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은 ‘이희문 판매주식 공지 여부’…28일 구형 가능성
이 씨 재판에서 검사와 증인이 나눈 대화다. 법정에서는 이 씨가 방송해서 했던 발언, 장외 주식의 처리, 이 씨와 동생 이희문 씨의 회사인 미래투자파트너스 등을 두고 검사와 변호사가 치열하게 맞붙었다. ‘존버 정신’도 의견이 갈린 발언 중 하나다. <일요신문>이 이 씨 구형을 앞두고 열린 중요한 재판의 현장을 지켜봤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가 구속된 지도 11개월이 돼간다. 그동안 수많은 재판이 열렸고 증거목록은 쌓여갔다. 어느새 1심 재판도 막바지로 가고 있다. 곧 이 씨에 대한 검찰 구형이 있을 예정이다. 검찰 구형 후 법원에서 판결이 나면 그가 감옥에서 계속 있을지, 세상 밖으로 나올지 결정된다.
‘풍문으로 들었쇼’에 출연한 이희진 씨의 모습.
지난 10일 1심 막바지에 가장 중요한 재판이 있었다. 이 씨 변호사가 요청한 증인 신문이 있었고 이 씨와 함께 기소된 박 아무개 씨의 최종 변론도 있었다. 이르면 8월 28일로 예정된 이 씨의 구형과 그 이후 벌어질 판결 내용을 예상해볼 수 있는 날이었다.
이희진 씨와 그의 동생 이희문 씨가 갈색 수의를 입고 등장했다. 이 씨 형제는 얼핏 보기에 건강해보였다. 함께 기소된 프라임투자파트너스 대표인 박 아무개 씨도 이 씨 형제 옆에 앉았다. 그는 이 씨 형제와 달리 정장을 잘 차려 입고 있었다. 박 씨는 이희문 씨 동생의 친구로도 알려졌다.
참관인을 중심으로 왼쪽은 검사가, 오른쪽은 변호인이 자리했다. 홀로 자리한 검사와 달리 이 씨 형제 쪽은 대여섯 명의 변호인이 자리했다.
먼저 변호사가 요청한 증인 A 씨가 증인석에 앉았다. 이 씨 변호인이 A 씨에게 이희진이 특정 주식을 홍보했지만 투자는 투자자의 책임 아니냐고 물었고 A 씨는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변호인 측 방어논리는 이희진 씨가 투자를 권유한 것은 맞지만 투자는 투자자의 책임이라는 것이었다.
연이어 변호인과 증인의 1시간가량의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변호인은 ‘이 씨가 투자자에게 분할매수를 추천한 사실’, ‘특정 주식은 주식을 구하지 못해 환불한 사실’, ‘장외주식을 시세보다 싸게 팔았던 일’ 등으로 논리를 만들어 갔다. 변호인의 신문을 종합해보면 ‘이 씨가 장외주식을 판매한 사실은 맞지만 악의적인 사기는 없었다’로 종합해볼 수 있다.
검사의 논리는 달랐다. 먼저 ‘존버 정신’부터 물었다. 존버 정신은 존나 버틴다는 뜻으로 이 씨가 입에 달고 다닌 말이다. 이를 두고 검사는 “주식이 빠져도 사람들이 팔지 못하도록 ‘존버 정신’을 강조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A 씨는 “그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검사의 주요한 논리는 다음과 같다. 이 씨가 수백만 원의 구독료를 받고 회원들에게 주식투자 추천방송을 했다. 그런데 이 씨가 구독료를 받는 방송에서 홍보한 주식이 사실 이 씨 동생인 이희문이 판매하는 주식이었다. 이를 이 씨가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회원들이 속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사는 이 씨가 홍보하면 이희문 씨가 판매하는 구조를 회원들이 언제 알았냐는 점을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A 씨는 “이 씨가 자신의 동생을 이희문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고, 예전 입금증에 찍힌 이름이 이희문이어서 알았다. 그 시점은 2015년 초 정도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도 A 씨에게 이 점을 재차 물었다. 재판부는 “이희문이라고 적혀 있어서 안 것이지 명확하게 공지한 적이 있냐?”고 물었고 A 씨는 “그런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와 검사가 집요하게 물어보는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주식을 판매했다는 점’이 이 씨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 건으로 보여지는 대목이었다.
검사는 A 씨에게 “이 씨가 회원들에게 미라클홀딩스 주식을 준다고 했는데 그게 1000만 원 간다고 한 적이 있느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A 씨는 “채팅창에서 농담반 진담반 한 이야기다. 미라클뷰티, 미라클E&M 등이 잘나간다고 생각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A 씨가 대표적으로 언급한 두 회사 모두 논란이 된 회사다. 미라클E&M은 온라인에서 재테크, 뷰티, 쿡방 등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미라클E&M의 향후 계획을 설명하며 방송인 홍석천 씨가 ‘미라클 쿡’이라는 이름의 쿡방을 진행한다고 밝혔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홍 씨는 자신의 SNS에 “제가 <풍문쇼>에서 같이 방송했던 이희진과 쿡방을 할 거라는 등 소속사 운운하는 영상을 오늘 확인했는데 절대 사실무근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미라클뷰티는 이 씨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반서진 씨가 얼굴로 활동한 회사다. 하지만 이 회사도 잡음에 휘말렸다. 이 씨가 반 씨를 10억 원을 떼였다며 고소하기 위해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아직 고소 준비 단계지만 제대로 운영됐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이 씨는 “투명성과 선의의 경쟁을 위해서 투자를 모집하는 업체를 미래투자파트너스, 프라임투자파트너스, 케이론인베스트먼트 3개로 나눌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함께 기소된 프라임투자파트너스 대표가 박 씨다. 이날 박 씨의 최후진술이 있었다. 그는 현재 불구속 기소 상태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 씨의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하면서 ‘그가 만약 유죄라고 하더라도 현재 만 29세 청년으로 명문대를 나온 미래가 창창한 사람이다.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최후진술에서 박 씨는 울먹이며 “남을 속여서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더 열심히 살면서 사회를 위해 기여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다음 재판은 28일에 열린다. 이날 검찰은 이 씨 형제와 박 씨에게 구형할 예정이다. 구형이 내려지면 2~3주 후 1심 판결이 날 전망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번 재판의 판결은 늦어도 9월 22일 전에 내려질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