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사진=최준필 기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들로 꾸려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가 12일 오후 2시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이번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작가 김운성·김서경 씨 부부가 제작했다.
이번 동상은 깡마른 강제징용 노동자가 오른손에 곡괭이를 들고, 왼손으로는 햇빛을 가리며 어딘가를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 곡괭이는 탄광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린 이들의 고통을, 오른쪽 어깨에 앉은 새는 자유를 향한 갈망을 상징한다고 했다.
단상까지 높이 2m 10㎝인 동상 주변에는 강제징용에 대해 설명하는 글이 새겨진 4개의 기둥이 둘러싸고 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용산역은 강제 징집된 조선인이 집결됐던 곳이다. 끌려온 노동자들은 일본과 사할린, 남양군도, 쿠릴열도 등지의 광산, 농장, 군수공장, 토목공사 현장에 끌려가 착취당했다.
용산역광장의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당초 지난 3월 1일 세워질 예정이었으나, 박근혜 정부가 부지 사용을 허가하지 않아 제막식이 연기됐다.
추진위에 따르면 이번 제막식을 앞두고도 문재인 정부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해왔으나 정부는 부지와 관련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날 제막식 진행을 막는 움직임은 없었다.
부인과 함께 제막식을 찾은 강제징용 피해자 김한수 할아버지(99)는 “일본은 왜 사죄가 없는 것인지, 대한민국은 왜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도 대가를 청구하지도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인지, 혹시 (피해자들이) 죽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영원한 평화는 있을 수 없다. 젊은이들은 조국이 대한민국이라는 점을 머리에 새기면서 살아가 달라”고 전했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역사를 우리 손으로 바로 세우기 위해 동상을 건립한다”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일제 식민지 시절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작은 실천에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양대노총 조합원과 시민단체 관계자, 일반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우원식 원내대표와 송영길 의원이 자리를 함께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