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 속 대규모 차익 실현…매수세 전환 시기는 불투명
하지만 7월 24일 이후 코스피지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8월 3일에는 2386포인트로 하락해 24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갔고, 9일 현재까지 2400포인트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코스피지수는 2,400.99포인트로 마감됐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직원들이 코스피지수 마감가를 확인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증권가에서는 그간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어 온 외국인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선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2일부터 7월 24일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은 10조 4427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코스피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들은 8조 5300억 원, 개인투자자들은 4조 6099억 원을 순매도했음에도 외국인투자자들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상승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7월 25일부터 8월 8일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은 1조 9978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금융권에서는 외국인들 이탈이 최근 북한 이슈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CNN이나 BBC 등 외신은 북한 관련 리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재 등을 메인 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중점 있게 다루었다”며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제재 서명, UN 안보리에서 북한 제재에 대한 결의 여부를 놓고 벌인 논쟁 등이 관련된 불안감을 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뿐 아니라 환율도 외국인투자자 이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아시아 7개국(한국, 대만,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은 상반기에만 290억 달러(약 33조 원)를 순매수했지만 7월에는 8억 1000만 달러(약 9200억 원)를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 하락이 한국만의 고유 이슈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로 전환한 이유는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과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 확대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유럽계 투자자의 환차손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유로화 강세에 따른 추가 환차손 불안이 매도 압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외국인투자자가 대거 이탈하면서 향후 코스피지수 상승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증권가에서는 자연스럽게 외국인투자자와 함께 주식시장을 이끄는 기관투자자를 주목하고 있다. 8월 들어 기관투자자들은 연일 매수세와 매도세를 반복하며 일관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일과 8일 각각 940억 원, 1500억 원을 순매도해 매도세로 돌아서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동시에 매도세로 나오면 향후 코스피지수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기관투자자는 8월 1일부터 8일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코스피지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3%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제 7월 20일 삼성전자 주가는 256만 원에 달했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해 현재는 238만 원 수준으로 코스피지수와 하락세를 같이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문제 등 불확실성이 잔존해 삼성전자 주가가 언제 상승세로 돌아설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여의도 한국거래소. 일요신문DB
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매수세로 돌아서 코스피지수 상승을 견인하기를 바란다. 실제 외국인투자자들이 매수세로 복귀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 시기는 점치기 어렵다. 김영일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는 차익실현 또는 환차손과 관련된 매매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세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단기적으로 보면 8월 중 외국인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외국인이 재차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시점은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지거나 유로화 강세가 둔화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승연 연구원은 “대부분의 경우 10거래일 내에 지표는 이벤트 발생 전으로 회귀하는 성향이 있었다”며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10거래일이 지나도 순매도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더 많이 관찰됐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차익실현을 하면서 가장 큰 이익을 본 집단이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이 2016년 2월 저점에서 한국 증시를 매수했다면 달러 환산 시 코스피는 (최근 기준) 35%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반면 시기를 놓친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들은 대체로 코스피지수 상승을 기대하면서 차익실현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미 중앙은행(Fed)의 9월 통화정책회의(FOMC), 미국 예산안 통과 등이 변수로 남아있어 올 상반기와 같은 외국인 투자 러시가 이루어질지는 의문이 남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