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엄마가 살해 가능성”도 제기
일본 대중지 ‘주간문춘’은 6월 22일자에서 이번 사건을 ‘살인경관의 광기’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후쿠오카 모자 살해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체포된 용의자 나카타 미쓰루(38)는 현재 범행동기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덧붙여 “시신 최초 발견자였던 피해자의 언니도 어떤 사정에선지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사건은 지난 6월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후쿠오카현 오고리시의 한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2층 침실에는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와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엎드려 있었고, 1층 부엌 바닥에는 아이들의 엄마인 유키코(38)가 연탄 옆에 쓰러져 있었다.
NHK 뉴스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8시 40분경 근무 중이던 남편 나카타에게 초등학교로부터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았다”는 연락이 왔다. 이후 나카타가 근처에 사는 처형에게 전화를 걸어 “자택을 한번 확인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처형이 집안에 들어서자 창백한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동생 유키코가 쓰러져 있던 1층 부엌은 연기가 자욱한 상태였다”고 한다. 서둘러 경찰범죄신고 110번에 “동생이 자살을 했다”며 구조요청을 했다.
당초 경찰은 “엄마가 아이들을 살해한 후 연탄을 피워 동반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검 결과 사태는 급변했다. 아이들의 엄마가 누군가에게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손톱에서도 저항한 흔적이 나왔다.
눈에 띄는 외상은 없었으나 부검 결과 유키코 씨의 목뼈에 금이 가 있고, 내출혈이 확인되는 등 강한 힘으로 목이 졸린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 역시 헬스용 튜빙밴드로 목이 졸려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찰은 “범인이 살해한 후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사건현장을 연출한 것 같다”면서 수사방향을 완전히 바꿔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이틀 후 경찰의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강력한 용의자로 체포된 이는 다름 아니라, 숨진 여성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나카타였다. 더욱이 나카타는 자신을 체포한 경찰서에 근무 중인 현직 경찰관이라는 점에서 일본 사회를 경악케 했다. “이래서야 경찰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는 분노였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들의 엄마 유키코 씨의 손톱에서 발견된 저항 흔적이 나카타의 DNA와 일치했다. 아울러 나카타는 “오전 6시 45분쯤 출근할 당시 3명 모두 자고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 관계자는 “부검 결과 이들은 오전 0시~6시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나카타의 진술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용의자 나카타는 살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육아 노이로제로 유키코 씨가 아이들을 살해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아이들이 누구에게 살해당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판명되지 않은 상태다.
참극의 무대가 된 집은 후쿠오카 중심부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웃들이 본 나카타의 가족은 “참으로 이상적인 가족이었다”고 한다. 인근의 한 주민은 “나카타 씨가 과묵하긴 했지만, 지역 운동회나 축제에 가족들과 꼭 참석했었다”며 “아들은 아버지를 닮아 경찰차가 지나가면 경례를 하는 등 정말 단란한 가족이었다”고 전했다. 이런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언론에 의하면, 부부 사이의 골은 꽤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성세븐>은 “나카타가 절친한 지인과 만나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이혼하고 싶다’는 등 가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으며, 최근 ‘장모와 같이 살자고 아내가 권유해 난처하다’는 얘기를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아내 또한 ‘남편이 자주 전근을 가 속상하다’는 얘길 곧잘 했다고 한다. 덧붙여 잡지는 “나카타가 사건 전날인 경위 승진시험에서도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렸다.
<주간문춘>은 “경찰관답지 않은 치졸한 수법이라 더욱 기묘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주간문춘>은 지인의 말을 빌려 “성실한 남편이었으나 출세가 늦었다. 반면 아내는 남들 앞에서 남편을 면박 주는 등 어떻게 보면 관계가 역전된 부부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기엔 여전히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경찰에 의하면 “나카타는 평소 건실한 근무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으며, 빚이나 집안일로 동료들에게 상담한 적도 없다. 이에 대해 수사 관계자는 “유키코 씨가 다른 남성과 레스토랑 및 노래방에서 목격됐다”는 증언을 토대로 “혹시 나카타가 불륜을 의심해 아내를 계획적으로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범행동기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후쿠오카현 경찰청도 큰 충격에 빠졌다. 내부에서는 “현경이 생긴 역사 이래 최악의 불상사”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와 관련, 후쿠오카 경찰본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 직원이 심각한 범죄로 체포돼 사과한다”며 머리를 숙여야만 했다.
일본에서는 과거에도, 치안을 지켜야 할 경찰관이 되레 살인을 저질러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8년 도쿄도 세타가야구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당시 경시청 기타자와경찰서에 근무하던 순경(20)이 여대생(22)의 아파트에 제복차림으로 침입, 폭행을 휘두르고 여대생을 살해해 경찰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었다.
2007년에는 도쿄 인근의 다치카와 경찰서의 경장(40)이 호감을 가졌던 음식점 점원 여성(32)의 집을 찾아가 여성을 사살하고, 본인도 자살한 사건이 있다. 이때는 대여된 권총이 사용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일본 경찰은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사건으로 구겨진 체면을 좀체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15년에는 오사카시에서 경장이 사회복지사 여성(23)을 살해한 사건이, 그해 9월에는 사이타마현 우라와경찰서의 경사(31)가 전직 택시운전사의 남성(58) 집에 침입해 남성을 교살하고 현금 1000여만 원을 훔쳐 달아나는 강도 살인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