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자치위원회 판단 유지
지난 1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의에서 위원회는 “피해학생 쪽, 가해학생 쪽, 학교 쪽의 의견을 종합해 판단한 결과 지난 5월 16일 승민 군의 중학교에서 열린 자치위원회의 처분 결정을 유지해 재심 청구를 기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지서는 21일 유가족에게 전달됐다.
이에 앞선 지난 5월 16일 울산 동구의 한 중학교에서 열린 자치위원회의에서 위원회는 피해학생 쪽을 참가시키지 않은 채 승민 군 사건을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었다. 회의는 피해학생은커녕 피해학생 진술조차 없이 진행됐다. 울산시 지역위원회는 절차적 문제가 있었던 승민 군 중학교 자치위원회의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는 우선 교내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한다. 피해학생 쪽이나 가해학생 쪽에서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을 땐 시와 도 단위에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를 열고 재심에 들어간다. 승민 군 유가족은 지난달 28일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기각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울산시는 학교폭력예방법을 근거로 들며 재심 기각 이유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 안에서 열리는 자치위원회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이른다. 다만 지역위원회의 회의 내용 공개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두지 않았다. 울산시는 원칙적 입장만 고수했다.
울산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관계자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폭력 관련 자료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법은 학교 안에서 열리는 자치위원회 회의 내용만 공개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지역위원회 회의 내용 공개에 관한 지침은 없다. 지침이 따로 없어 원칙상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위원회가 열린 뒤 승민 군이 남긴 유서 추정 쪽지 2장이 추가로 발견됐다. 쪽지에는 “학교가 싫다. 무섭다. 애들이 나를 괴롭힌다. 특히 ○○○과 □□□이 같이 나를 못살게 군다. 죽고 싶다”는 학교폭력 피해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유품 정리 도중 추가로 발견된 승민 군의 피해 사실 쪽지
승민 군의 피해내용이 담긴 쪽지가 발견되자 일부 울산 시민들은 학교 자치위원회와 울산시 지역위원회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익명을 원한 한 울산 시민은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이야기 하나 듣지 않고 이른바 ‘높으신 양반’들이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학교와 경찰은 이 사건을 은폐해 왔다. 그런데 사건 은폐와 관련된 학교 쪽이나 경찰 등이 지역위원회에 들어가 또 다시 승민 군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