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물통으로만 더위 이겨내…전문의 “봉와직염 걸렸을 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최순실 ‘삼성뇌물’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지난 3월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11일 기준 134일째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그런 그가 7월 28일 구속수감 후 처음으로 구치소 밖 외부병원을 찾았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이 끝난 뒤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오후 2시 24분께 서초구의 서울 성모병원을 찾았다. 성모병원에 따르면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발가락 부위 엑스레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정밀검사를 받고 오후 5시 15분께 병원을 빠져나갔다.
박 전 대통령은 발가락 통증 때문에 지난 7월 10일과 11일, 13일 열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설명에 따르면 그는 구치소에서 왼쪽 발가락을 찧었고, 이후 통증이 심해져 불출석 의견을 재판부에 전했다.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이 계속 통증을 호소하자 구치소장은 구치소 의무과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외부 병원 진료를 허용했다.
박 전 대통령의 외부 진료 결과나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진료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법원에 출석하는 박 전 대통령의 걸음걸이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구치소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개인정보보호법상 MRI 결과나 진료 결과를 알려줄 수 없다”면서 “(박 전 대통령도) 일반 수감자와 같이 의무과에서 순서를 돌아가며 정기 진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의료진은 박 전 대통령이 발가락 부상과 더운 날씨 탓에 봉와직염에 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봉와직염은 피부 표면에 생긴 상처를 통해 들어온 세균이 진피와 연조직에까지 염증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상처 있던 곳에 홍반이 생기거나 상처 부위가 뜨거워지고 부풀어 오르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여름철은 봉와직염 감염요소에 많이 노출돼 있는 데다 실제 병이 가장 빈번히 발병되는 시기”이라며 “교도소같이 더운 환경에 치료가 제대로 안 되면 통증이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의도 “염증 때문에 MRI까지 받은 것이라면 봉와직염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구치소를 비롯한 국내의 모든 교정시설은 중앙냉방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수용자들은 박 전 대통령처럼 각 방에 비치된 선풍기와 물통으로 여름을 견뎌야 한다. 한림대 산학협력단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펴낸 ‘2016년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정시설의 혹서기 냉방문제는 수용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구금시설에서 냉방설비는 각 방에 비치된 선풍기가 유일했다. 그나마 선풍기도 여러 명 혼거하는 방에 한 대, 큰 방의 경우 두 대가 설치된 정도였다. 수용자들은 “선풍기는 과열을 우려해 40~50분 가동 후 10분간 중단하며 새벽에는 아예 꺼버린다”며 “더위 때문에 탈진상태가 빈번하게 온다”고 토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일반 수용자들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박 전 대통령이 생활하는 독방은 3.2평(10.57㎡) 규모로 약 1.9평(6.56㎡)의 일반 수용자들 독방보다 2배가량 넓다.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바 있는 김 아무개 씨(51)는 “여름엔 작은 방에 여러 명이 부대끼며 더위를 이겨내는데 독방은 선풍기와 물도 혼자 쓸 수 있지 않나. 비교할 수 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발가락 통증을 이유로 외부 병원에서 MRI, 엑스레이 등 정밀 진료를 받은 것도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외부진료를 신청하는 것 자체도 어렵고 나가기도 힘들다는 게 수용자들의 전언이다. ‘2016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에서 한 수용자는 “허가가 난다 해도 바로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며 “신청하더라도 의료과장이나 교도관 선에서 신청을 막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외부진료는 구금시설 근처의 연계된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서초동 법원과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서울 성모병원에서 외부진료를 받았다. 교정당국에 따르면 이곳은 박 전 대통령이 재판 도중 쓰러지는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긴급 이송하거나 진료를 받기로 성모병원과 협의한 곳이다. 지난 6월 30일 박 전 대통령이 재판 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책상에 엎드려 재판이 중단되자 이러한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박근혜 ‘발가락 진료비‘ 누가 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발가락 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예우법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본인 및 그 가족에 대한 치료 등의 예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예우 예외 대상’인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여서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질 수 없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탄핵으로 파면 결정이 났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본인이 (병원비를) 부담하도록 돼 있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경호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가 알려지며 잠잠하던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조원진 의원이 주축이 된 대한애국당 창당 준비위원회는 7월부터 1000만 명 석방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며 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던 어버이연합도 최근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정부 지원이 끊겨 돈이 없으니 그만두자는 말이 나왔지만 어르신들이 ‘이렇게 물러날 순 없다’며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