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은폐 의혹…김기춘·김종 언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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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바람 잘 날 없는 프로야구에 또 다시 대형 악재가 터졌다. ‘공정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심판과 구단 간에 금전이 오고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위급 인사가 현직 심판에게 현금을 건넨 구단은 지난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석권에 성공한 두산 베어스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심판 매수 스캔들은 검찰 수사로 확전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더 많은 구단이 연루돼 있다’, ‘승부조작과 관련돼 있다’ 등 흉흉한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일요신문>은 야구계를 뒤덮고 있는 ‘심판 매수 의혹’ 사건의 핵심 쟁점 3가지를 되짚어봤다.
# 대가성 진짜 없었나
문제의 심판이 두산에 돈을 요구한 시점은 지난 2013년 10월이다. 선임급 심판 최규순 씨가 돈을 요구한 이유는 ‘술자리 시비에 휘말려 합의금이 필요하다’였다. 이에 두산 김승영 대표이사는 최 씨가 알려준 계좌에 300만 원을 입금했다.
이와 관련해 두산 측은 “구단 차원이 아닌 개인돈이었고, 승부와는 무관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KBO에서도 “조사결과 대가성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실제 돈거래에서 대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 주인공이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직 심판이었다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는 거둬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돈이 오간 ‘시기’에 있다. 두산이 최 씨에게 돈을 건넨 2013년 10월은 두산 베어즈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경기가 열리던 시점이었다. 당시 플레이오프는 두산이 1차전을 선점한 상황에서 2차전을 내줬고, 이후 내리 2연승을 내달리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지켜본 이들이 의심을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공교롭게도 두산이 승리한 3경기에 최 씨가 모두 심판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이 건넨 돈에 대가성이 담겨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후 7차전까지 이어진 한국시리즈에서도 최 씨는 6경기에 심판으로 나섰지만 두산은 이 6경기에서 2승 4패를 기록했다.
# 과연 두산만 그랬을까
이번 사태 중심인 최 씨를 두고도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그가 ‘도박 중독자’였으며 실제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이나 주변 야구인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녔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가 두산 측에 돈을 요구한 시점에도 강원랜드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 씨는 두산으로부터 300만 원을 받은 이후에도 재차 돈을 요구했다. 다만 두산은 두 번째 요구는 거절했다고 밝혔다. 최 씨는 1회 갈취에 만족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과연 최 씨는 두산에게만 돈을 요구했을까.
최 씨는 두산을 포함해 총 5개 구단에 돈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KBO는 지난해 이 같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진상 조사차 10개 구단에 공문을 보냈다. 이에 두산을 포함한 5개 구단이 최 씨의 요구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넥센 히어로즈는 최초에는 돈을 건넸다고 했다가 입장을 번복했다.
KBO는 10구단과 공문을 주고받은 이후 심판들로부터 ‘윤리강령서약서’를 받았다. 당시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불편한 행동들이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편의 제공 부분을 제한하도록 심판위원회에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석하면 이전까지는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편의 제공이 이뤄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심판들을 소위 ‘대접’하는 문화는 공공연한 관행으로 이어져왔다. 이에 무감각해진 일부 관계자들의 관행이 결국 현재의 사태를 야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 ‘알고도 넘어갔다’ KBO의 은폐 의혹
지난 2013년 10월 벌어진 이번 사태는 지난해 8월 일부가 공개됐고, KBO의 자체 조사도 이어졌다. KBO는 두산이 현직 심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승부에 영향이 없었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넘어갔다. 구단과 심판이 돈을 주고받는 행위는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야구규약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그럼에도 별다른 징계조치가 없었고, 내용이 공개되지도 않았다.
이에 ‘KBO에서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이 사건을 두고 “KBO 사무총장이 김기춘 보좌관 출신? 야구계에도 최순실이...”라며 “프로스포츠계에도 공정함과 정의가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는 글을 올려 의혹을 부추겼다.
손 의원이 지적했듯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보좌관 경력이 있다. 양 사무총장은 1988년 KBO에 발을 들여 1996년부터 약 2년간 보좌관 생활을 하다 복귀했다. 이 시기 김 전 비서실장은 1995년 2월부터 KBO 총재를 역임했고, 이듬해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총재직을 내려놨다. 국회로 입성하면서 KBO에 있던 양 사무총장을 데려갔던 것이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두산이 최 씨에게 돈을 건넨 시점과 조용히 넘어간 KBO의 자체 조사가 있었던 지난해까지 김 전 차관의 임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그는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에서 일했던 경력도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부터 대한민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으로 최순실 씨와 함께 거론됐고, 이들 사이의 연결고리로 김 전 비서실장이 지목받기도 했다. 이처럼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양 사무총장, 김 전 비서실장, 김 전 차관 등의 부정이 드러나진 않았다.
KBO는 지난해 8월 관련 자료를 문체부에 보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새정부 문체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O를 검찰에 고발했고, 회계감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KBO 보조금 사업 감사를 실시하고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추가 고발 및 보조금 삭감 등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산 넘어 산’ 승부조작 소용돌이 ‘심판 매수 의혹’ 사건으로 야구계가 뒤집힌 가운데 이에 못지않게 중대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을 승부 조작으로 이끈 조직 폭력배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기 떄문이다. 나와선 안될 단어가 또 등장한 것이다. 승부조작 사태는 지난해 프로야구를 강타한 바 있다. 검찰은 승부조작 제안을 받은 선수를 불러 조사할 계획도 밝혀 야구팬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고 있다. 또한 조사 중인 곳이 포항지청이고 인근 지역 조직 폭력배가 구속돼 특정 지역 선수들이 팬들의 예측 범위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 연고 소속 선수는 아니다’라고 밝혀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나게 됐다. [상] |
‘시련의 일주일’ 프로야구 경기장 분위기는 5일 kt와 두산 경기에 잠실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 ‘심판 매수 의혹’ 사건과 승부조작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프로야구 인기몰이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는 역대 2번째 빠른 속도로 시즌 누적 관중 4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호조를 이어왔다. 지난 5일 kt와 두산의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은 평소와 크게 다를바 없는 분위기였다. 저녁시간이 되자 퇴근 이후 야구 경기를 보려는 직장인들이 몰렸고, 두산 홈 경기인 만큼 1루 측 관중석은 유니폼을 입고 응원에 열중하는 관중들이 몰렸다. 관중 수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이날 6148명이 잠실 경기장을 찾아 일주일 전 7887명, 지난해 7월 6일 8235명과 비교해 상대팀 인기와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씨 등을 고려하면 두드러지는 변화는 없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최진영 씨는 “심판에 돈을 준 행위는 문제”라면서도 “선수가 무슨 죄가 있겠나.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장에 있던 또 다른 야구팬 김광남 씨는 “어제 사장이 사퇴했지만 사과가 늦었다”며 “기사가 다 나오고 월요일에도 구단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에서는 별다른 사과가 없더라”라고 지적했다. 김 씨의 말대로 심판과 금전거래 사실이 드러난 두산 구단은 의혹이 불거진 3일까지 구단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4일 경기에 앞서 김승영 대표이사가 사임을 발표했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날 구단 소셜 미디어에는 현장 동영상이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게시됐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