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진술 번복으로 혐의 벗어…“동석한 다른 두 사람한테 당한 것 같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경찰서에 성폭행 신고가 접수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피해 여성은 강남구 역삼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 A를 포함한 남성 2명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112 신고를 받고 곧바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당시 현장에 A는 없었고 피해 여성과 사건 관계자인 또 다른 남성만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사건 관계자로 지목된 또 다른 남성은 자신은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의 첫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내용이 보도되면서 이번 사건은 ‘아이돌 성폭행’이라는 검색어와 함께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언론보도를 통해 A를 특정 지을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가 노출되면서 A의 이름 옆에 ‘성폭행’이 연관 검색어로 뜨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의 이름을 초성으로 표시하는 방법으로 사건 기사에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국선변호사 입회하에 피해 여성이 작성한 사건 진술서에는 A의 이름이 빠졌다. 다시 생각해보니 A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이 아니고 동석했던 다른 남성 2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같다’는 것이 피해 여성의 진술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사건 발생 전날, 역삼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피해 여성을 포함해 남녀 각 3명씩 6명이 함께 술을 마셨다. 이 술자리에 사건 관계자로 지목됐던 A 외에 다른 연예인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 여성은 이 술자리에서 A를 제외한 다른 2명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은 첫 신고 당시 “A 등 남성 2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서에서 작성한 사건 진술서에선 A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A는 바로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났다. 이에 경찰은 A에 대한 별도의 조사를 진행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자 사건 관계자를 오인해 섣부르게 신고했던 피해 여성에게 도리어 무고 혐의를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까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 보호 원칙이 다른 범죄에 비해 다소 강하게 지켜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장소, 시간은 물론, 피해자의 나이 등 개인을 특정할 소지가 있는 모든 정보가 원천 차단된다. 이번 사건 역시 피해 여성의 당초 신고 내용과 ‘언론 공개 범위’ 아래에 있는 일부 정보에 대해서만 공개됐다. 이 피해 여성이 사건 장소에 있었던 A와는 어떤 관계였는지, 무슨 이유로 그날 술자리를 가졌는지, 사건이 발생했던 장소는 어떤 곳이었는지조차 아직까지는 베일에 싸여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가해자로 지목됐던 A가 신고 후 7시간여 만에 사건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남을 수밖에 없다. A가 사건이 발생한 시간까지 그 자리에 있었는지, 그리고 술자리 전후로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A가 참고인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수도 있어 보인다. 문제의 술자리에는 동석했으며 술자리를 함께한 남성 3명 가운데 자신을 제외한 두 명이 피의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클럽 내 집단 성폭행 사건에 휘말렸던 배우 이민기의 경우에도 피해 여성이 고소를 취하했지만 그가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고,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이 이민기의 지인이었다는 이유로 주요 참고인으로서 조사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동안 홍역을 치른 A의 소속사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사건이 발생하기 전 A가 술자리에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로부터 A가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전달받은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 (우리 쪽이) 보도로 피해를 본 게 있더라도 소속사가 직접 나서서 ‘그게 아니다’라고 밝힐 생각은 없다. 그저 실명이나 소속사가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