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아닌 피해자? CCTV엔 목덜미 잡아 밀치는 장면이…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 박은숙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9시 30분쯤 경찰에 “용산 한 호텔 로비에서 남성들 간 싸움이 일어났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호텔 로비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남성 두 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인근 지구대로 인계했다. 이들 중 한 명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통증을 호소하며, 누군가에 맞았다고 주장했다.
그가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함께 현행범으로 체포된 남성이 아니었다. 바로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 서 아무개 씨였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서 씨는 자리에 없었고 두 남성만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가 도착했을 땐 두 남성만 현장에 있었다. 서 의원의 아들이 관련됐다는 건 그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용산경찰서는 현행범으로 체포한 두 명과 함께 서 씨를 쌍방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경찰과 서 의원 측을 통해 확인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서청원 의원의 아들 서 아무개 씨는 지난달 30일 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호텔에서 고교 동창 모임을 가진 후 로비 앞에서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미국에서 알고 지낸 대학 후배 김 아무개 씨와 마주쳤다. 당시 서 씨 곁에는 같은 모임에 참석한 서 씨의 지인 A 씨도 함께 있었다.
이후부터는 양 측의 진술이 엇갈린다. 서 씨의 대학 후배 김 씨가 폭행 사건 직후 경찰 등에 주장한 내용에 따르면, 김 씨는 모임 일정 때문에 호텔 건물 안으로 들어가던 중 서 씨와 그의 일행과 마주했고 일방적으로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당시 폭언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그중에서도 국회의원 아들로 알려진 서 씨가 자신을 때렸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허리와 다리에 통증을 호소했다.
실제 사건 직후 경찰이 확보한 호텔의 폐쇄회로(CC)TV에는 서 씨가 김 씨의 목덜미를 잡아 밀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실랑이 벌이다 밀쳐 넘어져서 다친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래서 형사과로 신병인계하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반면, 서 의원실 측은 서 씨가 폭행 사건의 피해자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 의원실 측에 따르면, 김 씨는 당시 만취 상태로 호텔 로비에서 서 씨와 마주쳤다. 이후 김 씨가 먼저 시비를 걸었고 서 씨는 이를 무시하고 가려던 참에 김 씨로부터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다. 서 의원실 관계자는 “서 씨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상태로 국회의원 아버지도 있는 만큼 큰 소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빠져 나갔다”며 “서 씨가 떠난 뒤 김 씨는 서 씨와 함께 있던 지인 김 씨를 때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 씨가 폭행 시비에 휘말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사건 관련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현장에는 서 씨의 일행이 4명 있었다. 서 씨의 폭행 시비 연루 사건이 보도된 지난 1일, 폭행 시비에는 서 씨와 그의 일행 A 씨, 김 씨 등 3명이 연루된 것으로 언론에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에는 서 씨의 일행이 더 있었고 서 씨는 그중 한 명과 함께 현장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이후 남아있던 A 씨와 김 씨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 신고가 들어온 것도 남자 5명 정도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며 “서 씨와 함께 호텔을 나간 남성도 함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 씨에게 맞았다고 주장하는 김 씨는 오래전부터 서 씨 일행과 함께 어울렸던 사이로 서로 일면식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는 서 씨와 김 씨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날 사건은 술을 마신 상태인 김 씨가 서 씨 일행 중 한 명에게 주먹을 휘두르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김 씨는 관계가 틀어진 서 씨와 그 일행이 로비를 지나치다가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렀다고 한다. 이에 격분한 서 씨 일행이 김 씨와 몸싸움을 벌이게 됐다는 게 경찰 측이 사건 발생 당시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다.
현재 서 씨가 쌍방폭행의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서 의원실 측은 경찰조사 결과에 따라 김 씨를 무고나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주장이 상반되는 만큼 정확한 사실은 조사를 해봐야 알 것”이라며 “당시 사건에 연루된 이들을 한 명씩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