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참배는 당연해” 닮은꼴 총리부부
▲ 지난 11월 베트남을 방문한 아베 신조 총리 부부. 정부 전용기에서 함께 손을 잡고 내려오는 포즈는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를 따라하자는 아키에 부인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AP/연합뉴스 | ||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주간문춘> 최근호는 아키에의 가족, 지인들로부터 전해들은 ‘아키에의 비밀들’을 기사화해 일본인들의 호기심을 다소 풀어줬다. 우리에게도 열렬한 한류팬으로 알려져 보수강경론자인 남편보다는 조금 더 ‘인기’를 끌고 있는 아키에 부인. 과연 그녀는 누구인가.
# 남편보다 강경파?
아키에 부인은 평소에 친구와 이야기할 때도 정치적인 이야기는 피하는 편이지만 아주 친한 관계자에게는 본심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서 아베 총리의 비서에게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올해 초 고이즈미 전 총리가 여제 탄생을 위해 ‘왕실전범’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때 이를 막겠다며 물밑에서 움직이기도 했다. 그녀가 택한 방법은 고이즈미 전 총리와 직접 담판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자 그의 누나인 노부코 씨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물론 남편인 아베 총리의 허락도 받아낸 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코 비의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계획은 중지됐지만 총리 관저 출입 기자에 따르면 “아키에 부인은 기코 비의 임신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바로 지금이 고이즈미 총리를 단념시킬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의 성향을 나타내는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한 출판기념회 파티에 아베 부부가 참석했을 때 온건파인 가토 고이치 자민당 전 간사장이 단상에서 인사를 했다. 그가 아베 총리와 악수를 하기 위해 다가왔지만 아키에 부인은 이를 외면하며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고 하니 온건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 클린턴 부부 벤치마킹
올해 10월 한국과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정부 전용기의 트랩에서 내리면서 아키에 부인이 아베 총리와 손을 꼭 잡고 있었던 장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것이 본인의 아이디어였다고 나중에 선거구 후원회에서 아키에 부인이 밝혔다.
아베 총리가 아직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1993년 1월 두 사람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여 클린턴 대통령의 취임 퍼레이드를 구경했다. 이 때 대통령이 힐러리 여사와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보고 아키에 부인은 “일본과는 다른 분위기가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 배용준보다 박용하
아키에 부인이 한류 팬이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녀가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 진짜 계기는 한류 때문이 아니다. 아키에 부인의 어머니 마쓰자키 에미코 씨는 “한류 팬이라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 것이 아니라 선거구인 야마구치 현에 있는 한 한국 여성과 친구가 되면서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키에 부인이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은 한류의 중심으로 유명한 배용준이 아니라 박용하라고 한다. 한 정치부 기자는 “2004년 9월 연립여당 간부장 일행으로 아베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아키에 부인도 동행했다. 그 때 박용하를 만나 ‘만나서 기쁘다. 정말로 만나보고 싶었다’고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후에 아베 부부와 박용하가 함께 골프를 쳤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국 신문에서 이때 함께 골프를 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아키에 부인은 사진에서 남편이 나온 부분을 잘라낸 채 박용하와 자신이 나온 부분만을 액자에 넣어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 “남자답지 못하게…”
아키에 부인은 25번째 생일 전날 아베 총리와 결혼식을 올렸다. 원래 아베 총리의 이상형은 ‘가늘고 긴 눈에 긴 머리와 날씬한 몸매’를 지닌 여성이었다는데 아키에 부인은 이에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모리나가 제과 사장 딸로 잘나가던 아키에 부인은 처음부터 아베 총리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녀는 여러 인터뷰에서 “첫 만남 후 (아베 총리를) 특별히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튼 결혼 2년 후 시아버지인 아베 신타로가 병으로 입원, 1991년 5월에 세상을 떠난다. 부친이 사망한 날 아베 총리는 이불 속에서 밤이 새도록 울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아키에 부인이 ‘아무리 아버지가 돌아가셨기로서니 밤새 우는 건 남자답지 못하다’고 책망했다고 한다.
# 훌라댄스 수준급
아베 신조 부부는 슬하에 자녀가 없다. 자녀가 없는 만큼 아키에 부인은 아프리카의 빈곤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여행을 가거나, 패션쇼의 심사원을 맡는 등 매우 정력적으로 많은 활동을 해오고 있다. 취미도 다양해서 도예와 사진, 꽃꽂이 등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다재다능함을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그녀의 훌라 댄스는 수준급이라고 한다.
그녀에게 훌라 댄스를 가르친 다나카 씨는 “재작년까지 5~6년 정도 훌라 댄스를 계속했다. 대단한 노력가인 데다가 실력도 좋았다. 9·11 테러가 일어난 일주일 후에 하와이에서 열리는 훌라 댄스 콘테스트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안 되기에 포기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아키에 부인은 나중에 시모노세키에서 훌라 댄스를 가르치거나 양로원 등을 방문하며 지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 남편 대신 술상무
아키에 부인이 술을 잘 못하는 남편을 대신하여 술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그녀의 동급생에 따르면 “젊었을 때는 엄청나게 마시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최근에는 그 정도로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녀는 맥주를 비롯하여 소주, 와인에 이르기까지 술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마시는 편이다.
선거구인 시모노세키에서는 후원자들과 함께 술집이나 게이바 등을 전전하며 마시기도 했다. 이것도 술을 못하는 남편을 대신한 ‘선거 활동’이었다고. 그녀와 함께 술을 마셔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유쾌한 술친구”라고 입을 모은다.
그녀의 노래실력은 어떨까. 지난해에 자르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기른 긴 머리 때문에 아키에 부인은 일본의 유명 가수인 ‘앙리’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다. 그 때문인지 그녀는 앙리의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그녀의 실력은 “딱히 잘 부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창법”이라고 한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