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못한 길에 아쉬움 없어…큰 상금은 좋은 자극”
평소에는 서울 대치동 포스코 본사 총무부에서 근무하다가 주말을 이용해 전국의 아마추어 바둑대회를 누빈다. 프로의 꿈은 접은 지 오래됐지만 기량은 오히려 점점 늘어, 국내 여자 아마추어 랭킹1위 자리를 수년째 지키고 있다.
내셔널바둑리그 대구 덕영팀의 동료 송홍석 석수가 전하는 김수영의 별명은 ‘마님’. 똑 부러지는 성격에 시원시원한 언행으로 팀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7월 10일 우승 직후 상기된 표정이 채 가시지 않은 김수영 아마7단을 만나봤다.
남원 광한루 내 완월정에서 펼쳐진 이단비(왼쪽)와 김수영의 결승1국 모습.
―소감이 어떤가.
“그동안 20회 가까이 우승컵을 안아봤지만 오늘이 가장 기분 좋다. 많은 아마추어 대회가 있지만 여성들만 겨루는 국제바둑대회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 이런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 영광이다.”
―우승하기까지 고비가 있었다면.
“4강전인 류승희 선수와의 대국이 제일 어려웠다. 평소 친한 친구 사이기도 해 던지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투지를 끌어올려 고비를 넘었다.”
―포스코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럼 프로의 꿈은 포기한 것인가.
“입사한 지는 4년쯤 됐고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 입단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지는 꽤 됐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바둑에 대한 갈증은 1년 내내 내셔널바둑리그나 기타 바둑대회 출전으로 충분히 풀고 있다. 회사와도 바둑을 통해 인연을 맺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성원해준다. 지금이 좋다.”
2017 국제바둑춘향 선발대회 대회장 전경.
―결승 상대였던 이단비 선수에 대해 말한다면.
“지난해 우승자이고 요즘도 바둑도장에서 열심히 수련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복이 참 곱다. 한복을 입고 대국한 소감은.
“평소 한복을 입을 기회가 없었는데 한복을 입고 바둑을 둔다는 게 신선했다. 외국 선수들도 즐거워했다. 좀 더웠지만 ‘한복이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연구비로 지급되는 우승상금이 1000만 원이다.
“이제까지 받아본 상금 중 가장 큰 금액이다. 아마추어가 돈을 언급하는 것은 뭣하지만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몇 년간 여류 아마국수전 등 많은 대회의 상금이 수년째 그대로였다. 이런 큰 상금은 좋은 자극이 된다. 대회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