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 건너뛰고 직급 낮춰 검찰 내부 술렁…형사부 중심 인사 전망도
윤대진 신임 1차장검사 직무대행은 ‘대(大)윤’과 ‘소(小)윤’으로 불릴 만큼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가까운 사이인데, 검찰 내에서는 이번 인사가 앞으로 불어올 인사 폭풍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직무대행으로 발탁된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이 지난 3월 엘시티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인사가 파격인 점은 일단 기수 문화가 중요한 검찰 내 인사 시스템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전임자였던 노승권 현 대구지검장(사법연수원 21기)이 검사장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무려 네 기수나 한 번에 건너뛰었고, 심지어 비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선택했다.
내부 규정을 아직 손보지 못한 탓에 정식 차장검사가 아닌 ‘직무대행’으로 임명됐지만, 규정만 손보면 정식으로 1차장검사가 될 것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전국 검찰청의 형사부 선임 차장 역할을 하는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사법연수원 25기가 임명되면서, 25기를 기준으로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검사 인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차장검사급 검찰 관계자는 “원래 전국 차장검사 중 선임의 의미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그동안 검사장급에서 맡아왔는데, 이번에 그 자리에 25기이자 비검사장을 임명한 것은 앞으로 전국 차장검사 기수를 현재 23~25기에서 25~27기로 대폭 건너뛰겠다는 것”이라며 “18~22기로 이뤄진 기존 검사장들을 대거 내보내고, 검사장 자리를 줄인 가운데 23~24기 중 일부를 검사장으로 뽑아 새로운 검찰 수뇌부를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의 의사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낙점된 뒤 하루 만에 나온 이번 인사를 놓고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아무리 윤 지검장이라고 해도 검찰 내 위계는 잘 아는 분”이라며 “후보자 신분이지만,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명되자 준비했던 인사안을 문 후보자에게 보고해 승낙을 받은 뒤, 청와대 승인까지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검찰총장 차원에서 꾸려나갈 검찰 개혁의 방향과 다를 경우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인사라는 것인데, 실제 문무일 후보자는 윤대진 차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고, 이때 문 후보자 역시 윤 차장의 능력을 높게 산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지검장과 마찬가지로, 윤대진 차장 임명을 놓고 검찰 내 보직 개혁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세월호 수사를 맡아 해경을 기소했다는 이유로 능력에 비해 한직을 돌아다녔다는 인사 평을 받아온 윤대진 차장. 타고난 특수통의 1차장행을 놓고 ‘형사부 대폭 강화’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대검 중수2과장, 중앙지검 특수2부장 등을 지낸 윤대진 차장은 사실 일반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1차장보다 특수부 사건을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자리가 더 적임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윤 차장은 2006년 윤석열 지검장과 함께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맡아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두 사람은 당시 정몽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검토 단계에서 정상명 검찰총장을 찾아가 “법대로 구속해야 한다”며 함께 배수진을 쳤고, 결국 정 회장을 구속시키는데 성공했다.
검찰 인사에 밝은 고위 관계자는 “특수통이 3차장이 아닌, 1차장으로 갔다는 것은 그만큼 형사부를 중심으로 검찰을 새롭게 꾸려나갈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며 “공안사건을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비공안 출신이 가고, 3차장에 형사부 출신 기획통이 갈 것이라는 등 여러 파격적인 인사 전망이 쏟아지고 있어 검찰 내 중역들이 상당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윤석열도 그렇고, 윤대진도 그렇고 실력으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라며 “앞으로 이뤄질 인사 역시 실력을 토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탓에 동요는 실제 인사가 나면 쉽게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지금 비즈한국 홈페이지에 가시면 더욱 생생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