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흡연 피해 있다? 없다!
WHO(국제보건기구)의 부속기관인 IARC(국제 암연구기관)는 1988년부터 1994년까지 유럽 7개국(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웨덴)에서 650명의 폐암 환자와 1542명의 건강한 사람을 비교하여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조사했다. 역학 연구의 결과 ‘흡연자와 동거하는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률보다 높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통계적으로는 간접흡연이 폐암 발생률과 연관이 없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간접흡연은 폐암이나 순환기 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이 조사 결과 ‘직장에서의 간접흡연’이 폐암 발생과 상관이 없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어릴 적의 간접흡연자’는 오히려 폐암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미 1994년에 나온 조사 결과가 일반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 자료를 공개한 일본 기후대학 의학부 조교수인 다카오카 씨는 “본래 이 연구는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정반대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WHO에서 공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다카오카 씨는 기후대학의 ‘금연워킹그룹’의 멤버가 되면서 연구자료로 대학병원 내외의 문헌이나 조사 보고서 등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자료를 입수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카오카 씨에 따르면 이와 같은 자료는 다수 존재한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있었던 대규모 역학 조사 결과도 그중 하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연구팀은 배우자는 흡연자지만 자신은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 3만 5561명을 대상으로 1960년부터 1988년까지 39년에 걸쳐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관상동맥성 심장 질환이나 폐암, 만성 폐색성 폐질환의 위험성이 간접흡연 여부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흡연을 반대하는 의사들은 “반대로 간접흡연이 해롭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는 더욱 많이 있다. 그 때문에 WHO를 비롯한 세계 의학계가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카오카 씨도 간접흡연이 발암률을 높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간접흡연이 해롭지 않다는 자료가 발견됐다고 해서 비흡연자 앞에서 담배를 피워도 상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간접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조사 결과는 크게 다루면서 다른 조사 결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