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트위터리언 “내 안에 다중인격 있다” 자해 인증샷 올리기도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범인 김 양의 트위터에 기록된 자신의 정신장애와 관련한 글. 트위터 캡처
김 양이 주로 사용한 SNS인 트위터에는 다른 SNS와 비교해 자신의 정신 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아예 자신의 병상 일지를 기록하는 용도로 트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호전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는 다른 환자들에게 병원이나 상담 관련 정보를 나눠주는 식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실제 정신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 사이에 편승해서 이 같은 정신 장애를 마치 유행이나 콘셉트처럼 삼고 있는 사람들도 다수 있다는 점이다. 정확한 병원의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아마 나는 우울증이나 조현병인 것 같다”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현대인들의 고질병이 된 이후부터는 다양한 정신장애를 자가진단하는 트위터리언들도 등장하는 추세다. 성인 ADHD나 공황장애, 경계선인격장애처럼 병원으로부터 진단받는 것이 용이한 증상에서 더 나아가 김 양처럼 자신이 다중인격이라고 주장하는 트위터리언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주로 자신의 트위터에 우울한 일상 이야기나 욕설, 자신의 신체에 상처를 낸 사진을 공개하면서 증상의 심각성을 알리는 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중인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트위터리언의 경우는 가끔씩 하나의 트위터 계정으로 전혀 다른 성향의 글을 올려 인격이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트위터에서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트위터리언들의 소통을 위한 해시태그 ‘정병트친소’. 이를 통해 자해사진을 공개적으로 올리는 계정들이 몰려 문제가 되고 있다.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트위터리언들은 ‘정병트친소’라는 해시태그(일정 단어나 문장 앞에 #를 붙여 검색을 용이하게 하는 SNS의 태그)를 붙여 자신의 증상을 밝히고, 유사한 증상의 사람들과 친분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정병’은 ‘정신병’을, ‘트친소’는 ‘트위터 친구 소개’를 뜻하는 말이다. 사회에서 자신과 유사한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에 SNS를 통해 소통을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출발한 해시태그이기도 하다.
이 해시태그는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서로 공유하거나 극복 수기를 공개하는 등 긍정적인 활동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증상이 확인되지 않은 일부 사람들이 집단에 섞이면서 본래의 목적이 퇴색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이들 가운데 정신 장애 증상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훼손한 사진을 공개적으로 올리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미성년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트위터의 특성상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트위터리언들 사이의 이 같은 행위가 미성년자 이용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유사한 정신장애를 호소하고 있는 트위터리언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왔다는 20대 여성 J 씨는 “문제는 정신장애를 마치 액세서리처럼 착용하고 휘두르려고 하는 일부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정병트친소’ 해시태그로 검색되는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자신의 자해 사진이나 자해 일지를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실제로 이런 SNS 내 정신장애가 유행처럼 공유되는 것에 대해 의료 관계자들도 다소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남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집단에 매몰될 경우에는 증상이 더욱 가속화되거나 없던 증상까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방에서 소아·청소년 대상 정신·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K 원장은 “보통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처럼 개인의 경험 또는 주변 환경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정신 장애를 앓는 환자들의 경우는 자신과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과 고통을 공유하면서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라며 “일반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부분을 마음껏 털어놓고 이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유사한 증상이나 자신보다 심화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자극을 받는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 특히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 없이 자가진단만으로 증상을 확신하는 경우라면 주변인들의 이야기나 자극에 쉽게 휩쓸려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자신을 다중인격이라고 밝힌 김 양의 경우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간헐적으로 정신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긴 했으나 다중인격 사실을 밝힌 바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양의 이 같은 주장을 두고 이전에 진단받았던 정신장애에 더해 감형을 위한 허위 주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