는 절차 탓에 지연이 됐고, 국내 조사가 우선이라는 지침이 있어 현지조사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일부는 현지 조사 기간 중 회사에서 지급한 경비로 룸살롱을 이용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 밖에도 인원수에 맞게 각각 5성급 호텔 객실에서 투숙했고, 조사를 위해 만나기로 한 중국 현지인들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면세점에서 구입했던 화장품도 전달하지 않고 도로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보험사 관계자는 “사고 당사자의 친척이 함께 있었고, 조사를 위해 절차상 필요했던 부분이다. 나름대로 계획에 맞게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