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거지보다 못한 이런 대접을 받을 바에야 차라리 감옥에 가서 죄인들에게 전도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며칠 후 그가 구속이 됐다. 그곳을 찾아오는 어린 여자아이를 성추행했다는 죄명이었다. 그와 아내는 낮이면 떡뽁이를 만들어 가난한 동네 아이들을 불러 먹이곤 했다. 매일 같이 찾아오던 우울한 얼굴을 가진 여자아이의 엄마가 갑자기 목사를 성추행으로 고소한 것이다. 주변에서 그 목사는 절대 그럴 인격이 아니라고 했다. 구치소를 찾아가 대충 그의 얘기를 들었다. 성추행의 혐의를 받고 있는 목사는 경찰서는 물론이고 감방 안에서도 혹독한 모욕을 당한 것 같았다. 같은 감방 안에 있는 절도범도 그에게 “야 나는 너같이 목사 간판 쓰고 더러운 짓 하는 놈보다 내가 차라리 낫다”라고 하면서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접견실에서 그 목사가 내게 원망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평생 주님만 모시고 산다고 서원한 내게 왜 이런 시련이 오는 겁니까?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축대 아래서 차라리 감옥에 가서 전도하겠다고 하나님한테 말씀하셨다면서요? 그 소원을 들어주신 거 아닐까요?”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불쑥 먼저 튀어 나갔다. 생각해 보니 그의 기도를 하나님이 바로 들어주신 것 같았다.
“아멘, 제가 이제야 그걸 깨달았습니다.”
그가 단번에 그 말을 알아들은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다음 말이 계속됐다.
“하나님이 성추행범 혐의로 감옥에 오게 하신 건 다른 죄인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한 게 아닐까요. 목사신분과 그 죄명 자체로 다른 죄수들이 ‘난 그래도 위선적인 너 보다는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니까요.”
잘사는 사람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과는 반대로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보는 자체로 세상은 위로받는 것 같았다. 그 목사는 재판을 받는 기간 동안 열심히 그 안에서 전도를 하고 석방이 됐었다.
얼마 전 또 다른 비슷한 사건을 맡았다. 명문 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나오고 미국의 최고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교수이자 신앙심까지 돈독해 목사가 된 분이 사기죄로 법정 구속이 됐다. 그는 구치소 안에서도 만나기만 하면 먼저 하나님의 얘기와 성경에 대해 말을 하고 있다. 그의 동료교수들이나 제자들은 그가 절대 돈 때문에 사기를 칠 사람이 아니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내와 아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사기록이나 공소장을 보면 그는 엄청난 탐욕을 가지고 거액을 편취한 사기범이었다. 변호사 생활 30년에는 육감이라는 게 있다. 잘 짜여진 논리의 뒤에서 공들인 모략의 냄새가 풍겨난다. 그의 인간적인 허점을 노려 상대방이 집요하게 물어뜯은 것 같다. 변호사는 이렇게 포식자에게 목을 물려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인 초식동물을 구하기 위해 소명을 받고 뛰어가는 존재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엄상익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