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에 도전장…‘이랜드도?’ 라이벌 주춤하는 사이, 왕성한 ‘식욕’ 드러내
KKR은 2009년 5월 AB인베브로부터 OB맥주를 인수한 이후 한국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KKR은 2014년 더케이트윈타워 건물을, 2015년에는 티켓몬스터를 인수했다. 이밖에도 팬오션, 대성산업가스 인수전에 나서는 등 M&A 매물이 나오면 인수 후보군으로 자주 거론된다. KKR은 “한국 시장은 KKR의 핵심 투자지역 중 하나로 사모 투자,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며 한국의 선도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었다”며 “한국의 선도적인 기업들이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조셉 배 KKR 대표. 사진=KKR
재계에서 PEF 운용사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고 평가하는 것도 KKR에 있어서는 호재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PEF 운용사를 좋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PEF도 영업이나 운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게 느껴지며 홈플러스가 그 좋은 예”라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2015년 9월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MBK)가 인수했다. 홈플러스는 2014년과 2015년 약 3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323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KKR의 라이벌인 MBK는 최근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우선 지난 7월 웅진그룹이 MBK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 MBK가 코웨이 지분 4.67%를 매각했는데 우선매수권을 가진 웅진그룹이 이의를 제기한 것. 또 MBK가 2013년 말 인수한 ING생명은 지속적인 구조조정 및 노동환경 악화로 인해 금융노조에서 수차례 집회를 여는 등 여론마저 악화되고 있다. MBK가 주춤하는 사이 KKR이 본격 투자에 나서면 향후 PEF 운용사 간 위상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배 대표는 7월 27일 LS그룹의 자산을 일부 인수하면서 대표 취임 후 첫 한국 시장 투자에 나섰다. KKR은 “KKR이 LS엠트론의 자동차전장부품 자회사인 LS오토모티브에 지분 참여를 하고 동시에 동박·박막 사업부를 영업양수도(모든 권리나 법률적 지위가 그대로 이전되는 것) 형태로 인수한다”며 “LS오토모티브는 LS엠트론과 KKR이 각각 53%와 47%의 의결권을 보유한 조인트벤처(2인 이상의 공동사업체)를 설립해 양사가 공동 경영하게 된다”고 밝혔다.
KKR 관계자는 “앞으로도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국내 회사들을 적극 발굴∙투자할 계획”이라며 한국 시장 추가 투자를 예고했다. KKR이 투자를 고려하는 업체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조지 로버츠 KKR 회장을 통해 향후 투자 대상을 짐작할 수 있다. 로버츠 회장은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해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대부분 시장에서 소비재 업종에 투자해 왔고 조선·철강·자동차와 같이 경기 순환 주기에 영향을 받는 업종의 경우 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심각한 손실을 볼 수 있다”며 “기업의 비핵심부문은 좋은 회사였지만 충분한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로버츠 회장의 발언을 참조하면 눈길이 가는 곳은 이랜드그룹이다. 이랜드는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이랜드월드는 티니위니를 중국 브이그라스에 매각한 데 이어 6월에는 이랜드리테일이 모던하우스를 MBK에 매각했다. 현재는 이랜드파크의 켄싱턴호텔제주와 평창 켄싱턴플로라호텔, 베어스타운 리조트 등 리조트 시설 3곳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애슐리, 자연별곡 등 외식사업도 장기적으로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 관계자는 “매각 상대방이 가치를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매각 후 우리와 어떻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며 사모펀드라고 특별히 차별을 두는 건 없다”고 전했다.
KKR이 국내 투자에 본격 나서면서 이랜드가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창전동에 위치한 이랜드빌딩. 일요신문DB
중국 롯데마트도 KKR의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꼽힌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롯데마트의 피해액도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중국 롯데마트가 피해를 보고 있는 이유는 중국이 한국 기업에 보복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기업이 아닌 KKR이 중국 롯데마트 매장을 인수하면 장기적으로 사드 보복에서 벗어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중국 롯데마트 매장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배 대표가 소비재 업종에만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다. LS엠트론 동박·박막 사업부는 노트북, 스마트폰 등 IT 소비재 제조에 핵심 역할을 한다. 그러나 LS오토모티브는 자동차 부품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어 로버츠 회장의 의견과 대비되는 투자 행보다.
하지만 비소비재 업종 중에서는 눈에 띄는 대형 매물이 많지 않아 당장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ADT캡스, 딜라이브 등이 매물로 나와있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KKR이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ADT캡스의 경우 2014년 KKR이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지만 3조 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높은 매각가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딜라이브 채권단은 자회사 IHQ를 우선 매각해 매각가를 낮춘 후 딜라이브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딜라이브의 영업이익은 725억 원으로 2015년 739억 원에 비해 소폭 감소하는 등 매각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KKR 관계자는 “투자를 고려하는 곳이나 협상이 진행 중인 업체에 대해서는 회사 정책 상 설명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조셉 배 KKR 대표는 누구? OB맥주 인수 주도 2009년 5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OB맥주를 18억 달러(약 2조 6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할 때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사람은 조셉 배 KKR 대표였다. 그는 당시 KKR 아시아 지역 투자 총괄대표라는 중책을 맡고 있었지만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OB맥주 인수를 그가 주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배 대표는 1973년 태어나 두 살 때 화학연구원인 아버지와 선교사인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는 하버드대학교에 진학해 마그나 쿰 라우데(우등상)를 받고 졸업했다. 배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골드만삭스 직접투자부문에서 근무했다. 이후 1996년 KKR로 회사를 옮겼고 2005년부터 홍콩에서 근무해 KKR의 아시아 시장 진출에 큰 역할을 해왔다. 배 대표는 단순 대표직만 맡고 있는데 그치지 않고 중국 성장펀드 투자위원회 의장, KKR 글로벌운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가족사도 흥미롭다. 배 대표는 대학교 1학년 때 이내건 콩힝에이전시 명예회장의 딸인 제니스 리 씨(한국명 이윤경)를 만나 24세라는 젊은 나이에 결혼했다. 리 씨는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피아노 티처(The Piano Teacher)>가 있다. 그의 가족은 2014년 배 대표가 팬오션 인수를 추진하면서 주목받았다. 콩힝에이전시는 흥아해운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배 대표가 팬오션을 인수하면 장인과 사위가 동종업계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오션은 결국 하림그룹 손에 넘어갔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