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인증 떡하니…“안전검사 못믿겠다”
보니코리아의 유아용 매트가 피부발진과 호흡기 질환을 일으켜 논란이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2014년 설립된 유아용품 판매업체 ‘보니코리아’는 사원 수가 10명 남짓인 소규모 업체지만 이 회사 제품은 귀여운 디자인과 활발한 SNS 마케팅으로 유아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났다. 특히 ‘보니언니’라는 캐릭터를 통해 고객들과 친근하게 소통을 주고받으면서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보니코리아의 대표 베스트셀러는 체온 조절에 탁월하다는 ‘아웃라스트’ 소재 매트다. 아웃라스트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우주복을 제작하기 위해 만든 온도 조절 신소재로 아웃도어류, 기능성 정장, 침구류에 널리 사용된다. 아웃라스트 소재가 온도 조절에 탁월하다고 알려지면서 보니코리아의 에어매트는 태열과 아토피로 고생하는 신생아를 둔 부모들에게 큰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에어매트를 사용한 아이들의 몸에 붉은 발진과 두드러기가 나고, 기침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6월 22일 기준 해당 업체의 아웃라스트 소재 제품에 대해 모두 84건의 위해 사례가 접수됐고 이 중 유아의 잔기침, 발진 등 호흡기·피부질환을 호소하는 사례가 34건 포함됐다.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단일 영유아 피해사례로는 최대 규모다.
지난 6월 14일 59명의 피해자는 홍성우 보니코리아 대표를 업무상중과실치상죄로 고소했으며 현재 검찰에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의 온라인 카페도 개설된 지 한 달여 만에 회원 수가 1만 580명을 넘어섰다.
보니코리아와 아웃라스트 원단 납품 업체는 제품 유통에 필요한 검사를 모두 마쳤다는 입장을 보인다. 홍성우 대표는 지난 6월 8일 홈페이지 사과문을 통해 “수입 통관 시 문제가 없었고 국내 어린이 안전인증 검사를 모두 마쳐 의심 없이 판매했다”며 “이번 일로 어린이 자율안전인증 외에는 유아 섬유 제품에 대해 인증을 받을 만한 검사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보니코리아에 아웃라스트 원단을 공급하는 씨앤케이주식회사 역시 “아웃라스트는 2012년 독일에서 피부 민감도 시험뿐 아니라 유아용으로도 안전하다는 인증을 받았고 자사의 화학물질에 대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도 국가기술표준원에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아웃라스트라는 소재 자체의 문제가 아닌 제품화 방식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아용품업계 한 관계자는 “아웃라스트뿐 아니라 모든 코팅 원단은 마찰로 긁힐 수 있어 겉으로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며 “이번 사건처럼 긁혀서 발생하는 잔사가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게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피해 부모와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태가 원단이 긁히면서 발생한 잔사가 호흡기로 흡입되거나 피부에 닿으면서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온라인 카페와 SNS에서는 보니코리아의 해당 제품에서 얼마나 많은 잔사가 떨어지는지 보여주는 사진과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지난 6월 23일 한국소비자보호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원단의 한쪽 면은 코팅 가공이 돼 있어 코팅 면이 노출될 경우 집중적 외력에 코팅이 흰 가루 형태로 떨어져 나올 수 있다”며 “떨어진 가루가 호흡기에 이물감을 주거나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제품의 사용 자제를 당부했다.
실제로 아웃라스트는 10여 년간 등산복, 침구 등으로 흔히 사용됐다. 국가기술표준원 생활제품 안전과 관계자는 “국내에서 지난 15년간 아주 흔하게 사용된 원단이지만 아직 국내에 문제가 보고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의아해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유아용 제품에 대한 안전검사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현재 7개의 시험기관에서 시행되는 유아용 섬유제품 안전확인 검사의 핵심은 폼알데하이드, 알러지성 염료 등의 유해물질 포함 여부 및 정도다. 코팅 원단의 잔사 발생 여부는 안전검사 과정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보니코리아 에어매트의 안전 시험을 진행한 코티티(KOTITI)의 한 관계자는 “안전검사는 지정된 몇 가지 유해물질의 포함 정도를 살피는 것이기에 최소한의 안전만 보장할 수 있다”며 “물론 유아용품은 검사하는 유해물질의 종류가 더 다양하긴 하지만 KC인증은 오로지 현행 기준상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고 말했다.
KC인증을 받은 제품이 문제가 생기자 영유아 부모들은 유아용품 구매하기가 두려울 정도라는 반응을 보인다. 두 살 아이의 엄마 김유라 씨(여·27)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로 유아용품을 구매할 때 성분이나 인증마크를 꼼꼼히 살피지만, 이번 사건을 보니 그것도 정답이 아니었다”며 “이젠 어떤 제품도 마음 놓고 구매하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