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뛰어보니 홍 대표에 존경심 생겨” “새정부 멋있게 커피 들고 사진 찍더니 별 거 없어”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7월 1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법학자로서 정치 입문 계기는 무엇인지.
“탄핵으로 인해 치러진 조기 대선이 보궐선거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있었다. 법에 공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불구속 수사가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구속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됐나.
“탄핵 때 사용된 증거물인 ‘안종범 수첩’ ‘태블릿PC’ 등은 명확하지 않다. 형사법을 전공한 내 입장에선 증거물의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더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도 질질 끌고 있다. 고영태 같은 경우에도 작전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수사가 안 되고 있다.”
―정치에 뛰어들 때 가족 반대는 없었는지.
“남편이 적극 지지해 줬다. 정치가 무너졌기 때문에 바른 소리를 하고 법치를 하는 당신이 나가라며 응원해줬다.”
―주변 반응은.
“평범한 학자였다. 왜 나를 나오게 만들었냐고 말하고 싶다. 지금 정치인들이 똑바로 했다면 내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촛불과 태극기를 들게 만들었다. 국회의원 300명이 제대로 했으면 국민들은 편했다. 편안하지 않아서 나도 나왔다.”
―자유한국당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원래 당적이 없었고 갖고 싶지 않았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일련의 사태를 겪고 포지션을 갖고 정치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굳어져 3월 24일 입당하게 됐다. 남들이 다 나가니까 한국당에 들어왔다. 기득권을 차지하고 앉아서 아무도 못 들어오게 막고 있을 땐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다들 집을 버리고 도망가기에 집을 지키러 들어왔다.”
―이번 대선에선 어떤 역할을 맡았나.
“수석부대변인을 맡아 논평을 쓰고 브리핑을 했다. 아침마다 총괄회의에 들어가 회의를 하며 바쁘게 보냈다. 최전방에서 기관총을 쏘는 역할을 맡았다고 보면 된다.”
―전당대회 때 신발을 벗고 ‘조국찬가’를 부르는 등 파격 연설로 이목을 끌었다.
“노래 부르는 것도 괜찮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가 ‘조국찬가’다. 그래서 부르게 됐다. 연설하면서 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재킷을 벗자니 폼이 안 나더라. 그래서 돌발적으로 신발을 벗어 던졌다.”
―2등을 했다.
“당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조직이 아니라 바로 변화와 혁신이었다. 타운홀 미팅이 끝난 뒤 부산에서 합동연설회를 시작했을 때 ‘괜찮겠다’란 느낌이 들었다. 3등 정도는 예상했었다.”
―홍준표 대표를 따르게 된 이유는.
“‘잘생겼다’라고 하면 엉터리 대답이죠. 하하. 한 사람을 위해 한 달간 뛰어 본 경험이 있나. 홍준표의 옷을 입고 홍준표를 외치면서 홍준표로 한 달을 지냈다. 그러다 보니 후보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이 생기게 됐다. 그리고 ‘홍 대표가 우리 당을 지켜줬으면’ 하는 염원이 생긴다. 그래서 홍 대표가 하는 길에 동참할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당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홍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외연 확장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새로운 지도부를 꾸린 지 일주일밖에 안 됐다.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언론과 사회의 냄비 근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라면을 빨리 끓여먹고 싶으면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컵라면을 먹으면 된다. 하지만 내공이 없지 않나. 이제 막 홍준표호가 출항했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발목 잡기라고 생각한다.”
―‘여자 홍준표’라는 별명은 마음에 드는지.
“우리 당 대표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기분 나쁠 리 없다. 물론 이런 모습을 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처 수상도 욕을 많이 들었다. 누구나 칭찬도 받고 욕도 먹는다. 나중엔 ‘여자 홍준표’가 아니라 ‘류여해’로 인정해 줄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날까진 ‘여자 홍준표’ ‘류관순’ ‘류다크르’ 등 무슨 이름으로 불러주시든 감사할 따름이다.”
―‘여자 홍준표’란 별명이 왜 생긴 것인가.
“사람들은 여태껏 하지 않은 걸 하면 ‘파격’이란 말을 쓴다. 전당대회에서 노래 부르고 신발 벗으면 안 되나. 왜 안 되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한다. 이건 파격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들이 말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우리가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갈 수 있다. 2017년이다. 내가 태어나던 그 시절과 똑같은 정치를 하면 그게 구태다. 젊은이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계속 변화해야 젊은이들의 마음까지 잡을 수 있다.”
―새 정부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별 수 없네. 멋있게 커피 들고 사진 찍더니 별 게 없었다. 추경 발목 잡혀 있고 인선도 묶여있다. 발목 안 잡히게 해야 되는 것 아니냐. 과거 정부와 다를 게 없다. 어떻게 5대 인사 적폐라고 정한 음주운전자가 장관 하느냐. 방산 비리 혐의자가 장관 되겠다고 하고 여성 폄하하고 있는 탁현민은 행정관이다. 그러면서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상하지 않냐.”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