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참 회장 재선임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파업·라인 재조정 앞둬 비난
당시 김 사장은 기자들에게 “두 곳 모두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다 잘 해낼 것”이라며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3일 한국GM 사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발표로 그의 포부는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제임스 김 사장의 예정 퇴임일은 8월 31일이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지난 4월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올 뉴 말리부 신차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그의 퇴진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GM이 판매 부진과 누적 적자가 2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물러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임원이나 주요 간부들도 퇴임 계획을 몰랐다.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IBM·야후코리아·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제임스 김 사장은 소방수 역할로 한국GM에 뛰어들었다. 한국GM의 빈약한 차량 라인업을 보강하고 새그먼트별 경영 전략을 재정비하는 한편 고질적인 노사 갈등을 봉합할 막중한 책무를 맡았다. 지난해 4월 고덕스타디움에서 글로벌 베스트셀링 카 ‘말리부’를 화려하게 데뷔시켰을 때만 해도 그의 행보는 성공적이었다. 준대형 세단인 ‘임팔라’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르노삼성의 ‘SM6’와 현대차의 ‘그랜저’에 밀려 판매가 부진했다. 임팔라는 아예 국내 생산을 포기했다. 소형 세단인 ‘아베오’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의 신모델을 내놨으나, 쌍용차의 ‘티볼리’에 제압당했다. 마침 GM본사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한국GM의 수출량도 크게 줄었고 경영도 어려워졌다.
GM은 올 초 한국GM 수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유럽 자회사 오펠을 매각했다. 국내에서 ‘스파크’가 버텨줬지만 경차의 낮은 수익성으로는 한국GM을 지탱하긴 어려웠다. 제임스 김 사장은 회사의 주력 모델인 ‘크루즈’나 ‘볼트EV’ 판매에도 크게 열을 올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았다.
본인에 판단에 따라 스스로 물러난 것인지, 본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6월 15일 ‘자동차의 날’ 행사에서 국내 완성차 5개사 사장단 가운데 유일하게 빠지는 등 최근 행보를 봤을 때 자진사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6~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가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가는 점에 부담을 느껴 퇴임 시점을 앞당겼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찬반 표가 끝나면 10일 중앙노동위원회 심사, 11일 전체회의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GM본사가 글로벌 생산 라인을 전면 재조정 중인 가운데 이번 파업은 한국GM에 있어서 생사의 기로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특히 비판 받는 대목은 제임스 김 사장의 ‘외도 아닌 외도’ 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가하는 등 최근 암참 회장 역할에만 주력해왔다는 것이다. 6월 4일에는 암참 행사에서 웨이터로 변신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한국GM의 5월 판매량이 급감했다는 집계가 발표된 날이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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