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활약 발판으로 대표팀 입성 꿈꿔”
강원 FC로 이적해 K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미드필더 한국영.
[일요신문] ‘A매치 41경기 출전. 월드컵·아시안컵 각각 1회 참가. 일본 J리그, 카타르 스타스리그서 활약.’ 만 27세 프로데뷔 8년차 축구선수 한국영의 프로필이다. 그는 지난 8년간 일본, 카타르 리그에서 4개 팀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국가대표로도 활발히 활약했다. 41경기 출전 기록은 지난 5월 대표팀 명단 기준으로 기성용, 이근호, 이청용 등 베테랑에 이어 6위 기록이다. 슈틸리케 전 감독도 지난 2015년 한 강연에서 “대표팀 선수 중 한국영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을 정도로 대표팀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로 평가받았다. 이처럼 한국영은 경험 많은 선수지만 K리그에서만큼은 겨우 몇 경기를 치른 ‘신인’이다. 그는 지난 5일 8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강원 FC에 입단하며 K리그에 첫발을 내딛었다. K리그 신입생 한국영을 직접 만나봤다.
한국영은 이적 직후부터 팀의 선발 미드필더로 3경기에 모두 나섰다. 프로생활 8년 만에 국내무대 첫선을 보인 소감은 어떨까.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태어나고 자란 우리나라지만 K리그는 처음이라 적응하는 중이다. 팬분들이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자체가 힐링”이라는 한국영.
강철체력을 자랑하는 그이지만 국내 데뷔전에서는 후반전 중반 다리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교체됐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는 한국 특유의 덥고 습한 기후가 한몫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영은 “날씨는 카타르가 더 덥다”며 “그곳이 건식 사우나 같은 느낌이라면 한국은 훨씬 습하다. 하지만 나만 더운 건 아니다.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을부터 봄까지 시즌이 치러지는 카타르에서 넘어왔기에 몸이 덜 만들어진 탓도 있었다. 그는 “비시즌에 쉬었기 때문에 최대한 몸을 끌어올리려 한다”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첫 경기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2경기에서는 풀타임으로 팀에 녹아들고 있다. 휴식일에는 후배와 함께 숙소가 있는 강릉에서 바닷가에 나가기도 하고 시내 외출도 했다. 오랫동안 홀로 해외 생활을 한 한국영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는 “이태민 선수와 같이 돌아다니고 식사도 했다. 카페에서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자체가 힐링이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땐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지만 나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그와 비슷한 시기에 팀에 입단한 프랑스 출신 공격수 나니를 불러 식사를 했다. 오랜 시간 해외에서 활약한 그는 팀 내 외국인 선수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한국영은 “어색한 나라에 와서 적응한다는 게 쉽지 않다. 나도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아직 나니 와이프가 한국에 안 들어왔다고 해서 데리고 다녔다. 여기에 있는 동안만큼이라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기억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 이적에 앞서 많은 팀들이 그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기도 했다. 원소속팀인 알가라파 FC에서도 한국영과 이별을 아쉬워했다. 그는 유럽에서도 제의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알가라파에 있던 감독이 스코틀랜드의 레인저스 FC로 가면서 공식 이적 제의를 했다. 군대도 해결해주겠다고 하더라. 하지만 편법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 결국 거절했다. 이후 귀국했을 때 가장 강력하게 접촉해온 팀이 강원이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저를 만나러 관계자분들이 올라오셨다.”
레인저스의 제안에 “잠시 흔들리긴 했다”고 고백했다. 셀틱과 함께 스코틀랜드리그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레인저스는 1891년부터 리그 우승을 54번이나 차지한 역사가 깊은 명문 팀이다. 그에게 이번 유럽 제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독일 분데스리가 등에서 영입을 노린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소속팀에서의 안정적 출전을 위해 J리그 잔류를 택한 바 있다.
알가라파에서도 한국영을 강력하게 붙잡았다. 계약할 때부터 팀은 한국영을 오래 잡아두고 싶어 했다. 한국영이 군 입대 계획을 이유로 1년 계약을 제시했지만 팀은 3년을 고수했고 그대로 계약을 맺었다. 그는 “팀에서 군 입대를 피하는 방법을 찾았다. 카타르 내에서 어려운 일이었지만 구단주가 힘을 써서 ‘5년짜리 비자를 만들어 줄 테니 군대 가지 말라’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런 유혹도 뿌리쳤다. 한국영의 아버지는 군인 출신이다. 그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한국영은 국가대표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특별한 선수다. 분데스리가의 제안에 J리그를 택한 이유도 월드컵에 꼭 출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던 런던 올림픽 대표팀 시절엔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려는 노력도 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활약한 한국영.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는 “국가대표는 항상 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대표팀 선수라면 항상 국가대표를 꿈꾸고 그 자리를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속팀 강원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팀에서 활약이 먼저다. 활약하다보면 대표팀에서 한 번쯤 더 생각해주고 봐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영은 인터뷰 내내 “강원에서의 활약”을 힘주어 말했다. 눈앞으로 다가온 군 입대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가대표 이야기를 할 때도 결론은 “팀에 헌신이 우선”이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개인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팀의 목표가 곧 개인의 목표”라며 “강원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팀이 높이 비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중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따른다는 원칙을 잊지 않았다. 대표팀에서는 ‘수비적인 역할만을 맡는 미드필더’로만 인식돼 있지만 대학시절까지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뛰었다. 카타르에서는 공격포인트도 많이 기록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수비 지역을 혼자 커버하기보다는 수비 지향적 동료와 함께 서서 공수 모두에 도움이 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도 “하지만 원하는 것만 할 수는 없다. 대표팀에선 슈틸리케 전 감독님이 나에게 원하는 역할이 있었고 나는 그에 충실하려 했다. 최윤겸(강원) 감독님 의지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영은 “항상 선수보다 팀이 우선이다. 나는 팀이라는 요리에 한 가지 재료일 뿐“이라며 ”요리가 맛깔나려면 신선한 재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릉=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K리그에 발만 담갔다 뺄 순 없다” 완전 이적 고집 한국영이 국내 무대로 돌아온 이유 중 ‘국방의 의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내 군경팀인 상주 상무나 아산 무궁화(경찰 축구단)에서 뛰려면 K리그에 복귀해야만 했다. 한국영 외에도 해외에서 뛰던 또래 군 미필 선수들이 속속 국내로 들어왔다. 하지만 일부 선수는 해외 원소속팀에서 임대로 들어오거나 완전 이적을 하더라도 6개월짜리 단기 계약을 맺어 “병역문제만 해결하고 곧장 해외로 나가려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영과 강원은 ‘완전 이적, 2년 계약’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영은 “군대 가지 말라는 알가라파의 제안을 거절하니 임대 이야기를 했다. 군대 갔다와서 팀으로 돌아오라는 의미였다. 그렇게 K리그에 ‘발만 담그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에이전트에게 꾸준히 완전 이적을 이야기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고집을 부려서 많은 분들이 고생을 했다”며 이적을 도운 에이전트와 큰 문제없이 기존 계약을 해지해 준 구단에 감사를 표했다. 강원과 2년 계약을 맺었지만 이번 시즌 이후에는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운명이다. 대한민국 남성에게 군 입대가 의무이지만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한국영은 “먼저 간 친구들이 겁을 많이 준다”며 “매번 연락할 때마다 힘들다고 한다. 쉬운 곳이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도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웃었다. 김태완 상주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영이 우리 팀에 온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그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영은 “동료들이 알려줘서 소식을 접했다”며 “아직은 성급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나도 잘해야 그곳에 갈 수 있다. 선택된 선수들만 갈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당장 잘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상] |
강원과의 인연은? 강릉 문성고 때 전국대회 우승 추억 한국영의 강원 FC 이적 과정에서 팀의 연고지인 강원도와 인연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국영은 경기도에서 학창시절 대부분을 보냈지만 고교 2학년에 진학하며 자신을 가르치던 지도자를 따라 강원 강릉 문성고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문성고 소속으로 2007년 17세 이하 대회에 참가했고 2008년에는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좋은 추억이 있다. 한국영은 고교 시절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친절했고 심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떠올렸다. 당시의 좋은 기억이 강원 이적을 더 끌리게 만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국영은 오랜만에 강원 숙소가 있는 강릉으로 돌아왔지만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있다. 그는 ”휴식일에 후배와 함께 강릉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내가 갔던 곳만큼은 19년 전과 달라진 부분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변화가 많았다면 과거 기억과 달라 아쉬운 부분도 많았을 텐데 여전한 모습이 나를 반겨주는 기분이 들었다“며 웃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