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전까지 탈당·출당·합당은 성급한 얘기”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8월 9일 국회에서 인터뷰를 응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안철수 전 대표 출마 반대 성명을 냈다.
“왜 나오게 됐는지 지금도 이해가 잘 안 된다. 첫째, 대선에서 참패한 후보다. 이길 수도 있는 선거였는데 지지율이 빠지면서 결국 선거에서 졌다. 둘째, 선거 사상 유례가 드문 증거 조작 사건이 벌어졌다. 여기에 안 전 대표와 가깝다고 분류되는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부분이 드러났다. 당을 살리겠다고 출마를 했지만 이미 당에 엄청난 부담을 줬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당 대표 출마를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집단 탈당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탈당까지 이어지기야 하겠나. 그런 험악한 사태가 오기 전에 안철수 전 대표가 스스로 출마 선언을 철회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출마를 하게 되더라도 (탈당 문제는) 당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그리고 탈당까지 거론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문제다.”
―안 전 대표 출당 얘기도 나오는데
“고문단에서 하도 답답하니 거론됐다. 지금은 출당 얘기를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안철수 대표의 출마가 어색하고 엉뚱하다는 것 아니겠느냐.”
―다른 정당과의 합당 등 정계개편 소문이 무성하다.
“마지막까지라도 안철수 전 대표가 출마를 철회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후보 등록이 이뤄지고 1차 컷오프를 거친 뒤 전당대회 결과가 나와 봐야 이후 사태 전개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전당대회 전까지 탈당, 출당, 합당 등은 성급한 얘기다.”
―대선 때 “당 대표에 출마 안 하겠다”던 홍준표 대표와 안 전 대표를 비교하기도 한다.
“홍준표 대표와 비교할 상황은 아니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2~3%에서 시작해서 2등까지 올라갔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비슷하게까지 갔다가 (지지율이) 쭉 빠졌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이 작지 않다는 말이다. 게다가 당에서 있을 수 없는 증거 조작 사건이 발생을 했으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때다.”
―전당대회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는지.
“안 전 대표가 명분이 없는 일을 했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되리라 본다. 상식적인 연장선상에서 판단해 예측해 본다면 굉장히 안 좋은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민께서 심판할 것이다.”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취임 초기엔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직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되고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국민들의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높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기대에 부응해서 국민들이 행복하고 나라가 발전하면 좋겠다.”
―인사와 관련해선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았다.
“썩 잘한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사 발탁 범주가 캠프 중심으로 협소하게 이뤄져 있어 아쉬운 측면이 있다. 또 5대 인사 원칙에 어긋나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잘 지켜지지 않았다. 다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지역 차별 인사가 굉장히 심했다. 지역 차별 인사를 벗어난 건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여야가 바뀐 지 석 달째다. 위원장으로서 피부로 느끼는 바가 클 것 같은데.
“대선 끝난 뒤 교문위에선 두 차례 청문회를 거쳤다. 아직 본격적으로 상임위 운영이 벌어지지 않았다. 새 정부 출범하고 공수가 교체됐다고 해서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곤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 여야 의원은 역지사지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대화하고 토론하고 경우에 따라 표결로 결론을 내는 생산적인 상임위 운영으로 가야 된다.”
―SNS에 ‘교문위원장=극한 직업’이라고 적은 것을 봤다.
“하하. 여야 간 공방을 벌이다 보면 ‘누가 편든다’며 위원장에게 불똥이 튈 때가 있다. 그런데도 교문위가 20대 국회 들어와서 법안 처리율이 상위권까지 올라갔다. 과거에는 법안 처리율이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매일 싸우고 파행했다. 괄목상대한 변화다. 여야 의원들이 잘 협조해서 싸울 땐 싸우더라도 법안 처리율을 1등으로 끌어올리길 바란다.”
―발의를 준비 중인 ‘지역인사차별금지법’은 어떤 법인가.
“지역 차별은 인종 차별보다 야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인종이면서도 출신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차별받는 일은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지역 차별은 적재적소 인재 발탁을 막아 나라의 효율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이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보다 더 나쁜 짓이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약 17년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내가 지방 자치의 주역이 돼서 지금까지 벌어진 시행착오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정읍시장에 도전했는데 운 좋게 당선이 됐다. 궁극적으론 발언권, 스피커를 갖기 위해서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국민으로 있으면 투표권 비판권 정도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정치인은 일반적인 정치 참여와 비판권을 넘어서서 성능이 좋은 스피커를 확보하는 자리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국민들의 생각을 대변해 현실 정치에서 관철시키면서 보람을 느낀다.”
―정치인으로서 가장 후회되거나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매 순간 긴장되고 힘들고 어렵다. 그래도 뽑는다면 당 내 선거든 총선이든 ‘선거’를 치르는 일이 가장 어렵다. 나도 컷오프돼 탈당한 적도 있고 복당이 안 돼 다시 무소속으로 출마를 한 적도 있다. 때문에 정당이 민주화되고 투명화돼서 공천을 국민과 당원이 결정한 대로 해야 한다. 정당의 발전이 곧 정치 발전이고 정치가 발전해야 나라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