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7500원’ 이상 K-패스, 이하 기후동행카드 유리…인천·경기 거주자는 THE 경기패스·I-패스 자동 적용
#4종의 카드가 뭐길래
약 120만 명이 사용 중이던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전 ‘알뜰교통카드 앱’에 들어가 출발지에서 ‘출발’ 버튼을 누른 후 알뜰교통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직장 등 도착지에서 ‘도착’ 버튼을 눌러야 마일리지가 적립됐다.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마일리지를 지급하는 방식인데, 앱 자체가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잦고 이용자들이 출발·도착 버튼을 일일이 누르는 것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이러한 알뜰교통카드의 단점을 보완해 5월 1일 출시될 K-패스는 2023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 사업이다. 월 15회 이상 정기적으로 대중교통(시내·마을버스, 지하철, 광역버스, GTX)을 이용할 경우 지출금액의 일정비율(만 35세 이상 20%, 만 19~34세 청년 30%, 저소득층 53%)을 다음 달에 돌려받을 수 있다. 전국에서 사용 가능하지만 인구 10만 명 이하의 일부 지자체는 K-패스 사업에 참여하지 않아 이용이 어렵다.
현재 알뜰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앱을 통해 K-패스로의 회원 전환 절차를 거치면 별도의 카드 재발급 없이 기존에 발급 받은 교통카드 그대로 K-패스 혜택을 제공 받을 수 있다. K-패스 신규 가입자라면 각 카드사 앱이나 누리집 등에서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신한, KB국민, NH농협, 우리, 하나, 삼성, 현대, BC, IBK기업은행, 광주은행, 케이뱅크, 이동의즐거움, DGB 유페이 10개 카드사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알뜰교통카드 이용자와 달리 신규 회원은 K-패스 앱이나 누리집에서 반드시 별도의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후동행카드는 1월 27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4월 5일 누적 판매 100만 장을 돌파하는 등 단기간에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 2000원권, 따릉이까지 이용할 수 있는 6만 5000원권, 청년이 지하철·버스·따릉이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5만 8000원권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 횟수가 무제한이라는 점이다. 또한 같은 번호 버스 환승도 가능하다.
기후동행카드는 실물 카드와 모바일 카드 중 1종을 선택해 발급 가능하다. 실물 카드의 경우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 고객안전실과 서울 내 편의점 2000여 곳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단, 1인 1카드 구매 방침이 명목상으로만 존재해 재고가 부족한 판매처도 이따금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서울맵을 통해 판매처의 세부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카드의 경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만 지원하며, 아이폰 이용자의 경우 사용할 수 없다. 모바일 카드는 모바일티머니 앱에서 발급 받을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 충전은 실물 카드의 경우 지하철 1∼8호선 역사에서, 모바일 카드는 모바일티머니 앱을 통해 가능하다. 4월 24일부터는 모바일 카드에, 4월 27일부터는 실물 카드에 신용·체크카드 충전 기능이 도입됐다. 이전까지 모바일 카드는 계좌 이체, 실물 카드는 현금으로만 충전이 가능해 시민들로부터 관련 민원이 이어졌다. 만약 사용이 적어 잔액이 남았다면, 사용만료일(개시일로부터 30일 이내) 전에 환불도 가능하다. 환불 절차가 다소 복잡하지만, 카드 충전금에서 실제 사용액과 수수료 500원을 제외한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 시행하는 ‘The 경기패스’와 인천에서 시행하는 ‘I-패스’는 모두 K-패스의 확장판으로 분류된다. K-패스가 제공하는 혜택을 모두 제공하면서 각각 경기 도민과 인천 시민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The 경기패스와 I-패스 모두 K-패스와 동일하게 5월 1일부터 시행된다.
The 경기패스는 K-패스의 월 60회 한도를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매달 대중교통 비용의 20%(만 19~39세 청년 30%, 저소득층 53%)를 환급해 준다. K-패스보다 청년의 기준이 완화돼있다. 단, K-패스와 마찬가지로 단 15회 이상 사용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천시의 ‘I-패스’는 The 경기패스와 마찬가지로 무제한 사용 가능하며, 청년층의 범위가 만 19∼39세다. I-패스의 경우 다른 교통할인카드와 달리 65세 이상 주민들의 환급률을 30%까지 늘린 것이 특징이다.
The 경기패스와 I-패스는 K-패스 발급 시 자동으로 혜택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두 카드 모두 K-패스 발급 방식과 동일하다. 회원 가입 때 자동으로 주소지 검증 절차를 진행, 경기도 주민 혹은 인천시 주민임이 확인되면 The 경기패스, I-패스 혜택이 적용된다.
#이용 지역과 ‘7만 7500원’ 확인해야
교통할인카드마다 지역별, 연령별, 대중교통별, 사용 금액별로 적용 여부가 다르다. 그래서 본인이 속한 집단의 특성에 따라 유불리가 나뉜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대부분 K-패스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지만 수도권에 거주한다면 선택지가 많다. 서울 시민은 K-패스와 기후동행카드를 두고 고민할 수 있고, 경기 도민과 인천 시민은 각각 THE 경기패스와 I-패스를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기후동행카드는 무제한 대중교통 정기권이고, K-패스 유형 3종은 실생활 모든 곳에서 결제가 가능한 환급형 카드다.
먼저 K-패스와 기후동행카드 가운데 고민한다면 월 대중교통비 사용금액이 만 35세 이상 기준 ‘7만 7500’원을 넘는지가 중요하다. K-패스의 일반인(만 35세 이상) 환급률 20%를 7만 7500원에 적용하면 기후동행카드 요금(따릉이 제외)인 6만 2000원이 나오기 때문이다. 월 대중교통비로 7만 7500원 이하를 지출하는 대중교통 이용자는 K-패스가, 그 이상을 내는 이용자는 기후동행카드가 유리한 셈이다. 월 7만 7500원은 서울지하철 기본요금 14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월 55회가량을 이용하는 수준이다. 청년의 경우 기준치는 ‘7만 8571원’으로 바뀐다.
이보다 적거나 애매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대부분 K-패스가 유리하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 버스요금 1500원을 기준으로 41회 이용해야 본전인 6만 2000원(따릉이 제외)이다. 그래서 만약 서울 시내에서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이용 횟수가 41회를 넘지 않는다면 사용금액과 상관없이 K-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서울 시민이지만 경기·인천 등 서울 이외 지역으로의 대중교통 이용이 많다면 K-패스의 혜택이 클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 시내버스와 지하철만 적용되기 때문에 광역버스·GTX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K-패스가 적합하다.
반면 ‘서울 내’에서만 대중교통을 한 달에 60회 이상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기후동행카드 혜택이 크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 시내버스 이용 41회 이상부터는 전부 무료로 이용하는 셈이지만, K-패스는 월 이용횟수가 60회로 제한돼 그 이상 이용하는 경우 불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후동행카드는 서울대공원, 서울식물원과 같은 주요 문화·여가 시설의 입장료도 면제·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평일 출퇴근과 주말 문화·여가 생활을 모두 서울에서 해 대중교통 이용량이 많다면 기후동행카드가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의 경우도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최근 김포 골드라인까지 사용이 확대돼 김포나 서울 안에서만 출퇴근하는 경우에도 적합하다. 또한 실제 역의 주소지는 경기도지만 파란 버스(서울 간선)나 녹색 버스(서울 지선)가 다니거나 서울 지하철이 지나는 경우 기후동행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540번 버스가 지나는 수리산역과 서울지하철 8호선역인 모란역이다. 기후동행카드 적용 여부가 헷갈린다면 버스에 붙어 있는 ‘기후동행카드 이용노선’ 문구를 확인하거나 서울시 누리집에서 ‘기후동행카드 서비스범위 검색’을 확인하면 된다.
경기 도민이나 인천 시민이라면 자동으로 적용되는 THE 경기패스와 I-패스가 유리하다. 두 카드 모두 K-패스와 연계되기 때문에 전국 대중교통에 적용되며, 특히 만 35~39세의 경우 K-패스보다 대중교통 사용 시 환급되는 액수가 높다. 65세 이상 인천 거주 어르신이라면 K-패스보다 높은 할인 혜택을 적용 받는다. 단, 앞서 언급했듯이 예외적으로 경기 도민이나 인천 시민도 기후동행카드 적용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혜택을 비교해볼 여지가 있다.
모든 기준을 다 따져봐도 K-패스, THE 경기패스, I-패스와 기후동행카드의 혜택이 비슷하다고 생각된다면 발급 받고자 하는 K-패스 카드의 혜택을 따져볼 수 있다. K-패스 카드는 교통카드 이외에도 생활 전반의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체크·신용카드로, 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카드사별 추가혜택을 제공한다. 즉, 교통비 지출 외에 외식을 하거나 쇼핑을 할 때 K-패스 카드를 이용해 카드사별 이용 실적 기준을 충족한다면 기후동행카드보다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