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피·전화 불통, 사무실도 닫혀…“여론 악화, 기부금 뚝”
5일 현재 5.16민족상 인터넷 홈페이지는 접속이 안 되고, 재단 대표 전화번호는 통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 소재 S 빌딩에 있는 5.16민족상 재단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다. 복수의 S 빌딩 관계자들은 “5.16민족상 재단 관계자들이 오래전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 S 빌딩에 있는 재단법인 5.16민족상 사무실. 사진=박정훈 기자
5.16민족상은 제3공화국 시절인 1966년 3월 5.16민족상운영위원회가 구성돼 총재에 박정희 전 대통령, 이사장에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선임되면서 시행, 재단법인이 됐다. 현재 이 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이다.
5.16민족상은 매해 5월 16일 학술·교육·사회·산업·안전보장, 다섯 가지 분야의 발전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시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제51회 시상을 마지막으로 올해는 시상이 없었다. 5.16민족상 재단 법인등기부엔 10명의 이사가 등재(등기이사)돼 있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사실과 달랐다.
등기부에 이사로 등재된 김 아무개 씨는 “재단 일을 그만둔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재단에 이사로 등기를 말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아직 말소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역시 이사로 등재된 허 아무개 씨 측 관계자는 “허 전 이사는 지난해 상반기 재단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현재 재단과 전혀 무관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재단은 이사장 변경, 이사 등기, 재단 해산, 재산 이전 등 재단의 등기 사안이 변경될 경우에 우리 부에 신고해야 한다. 사무실 이전, 전화번호 변경 때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직 5.16민족상 재단으로부터 어떠한 신고도 받지 못한 상태다”라며 “정부는 재단의 설립을 허가한 후에는 재단의 실질적인 운영 방식에 관여할 수 없다. 국고보조금이 투입되지 않고 자율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융통해 운용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5.16민족상 재단이 고사 상태에 빠진 결정적인 요인으로 5·16 쿠데타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여론 확산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겹쳐 기업들이 기부금 출연에 몸을 사렸기 때문이란 해석이 대두된다. 5.16민족상 재단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여론이 극도로 악화돼 기부금이 현격하게 줄어들면서 사실상 재단 운영이 올스톱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5.16민족상 재단 등기부에는 설립 목적이 “5.16 혁명의 역사적 사명과 그 이념을 길이 선양함과 아울러 국가 민족의 문화와 산업의 개발에 기여함으로써 조국 근대화의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다”고 돼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설립 취지문에서 5․16 쿠데타는 ‘민족적 일대 전환기’, ‘미래를 향한 희생이자 책임’, ‘조국 근대화의 기점’ 등으로 표현되었다.
지금까지 이 재단에 가장 많은 기부금을 출연한 기업은 한국야쿠르트다. 야쿠르트는 윤덕병 회장 명의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7차례에 걸쳐 총 7억 6000만여 원을 기부했다. 이 액수는 같은 기간 전체 22억 원에 달하는 기부금 총액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2013년에 이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자 야쿠르트는 그해부터 5.16민족상 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하지 않았다.
야쿠르트가 쟁쟁한 재벌그룹들을 제치고 5.16민족상 재단에 가장 많이 기부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윤덕병 회장의 인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군인 출신인 윤덕병 회장은 5·16 이후인 1962년 윤보선 전 대통령의 하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통령 직무대행을 할 당시 대통령경호실 부실장을 역임했다. 윤 회장은 1963년 중령으로 예편한 후 1968년 한국전력 이사를 거쳐 1969년 야쿠르트를 설립했다. 윤 회장은 지금도 존경하는 인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고 있다.
야쿠르트 관계자는 “당사는 특정 단체에 편향됨 없이 기부활동 전개해 왔다. 5.16민족상에 기부한 금액은 같은 기간 당사 총 기부금의 1%대 수준으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또한 논란을 불식하고자 기부를 중단한 상태”라며 “윤 회장이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부분은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장익창 비즈한국 기자 sanbad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