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6천억대 철도·항만건설 우선협상자 선정…산호초 훼손 세계 환경단체 거센 반대
아다니는 카마이클에서 애봇포인트 항구까지 잇는 철도와 도로를 개발하고 애봇포인트 항구에는 새로운 항만을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 곳곳에서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세계 환경단체들은 애봇포인트 근처에 위치한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훼손을 우려해 사업을 반대한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산호초 지대다. 퀸즐랜드 주에 거주하는 원주민들도 토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철도·도로 건설을 반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다니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4년 7월 아다니는 카마이클과 애봇포인트를 잇는 388㎞의 철도건설 사업 EPC(설계·조달·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포스코건설을 선정했다. 같은해 12월 항만 건설을 위한 EPC 우선협상대상자로도 포스코건설을 선정했다. 포스코건설이 수주한 공사 규모는 총 30억 호주달러(약 2조 6400억 원)에 달한다.
2014년 12월 이운옥 포스코건설 호주사업 담당상무와 사미르 보라 아다니마이닝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포스코건설
호주 현지에서는 아다니가 곧 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7월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가 아다니의 광산 사업을 승인한 데 이어 지난 6월 6일에는 아다니그룹이 이사회를 열어 광산사업 시행을 최종 승인했다. 이날 호주 언론 <더 오스트레일리안>은 “(아다니는) 환경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7년 만에 카마이클 프로젝트 시행안을 최종 승인했다”며 “공사는 오는 9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건설 전 사전 준비는 7월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다니가 공사를 시작하면 우선협상대상자인 포스코건설도 아다니와 계약을 마무리 짓고 건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국내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은 포스코건설에 사업 시행 여부를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포스코건설은 공문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사업이 정상화되는 대로 관련 업무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포스코건설 입장에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매년 2000억~4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해왔지만 지난해는 509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구조조정을 단행해 2015년 말 5381명이었던 직원 수를 2016년 말 4818명으로 줄이기도 했다.
포스코건설에 카마이클 사업은 단순히 매출 증대 효과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해외 진출 확대라는 의미도 있다. 포스코건설의 매출은 국내에 편중돼 있어 해외 진출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포스코건설의 지난해 매출 7조 1280억 원 중 국내 매출이 6조 5634억 원으로 9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2월 오랜 해외 근무 경력을 가진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을 선임한 것도 해외 진출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경쟁업체와 비교해도 포스코건설의 해외 실적은 부진하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0조 원이 넘고 대우건설과 GS건설도 각각 3조 원, 5조 원이 넘는 해외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포스코건설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7354억 원에 불과했다. 아다니가 포스코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당시 포스코건설은 “호주 광산 철도사업에 참여함으로써 향후 아다니그룹이 발주 예정인 사업과 호주 내 다른 철도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었다.
포스코건설의 EPC 기술력을 보여줄 기회이기도 하다. 포스코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주택건설을 포함한 건축사업 부문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건축사업 부문이 강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부문의 기술력은 부각되지 않아 왔다. 하지만 지난 2월 포스코건설이 설계·시공 전문 기업인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면서 EPC 부문의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건설이 광산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해외 진출 확대와 시장에서 EPC 기술력 인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포스코건설 입장에서 카마이클 광산개발사업은 실적을 끌어올릴 좋은 기회라서 아다니와 포스코건설의 파트너십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아다니 입장에서도 포스코건설은 중요한 존재일 듯하다. 지난 3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공사에 들어가는 총 비용은 220억 호주달러(약 19조 2650억 원) 수준으로 아다니는 펀드를 통해 이 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카마이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는 은행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 최대 은행인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뱅크(NAB)를 비롯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유럽과 북미 지역의 23개 글로벌 은행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광산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은 “우리는 호주 법원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에 이어 대출을 꺼려하는 은행들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전했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은행은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아다니가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포스코건설을 선정할 당시 수출입은행은 아다니에 지지서한을 보낸 바 있다. 호주 연구·분석 전문사이트인 더컨버세이션은 “글로벌 은행들이 카마이클 광산 개발에 대출 및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아다니의 재정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투자가 가능한 은행으로는 인도 국책은행인 SBI(State Bank of India)나 한국수출입은행이 꼽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은 아다니와 환경단체들의 갈등이 해소되기 전까지 자금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환경이나 기술 등의 조건이 맞으면 카마이클 사업 금융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준 적은 있다”며 “하지만 확정해서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지원을 한다 하더라도 환경 문제가 모두 해소된 후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이 사업에서 빠지면 수출입은행이 아다니에 자금을 대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국제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최근 아다니는 환경 문제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국제 여론에 따라 해수면 아래에는 항만 공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기존에 있는 항구를 증설하는 등 육지 쪽에서만 공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79㎢(약 8439만 7500평) 규모의 광산공사와 388㎞ 길이의 철도공사가 진행되면 대규모 산림 파괴가 불가피하다. 또 공사가 끝나 항만이 활성화되면 매년 수백 척이 넘는 석탄수송선이 추가 운항돼 선박사고로 인한 기름유출 등 잠재적 환경파괴 요인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김혜린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활동가는 “세계 최대 산호초지대에서 건설될 철도·항만 사업의 환경파괴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국제사회와 뜻을 같이하며 향후 행보를 주목하겠다”고 전했다.
비단 자금문제 때문만 아니더라도 아다니가 이제 와서 새로운 시공사를 찾으려면 사업이 그만큼 지연돼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포스코건설로서는 실적을 끌어올릴 좋은 기회여서 아다니와 파트너십을 쉽게 끊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힘들 뿐 아니라 포스코건설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은행들이 사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도 명목상으로는 환경보호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포스코건설 입장에선 환경문제를 해결해 비판을 최소화하고 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을 통해 원활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사업은 아다니가 주도하고 있어 포스코건설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사업은 아다니가 주도하고 있으며 포스코건설은 시공사일 뿐”이라며 “아직 정식 시공사도 아닌 우선협상대상자일 뿐이라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