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PK 접전 속 MB·박근혜 전국 유세…보수 결집 노린 국민의힘, 민주당은 역풍 부각

박 전 대통령은 5월 25일 충청권, 27일 경남 진주·양산·울산·부산, 28일 강원 원주·횡성 및 경북 문경, 31일 대구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TK를 넘어 전국 격전지를 다니며 국민의힘 지원에 나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 생가가 있는 옥천을 방문했다. 경북 문경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초등교사 시절 하숙했던 청운각을 찾았다. 강원 원주 중앙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아버지께서 군에 계실 때 양구에서 근무하신 적이 있기 때문에 강원도에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산업화 시대에 대한 보수층의 향수를 자극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과 부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이다. 5월 15일에는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이명박 서울시’ 성과로 평가받는 청계천을 걸었다. 6월 1일에도 서울숲을 방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5월 27·31일 부산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지원했다. 박 후보는 이명박 청와대 홍보기획관·정무수석을 지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과거 ‘야당 소속 서울시장’으로 성과를 냈다는 점을 부각하며 “지금 대통령이 누구다. 장관이 누구다. 이게 문제가 아니라 부산시장이 누가 되느냐가 부산 발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등판 이면에는 보수 텃밭인 TK·PK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은 ‘절윤(윤석열과의 단절)’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대구시장 선거마저 접전 양상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두 전직 대통령이 ‘보수 총동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탄핵과 절윤 문제를 둘러싸고 분열된 보수층을 다시 결집시키고, 당에 실망해 투표를 망설이는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래 당 대표가 오면 중앙 방송에서 찍어가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후보 홍보가 된다. 그런데 지금은 장 대표가 와도 안 되지만, (두 사람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홍보가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지층이) 한 번 도와줘야 하나. 이 마음으로 투표장에 안 가려고 했던 보수층을 가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5월 28일 소셜미디어(SNS)에 “(박 전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수많은 국민이 모여 환영하고 박수를 보낸다”며 “(박 전 대통령이) 다니는 것 보니 많이 부럽나. 부러우면 이미 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사건으로 탄핵당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국정 전반에 개입해 사익을 취하고, 국정농단을 자행한 사건이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2년이 확정됐다. 국정원 특활비 30억 원대 상납 및 국고 손실·직권남용 등 혐의와, 삼성·롯데·SK 등으로부터의 수십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 등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약 57억 원이 확정됐다. △자동차부품회사 다스 자금 횡령 △BBK 투자금 회수 관련 소송비 삼성 대납 등 16개 혐의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월 30일 호남에서 “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일어나시게 생겼다”며 “감옥 3인방, 윤·이·박, 윤석열·‘이명박근혜’가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윤·이·박, 윤석열·이명박근혜는 환골탈태하고 갱생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라며 “이 사람들이 부활해서 메시아가 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국민의힘이 윤어게인도 모자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노골적으로 선거판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위임해 준 국민을 배반한 죄로 윤석열과 박근혜는 탄핵됐다”며 “다스가 자신의 것임이 입증돼서 결국 이명박은 감옥에 갔고 비리의 온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