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피해 여성에 “성희롱 아닌 접촉”·“오해한 부분” 문자, SNS서 확산되자 해당 글 삭제 시도
학교 측은 이 문제가 확산되자 글 작성자의 동의 없이 SNS 운영자에게 해당 글 삭제를 요구하는 등 은폐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천안 나사렛대학교 전경.
지난 4월 20일 페이스북 페이지 ‘나사렛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1년 전 학내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A양의 학교동아리 선배인 B군은 A양의 숙소에 강제로 들어와 무릎 위에 A양을 앉히는 등 신체접촉을 했다.
보복을 두려워하던 A양은 올해 초 학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를 담당하는 ‘나사렛상담센터’에 이 사건의 조사를 신청했다.
사건 조사를 마친 상담센터는 오히려 A양에게 B군과의 진술이 엇갈리고 피해자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통보했다.
A양은 상담센터에 항의하며 B군의 상담기록공개를 요청했지만, 상담센터는 이를 거절했다. 나사렛대 학칙 ‘성희롱ㆍ성폭력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에서는 ‘사건의 피해자 및 가해자는 상담실장에게 언제든지 조사 및 처리자료를 요청 할 수 있으며 상담실장은 이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양은 상담센터의 문자메시지를 SNS에 공개하며 상담센터가 B군을 변호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공개된 상담센터의 통보문에는 ”성희롱이 아닌 짧은 3분 이내의 접촉“, ”뒤로 이동하다 신체가 닿아 오해한 부분이 있었겠다는 B군의 말이 있었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아울러 A양은 B군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사과 문자메시지도 첨부했다.
A양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피해자를 보호해야지 가해자를 보호하나“, ”피해 학생에게 2차 가해가 될 만한 발언“, ”이번 사건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후에 제2,제3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등 학교와 상담센터를 강하게 비판했다.
나사렛상담센터가 SNS에 올린 해명 글과 A양의 댓글. 이 댓글에서 A양은 나사렛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 운영자로부터 ‘상담센터에서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 댓글에서 A양은 나사렛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 운영자로부터 ”상담센터에서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캡처.
문제가 확산되자 상담센터는 SNS에 해명 글을 게시하며 ”A양의 주장과 실제 사실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생 보호를 위해 정확한 사실 여부와 센터의 대응 절차는 밝히지 않는다“며 충분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상담센터의 해명 글에는 ”이미 피해자는 부당함을 느끼고 SNS에 실명을 공개하면서까지 글을 올렸는데 무슨 이제와서 신변을 보호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공정한 결과라면 당연히 대응절차 과정을 밝혀야 되는거 아닌가“, ”상담센터의 보호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피해학생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각오까지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을 것“ 등 상담센터의 해명 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공식적인 사건 처리 결과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또한 상담센터는 해명 글을 올린 날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에게 A양의 동의없이 A양의 호소글 삭제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양이 게시한 글과 상담센터의 해명 글은 삭제된 상태다.
이 사건에 대해 나사렛상담센터 관계자는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알리지 않았다. 피해자가 가해자일 수 있고 가해자가 피해자일 수 있다“면서 ”글을 올린 학생이 어리고 그 학생 나름의 문제도 있다. 모든 것을 공개하면 그 학생에 피해가 갈 수 있다. 학생 부모님도 만났다“고 말했다.
A양에게 B군의 상담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공개해야 할 이유가 없다. 왜 공개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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