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여성들에 ‘온몸으로 봉사’
실제로 일본에는 이런 조언을 하는 유명한 부부문제 카운슬러가 있다. 이 카운슬러가 상담녀에게 소개하는 곳은 이른바 ‘섹스봉사대’. 지난 2001년 만들어진 섹스봉사대는 만족스럽지 못한 부부관계로 고민하는 아주머니나 서른이 훌쩍 넘도록 ‘처녀딱지’를 떼지 못한 여성들을 위해 여전히 ‘봉사 중’이라고 한다. 일본 잡지 <주간문춘>의 보도를 토대로 섹스봉사대의 실체를 파헤쳐봤다.
결혼 15년에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A 씨(45·여성). 나름대로 행복한 생활을 꾸려오던 그녀에게 남편의 외도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상대방 여성과 헤어지라고 몇 번이고 애원했지만 남편은 그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남편과의 관계를 되돌려보기 위해 A 씨가 찾아간 곳은 ‘도쿄가족라보’라는 상담소. 이 상담소를 운영하는 이케우치 히로미 씨(44·여성)는 부부·가족문제 전문가로 9000건이 넘는 상담 경력과 함께 15권의 저서를 출간한 이혼 카운슬링의 일인자로 통한다.
A 씨의 고민을 들은 이케우치 씨는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당신도 똑같이 하라. 당신은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으니 이번 기회에 다른 남자와도 만나보라”고 조언(?)하면서 야릇한 내용의 팸플릿 하나를 A 씨에게 건넸다. 성문제로 고민하는 여성을 섹스를 통해 치유시켜준다는 내용의 팸플릿에는 김명관이라는 섹스 카운슬러의 이름도 적혀있었다.
도쿄의 키치죠지에서 ‘오피스 세이(性)’라는 성(性) 상담실을 운영하는 재일교포 김명관 씨는 지난 2001년 이른바 ‘섹스봉사대’를 만들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김 씨의 카운슬링을 받은 상담자는 몇 명의 ‘봉사대원’의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게 된다. 상담녀의 90%가 실제로 봉사대원과 성관계를 갖는다고 한다.
A 씨도 고민 끝에 ‘오피스세이’의 문을 노크했다. 남편의 외도에 대해 상담을 하자 김명관 씨는 “복수하면 된다. 당신처럼 매력적인 여성은 남자들이 가만두지 않는다”며 30대 후반과 50대의 유부남을 소개해줬다. A 씨는 그들과 따로따로 만나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 후의 일에 대해서는 “당시 나는 이혼 문제로 고민하느라 제대로 생각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말을 흐렸다.
▲ 김명관 씨(왼쪽), 이케우치 씨 | ||
현재 봉사대원은 약 50명에 이른다. 평균 연령은 44~45세로 봉사대원이 되기 위해서는 면접과 필기시험, 강습회를 받아야 한다. 성적 능력뿐만 아니라 목소리나 말투에 이르는 세심한 심사와 면접을 통과해야 봉사대원이 될 수 있다. 섹스 봉사대원들은 말 그대로 무보수로 봉사한다. 남성의 입장에서 이런 봉사대라면 즐기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봉사대원은 자신의 취향과 상관없이 모든 연령과 타입의 여성에 봉사해야 하고 자신의 용돈을 식사비 등으로 기꺼이 희생해야 한다. 실제로 상담자들의 상당수가 40대 후반의 섹스리스 고민녀다. 결코 젊고 예쁜 여성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다. 즉 봉사대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며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
봉사대원 선발시험 전의 세미나에서 김명관 씨는 “봉사대원이 되고 싶다면 어떠한 여성을 상대하더라도 수줍어하지 않고 그와 동시에 여성이 진심이라고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하게 칭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여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테크닉을 지니고 있으면 더욱 좋다”고 강연했다. 인기 봉사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남성은 “여성을 대할 때는 마음 기술 체력이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여성이 마음을 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언제 어떤 여성을 상대로도 금방 발기할 수 있도록 체력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며 응시자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김 씨에 따르면 어떻게 보면 봉사대원이 되는 것은 사법시험 패스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섹스봉사대의 치유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부부문제 상담소를 운영하는 니노마쓰 소장은 “물론 부부 간의 섹스리스는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고 상담자에게 다른 이성과의 섹스를 권유하는 것은 효과도 없고 도덕적으로도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난대학교의 소노타 교수는 “이 ‘섹스 카운슬링’ 행위가 매춘에 해당될 가능성도 있다. 그곳에 상담자를 소개했다면 소개한 사람에게도 매춘 알선죄를 물을 수 있다”고 섹스상담의 위법성에 대해 경고했다. 이케우치 씨나 김명관 씨가 상담료로 2만 엔(약 17만 원)을 받고 때에 따라서는 섹스 상대를 소개하고 있다. 매춘이라는 논란이 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에 대해 이케우치 씨는 “외도를 하는 남편의 심리에 정통한 김명관 선생에게 상담녀를 보내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섹스 카운슬러로서 김 선생을 신뢰하기 때문에 소개하는 것이다. 이것은 상담자에게 변호사나 심리 카운슬러를 소개하는 경우와 전혀 다르지 않다. 섹스를 할지 말지는 성인인 상담자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